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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야기/산행(2009~2019)

명성산(강원철원/경기포천)

산행일 : 2010년 8월 15일

산행지 : 명성산 923m

산행코스 : 산정호수-책바위-팔각정-삼각봉-정상-산안폭포-산안고개

산행이야기:밤새 천둥번개와 함께 지랄맞게 쏟아붓던 비가,새벽녘에서야 잠잠해진다.배낭짊어지고 집나서는 뒷꼭지가 조금은 덜 화끈거린다.오늘은 명성산으로 간다.가을억새로 유명한곳,가을억새보다 먼지많기로 더 유명한 곳..여름명성산은 한번도 가본적이 없는터라 산정호수에서 피어오를 물안개와 초록으로 변해있을 억새의 색다른 멋을 그리며 명성산으로 향한다.

 

오늘은 초행인 네분을 모시고 내가 일일대장노릇을 한다.

호랑이없는곳에서 여우가 대장노릇한다더니,바로 내가 그 꼴이다..

근데,들머리에 도착해 계곡물을 보니,갑자기 겁부터 덜컥난다.

오름길로 잡은 책바위길도 엄청 미끄러운데,

하산길로 계획하고 있는 산안고개 계곡물의 정도가 어느정도인지 가늠이 안되기 때문이다..

게다가,동행하신 분들의 면면을 보니 더더욱 심란하다.

한분은 샌달을 신고 복장불량인채 오셨고,

또 한분은 새신발신고 뒤꿈치가 홀라당 벗겨진채 오셨고,

다른한분은 초입부터 호흡조절이 안되어 가슴이 터질거같다고 하시고,

어젯밤 비싼 대게로 영양보충확실하게 하고오신 샤프한 한분만이 그나마 나은정도다.

 

 

 

 

 일단 계획을 잡은이상,무대뽀로 밀고 나갈 심산으로 전문등산인만 오르라는 책바위길로 오른다.

땀이 줄줄 흐르기 시작하고,얼마가지않아 웃옷이 흠뻑 젖어버린다.

내려다보이는 산정호수도 그리 이쁘지않다.물안개는 커녕 밤새 내린비로 흙탕물이 되어있다.

욕심은 끝이없다더니,비가 오지않는것도 감지덕지해야할판에 햇살이 머리위로 내리쬐니,바람욕심이 절로나고,

파란물결의 아름다운 호수였음 하는 생각이 굴뚝같다.

 

 

 2시간이 넘게걸려 팔각정에 도착하고,드디어 여름억새와 만난다.

생각했던 그림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 초록의 물결이 넘실거린다.

간간히 부는 바람에 부딪치는 억새의 소리는 ,그야말로 아름다운 자연의 소리다.

순간,이번에 비때문에 뽀개졌던소백산에 대한 아쉬움이 단번에 사라져버린다.

 

 

 

 

 삼각봉으로 가는길도 초록의 향연이다.발아래로는 산정호수가 내려다보이고,

그 옛날 궁예가 왕건에게 패한 후,목놓아 울었다던 궁예봉도 보인다.

따가운 햇살에 머리가 벗겨질거 같지만,바람골을 지날때마다 고마운 바람이 땀을 식혀주기도 한다.

 

 

 

 

 

 능선을 걷고 있자니,올초 눈쌓인 길을 러셀하며 걸었던 때가 생각난다.

결코 잊을 수 없는 짜릿했던 한겨울의 추억..

아마 그 때부터였나보다.겨울산의 깊은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던게..

맑고 깨끗한 순백의 길을,속살까지 훤히 다 보이는 마루금을 내려다보며,본능적으로 걷는 그 느낌이란?

 

 

 

 

 

 명성산 923m

 

꽤 긴 능선길을 걸어 정상에 도착한다.

이제,우려했던 산안골로 접어들 시간..

마침 그 쪽 방향에서 올라오신 산님께 등로상태를 여쭤보니,등산화 두번만 벗으면 계곡길을 건널 수 있단다.

오호라~그렇다면 등산화 벗지말고 우리우리하신분 등에 한번 업혀봐야겠다..

 

 

 계곡트래킹이 시작된다.우렁찬 물소리에 약간 위협을 느끼지만,자연스럽게 만들어진 폭포가 장관이다.

오늘역시 작은s님의 물개쑈는 재미를 더해주고,이리저리 계곡물을 넘나들며 계곡산행의 진수를 맛본다.

아슬아슬한 구간에서 스릴도 즐기고,물에빠질듯말듯하며 뜀박질도 하면서,산안고개로 내려온다.

 

 

 

 산안폭포

 

놓칠뻔했던 산안폭포를 보고나서,산안고개로 내려와 택시로 산정호수주차장까지 이동한다.

그 때까지도 우렁찬 물소리가 귓전에서 떠나질 않는다.

 

포천이동갈비에 낮술을 홀짝홀짝 마시다보니,해롱해롱..

오는동안 차는 막히고,화장실은 급하고..횡설수설하며 정신을 딴곳에 쏟으며 오느라 무진장 애먹는다.

 

이제,사람들 바글거리는 가을명성산에 미련이 없다.

여름속에 있는 명성산도 이렇게 좋은데,

굳이 먼지 폴폴 날리며 앞사람궁뎅이 쳐다보며 오를 이유가 없지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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