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 : 2010년 8월 22일
산행지 : 설악산 1708m
산행코스 : 수렴동대피소-수렴동계곡-구곡담계곡-봉정암-중청-대청-끝청-한계삼거리-한계령휴게소
산행이야기:종종거리는 소리에 잠이 깨어 눈을뜨니,모르는 왠 산적같은사람이 바로 눈앞에 떡 누워있다.후다닥 일어나,배낭을 꾸린다.취사실로가니,어제 술자리에 합석했던 분들이 우리들 아침까지 해놓고 기다리신다.누룽지 한그릇 먹고나서,봉정암으로 향한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시원한 수렴동 계곡길을 걷는 걸로 하루를 시작한다.
배낭무게도 딱 반으로 줄어들고,깊은잠을 자고 난터라 내딛는 발걸음이 참 가볍다.
구곡담계곡의 시원한 폭포수 아름다움을 보며 한시간쯤 걷다가,
봉정암에서 철야기도를 마치고 내려오는 분들과 만나게된다.
이른 아침에 만나는 `첫손님`이라고 다들 얼마나 반갑게 인사를 건네주시는지..
밤샘 철야기도를 하고 가장 맑고 깨끗한 기운으로 내려오시는 그 분들의 면면을 보니,
얼굴색들이 다들 해맑고 아름답다.
나까지 덩달아 좋은 기운이 전해지면서 마음이 맑아지고,행복해지는 순간이다.
수렴동대피소를 출발한지 2시간30분만에 봉정암에 닿는다.
배낭 내려놓고,사리탑까지 다녀 오기로한다.
사리탑에 오르니,용의 어금니가 한눈에 들어온다.
찬란한 아침 햇살받아 유난히 돗보이는 용의 어금니에 잠시 숨이 멎는다.
미동도 안한다.그냥 눈만 바삐 움직인다..
감탄의말만 웅얼웅얼 내뱉으면서..
설악의 웅장한 기운이 내속으로 들어오고,마음은 주체할 수 없이 부풀어오른다.
봉정암에서 오르막을 빠짝치고 올라 소청산장에 도착한다.
당초계획은 중청에서 먹을참이었는데,좀 한갓지게 먹기위해,이곳에서 자리를 편다.
밥과 김치찌게,딸랑두개뿐이지만,호텔식사 부럽지않다.
설악의 봉우리들은 휘황찬란한 샹들리에못지않고,
지저귀는 새들의 소리는 클래식못지않다..
사기가 충천한나머지,자청해서 왕복 300m거리에 있는 샘터에 물받으러 갔다가,
완전 헥헥거리는 똥개가되어 돌아온다..
이제,내가 좋아하는 정상석,대청봉을 남겨두고 있다.
멀리 안개에 쌓인 대청봉이 보이자,설레기 시작한다.
어제 걸었던 공룡능선길이 내려다보이고,사리탑너머 용아장성도 내려다보인다.
중청이 가까워질수록 안개는 점점 자욱해지고,둘러보는 설악의 봉우리들은 더 신비로워진다.
대청봉 1708m
휘청거릴정도로 세찬바람맞으며 정상에 선다.
그리고,다 가진거같은 뿌듯함과 가슴벅참으로 정상석을 부여잡는다.
오색으로 하산하려던 참이었는데,갑자기 서북능선을 밟고싶다.
계곡길로 내리꽂으며 걷느니,1시간이라도 여기에 더 머물며 설악의 감동을 더 오래 지속시키고싶다.
다시 중청으로 내려가 한계령으로 방향을잡는다.
오르락 내리락 서북능선길을 걸어 한계령에 도착한다.
그리고,세상으로 통(通)하는 문을 통과하자,세상의 왁자지껄한 소리가 요란스럽게 들리기 시작한다.
맑고 깨끗했던 기운속에 탁한기운이 스며들기 시작한다.
자동차 경적소리와 담배냄새,자극적인 음식냄새,쿵쾅거리는 음악소리,왁자지껄한 사람소리..
오로지 걷고 먹고 즐기기만 했던 머릿속도 복잡해진다.
서울까지 가는 교통편과 시간,도로사정,저녁먹을 곳,수두룩하게 밀려있을 집안일...
또 이렇게 세상속으로 발을 담그는구나.....
산속에서 펼쳐질 세상은 언제나 나를 흥분케한다.
그 안에 들기위해 준비하는 과정부터 즐거운산행의 시작이고,
그 속에 들었을때의 자연과의 교감은 주체못할 기쁨으로 다가오고,
그 길을 걸었던 산벗과의 공감은 두고두고 잊지못할 아름다운 추억으로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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