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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야기/산행(2009~2019)

각흘산~명성산종주(강원철원/경기포천)

산행일 : 2010년 12월 31일

산행지 : 각흘산~명성산

산행코스 : 자등현고개-각흘산-약사령-삼각봉-명성산-산정호수

산행이야기:때묻지않은 산의 아름다움에 반하고,홀랑 다 드러내보이며 굽이굽이 물결치는 산등성에 반하고,하얀 능선길따라 걸으며 알 수없는 전율을 느꼈었던 그 곳,그 길위에서 2010년을 마무리하기로 한다. 

 

가는날이 장날이라고,몇일간 순하디순했던 날씨가,오늘따라 유달리 춥고 한파가 몰아친다고 예보한다.

단단히 준비하고 나와,동서울에서 6시50분버스타고,포천이동에 도착해 택시로 자등현고개로 이동한다.

 

들머리에 도착하니,다행히 바람도없고 하늘까지 파랗다.

완전무장하고 무릎까지 푹푹 빠지며 전나무숲길로 들어가는길,한껏 흥분되고 짜릿짜릿해져온다.

갓 지나간듯한 멧돼지와 `애앵애앵`거리는 산양의 울음소리외에는 아무도 없는 길을 따라 쉼없이 오르고,

땀이 맺힐 즈음,드디어 하늘이 열리면서 인공적인 방화선이 특이한 정취를 자아내는 멋드러진 능선길이 나타난다.

반짝이는 눈꽃은 덤으로 선물받고,눈부시게 파란하늘과 눈나비들의 군무까지,

연말선물이 기분째지게 마구 쏟아진다.

 

 

 

가야할 길을 비장하게 바라보고,저아래 용화저수지도 바라보고,저 건너편 광덕산의 산줄기들을 둘러본다.

그리고,각흘산 정상을 향해 한발한발 조심조심 내딛는다.

행여나 헛발을 디뎠다가는 저 아래로 굴러떨어지고,내년 봄에나 찾을 수 있다시면서,

오늘의 총대장님이신 아리님이 두번세번 주의를 주신다.

 

 

 

 

 

 

각흘산 정상

 

바람만 없을뿐 기온이 꽤 차다.

발시렵고,손시렵고,입까지 얼얼해져온다.

간식으로 내놓은 샌드위치를 먹는데,잘 씹히지도 않고,발음까지 샐 정도로 입이 얼어있다.

 

지금부터 두세군데 오금저려야 할 고난이도의 길이 기다리고 있다는걸 경험상 알고있음에 빠짝 긴장을 한다.

어젯밤 꿈자리도 뒤숭숭한데다가,요전에 `맨땅헤딩`사건의 가슴아픈 전적이 있기에,

맨뒤에서 졸졸 따라가야겠다는 약삭빠른 전략을 세운다.

두 분이 번갈아가며 앞에서 길을 터놓는 러셀작업을 해놓으면,

맨 뒤에서 요령껏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며 걷기만하면 땡이다.아~비상한 내머리..

 

 

 

 

과연 등로가 위험하기 그지없다.

아리님은 겨울각흘산은 다시는 안오신다고 다짐을 하시고,

솔맨님은 사명감을 갖고 연약한(?) 두 여인네를 살피시느라 애쓰신다.

히말라야의 어느 봉우리하나는 정복하는거 같은 비장한 마음으로, 바위길을 지나고,밧줄을잡고,

가끔 엉덩방아를 찧기도하고,웅덩이에 허벅지까지 빠지기도 하면서,그렇게 전투적인 산행을 이어간다.

 

 

 

 

 

 

 

공포스러웠지만,스릴넘쳤던 구간을 간신히 빠져나와서야 마음이 놓이고,시장기가 돌기 시작한다.

여름날의 물쇼에 이어 눈쇼까지 하시며 서비스해주시는 개구장이 솔맨님때문에 긴장이 다 풀린다.

온몸을 뒹굴며 만들어놓은 식당에서,

아리님이 정성스레 준비해오신 경상도식 떡국을 배가 터지기바로직전까지 먹는다.

두부와 소고기를 꾸미로 올린 떡국이 참 일품이다.

거기에 21도수의 부드러운 안동소주와 곁들여지니,기가 똥차다.

 

햇살이 좋아 1시간을 넘게 식사시간을 갖고난 후,약사령으로 향한다.

이젠,꾸준히 걷기만하는 트래킹이니,눈길을 놀이터삼아 뒹굴고 자빠지면서,

세월아네월아하며  신나게 놀면서 간다. 

 

 

 

약사령에서 용화저수지로 내려가자고 유혹했지만,

점심도 든든하게 먹어둔터라 들은척도 안하고 명성산으로 쌩~내달린다.

골치아픈구간도 지났으니,이제부턴 노선을 바꾸어 맨앞에서 길을내며 올라치기로 한다.

한참지나니, 명성산의 방화선이 꼬불꼬불 보이기 시작하고,지나왔던 각흘산의 방화선도 한 눈에 다 들어온다.

이 쪼깐한 두 다리로 저 구만리길을 걸어왔다는 생각을 하니,엄청 대견하다.

 

 

 

 

 

 

 

 

이젠 그만 걷고싶다.

발꼬락이 아프고,온몸이 노곤해진다.

턱에 새겨진 상처도 아까부터 땡기고,오른쪽 파스붙힌 팔목도 뻐근하다. 

얼른 내려가 따뜻한 방바닥에 두다리 쭉펴고,갈비뜯으며 소주나 한잔 하면 좋겠다..

 

 

 

 

 

 

 

이정되어있는 거리보다 두 배도 더 길게 느껴지는 길을 걷다보니,

산정호수가 내려다보이고,

차가운공기가 엄습해오면서,서서히 해가 지기 시작한다.

내심 산중에서 2010년의 마지막 해넘이를 봤음 했는데,절묘하게 시간이 맞아떨어진다.

산정호수와 힘찬 봉우리들이 장관을 이루며 감동과 환희의 순간과 마주한다.

구름에 가려 나왔다가 들어가기를 반복하며 산허리를 벌겋게 물들이며 2010년의 마지막해가 넘어간다.

 

 

 

 

명성산 팔각정에 닿자,날이 어둑어둑해진다.

빠르게 발걸음을 옮기며 눈썹이 휘날리도록 뛰어 내려가,

산정호수에 도착하며 2010년의 마지막산행을 마무리한다.

오늘은 특별히 더 뿌듯하고,장하고,가슴이 차오를만큼 감동적인 산행이었다.

 

아듀 2010년..

나와 아름다운`연`을 맺은 분들께 감사하고,

`산`을 바라보는 안목을 넓혀주신 분들께 감사하다.

더 아끼고 섬기며 사랑하며 살아야겠다.

그리고,2011년의 나의 운세..

`기타줄에 몸을 싣고 흥겹게 보내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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