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 : 2011년 1월 6일
산행지 : 국망봉 1168.1m
산행코스 : 국망봉휴양림-신로봉-국망봉-견치봉-민둥산-도성고개
산행이야기:씩씩한 여자셋이 조용히 걷다오려던 산행길에,눈치없는 부실한 남자셋이 합류하게된다.자가용으로 모시고간다는 파격적인 대우에,싫을것도 없긴하다.다들 화려한입담을 갖고계신 분들이니,오늘산행컨셉은 유쾌상쾌통쾌임에 틀림없다.
때맞춰(?) 영하18도의 한파특보가 내려진 오늘,기막힌 날씨가 예고된 가운데 국망봉휴양림에 도착한다.
우리가 올라야할 저 꼭대기를 올려다보니,
하얀 봉우리가 우뚝 솟아 햇살에 반짝거리며 어서오라 유혹하고 걸음을 재촉하게 만든다.
오늘,환상의 눈꽃산행은 따놓은당상이다.앗싸라비야~~쿵짝쿵짝~~
대장님이 밑그림을 잘못 그려오셨는지,국망봉가는 들머리를 놓치고 신로령으로 방향을 잡으신다.
시원한조망에 눈은 즐거운대신에,신로봉부터 국망봉에 이르는 능선길이 만만치않고 산행거리도 길어지니,
고생을 감수해야한다고, 대장님이 브리핑을 하시는데,내 마음은 이미 신로봉 꼭대기에 있는 소나무에 올라서있다.
이런들 어떠하리,저런들 어떠하리..
건강검진에서 과체중으로 `활동량부족`으로 나왔는데, 무조건 오래걸으면 좋지요..
햇볕에 녹기전에 빨리 저기보이는 설국속으로 들어가기만 하자고요...
언제쯤 도착할까 싶었는데,어느샌가 동화속 세계에 들어와있다.
그림같이 아름다운 설경앞에서, 나도모르게 알 수없는 방언이 씨부렁거려지고,가슴은 빵 터질만큼 황홀해진다.
세상의 그 어느꽃이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 있을까?
세상의 그 누가 이렇게 멋진 그림을 그려낼 수 있을까?
참으로 신비한 자연의 조화속이다..
해롱해롱 아름다운 풍경에 취한상태에서 신로봉에 오른다.
사방이 확 뚫린 조망이 기똥차게 펼쳐져있고,
눈꽃들과 파란하늘이 환상의 찰떡궁합을 자랑하며 그려진 산그리메가 완전죽음이다.
신로봉을 대표하는 나무한그루가 오늘도 여전히 다부진자세로 우뚝 서서,늘 변함없기를 가르친다.
저 아래서 언니야두분이 떼놓고 간다고 엄포를 놓으시는데도,
요리조리 살피며 노세노세하다가,떨어지지않는 발걸음을 겨우 옮겨놓는다.
이제 또,국망봉에 이르는 화려하게 펼쳐진 능선길따라 제2라운드 눈꽃의 향연속으로 들어간다.
예고된 날씨와는달리 오늘 참 좋은날씨다.
기온은 차지만,바람없고 햇살좋은 그지가 빨래하기 아주 딱일 그런 기막힌날씨다.
배고픈것도잊고 정신없이 왔더니,배꼽시계가 요란하게 울려댄다.
누룽지탕에 떡라면 끓여먹으며,뿌듯한 산상식사를 즐긴 후,국망봉으로 향한다.
언제나 첫끗발개끗발이신 k님이 오늘도 중반부로 접어들수록 엔진소리가 점점 그릉그릉하며 불규칙해진다.
처음엔 강씨아줌마 만나러 강씨봉까지 고고씽하신다는 분이,자꾸만 꼬리를 내리신다.
과연 도성고개까지 가실 수 있을까 걱정이된다.
눈이 흩날린다.
햇살에 녹기 시작하면서 반짝거리며 쏟아지는 은가루가 참 이쁘다.
다들 눈가루를 뒤집어쓰며 산행을 이어간다.
국망봉 1168.1m
눈길에 미끄러져서 자빠지고,
전문가님 골려주려다가 작전에 실패하는바람에 나동그라지고,
사진찍겠다고 저자세로 쪼그려앉았다가 중심잃고 뒤로넘어가고..
눈속을 뒹굴어도 눈세례를 받아도,좋아라 실실거리며 내달려 오다보니,어느새 국망봉이다.
작년에 왔을때만큼 깨끗한조망은 아니지만,
사방으로 후련하게 틔인 산세와 상큼한 공기가 정상에 선 기쁨을 배가시킨다.
개이빨산지나 민둥산으로 가는길은 눈속에 푹푹 빠진다.
여전히 눈이시릴만큼의 아름다운 눈꽃들은 양쪽으로 터널을 이루고,
툭툭 건드리며 지나갈때마다 눈을 옴팡 뒤집어쓴다.
반대방향으로 올라온 두 산객들의 발걸음따라 민둥산으로 간다.
민둥산 1008.5m
도성고개에 도착하니,벌써 5시가 가까워온다.
계곡길보다는 능선길이 수월할꺼라는 판단으로 능선길을 택해 부지런히 내려가는데,가도가도 끝이없다.
멧돼지와 맞딱뜨리면 36계 줄행랑친다는둥 때려잡는다는둥 눈을 똑바로 쳐다본다는둥둥 하면서
애써 무서움을 외면하며 열심히 내려오다보니,걷기좋은 임도에 닿는다.
뒤에서 누군가 잡아당길거 같은 어두운 밤길을 한참이나 내려와 막다른길에 접어들었는데,이 무슨 황당한일이..
바로 눈앞에 총자루맨 군인아저씨들 넷이 떡하니 서있다.
8사단 어느부대 막사로 떨어져버린것이다.
조용한 부대가 길잃은 여섯양들로인해 잠시 소란해지고,
자그마한 건물로 끌려들어가(?) 신원보증한 후에야 풀려난다.
처음의 들머리를 놓친것도 결과적으로 행운이었고,
막판에 뺑글뺑글 돌고돌아 군부대로 떨어진것도 흥미로운 추억을 남길 수 있었으니 행운이었다.
때론 잘못그려진 산행의 밑그림이 행운을 가져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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