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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야기/산행(2009~2019)

무등산(전남광주)

산행일 : 2010년 1월 9일

산행지 : 무등산 1187m

산행코스 : 원효사-꼬막재-규봉암-장불재-입석대-서석대-중봉-원효사

산행이야기:서울나들이온 시골손님들을 방치(?)하고,염치없게 무등산으로 향한다.겨울무등산은 벼르고있던터라 `포기할 수 없음`으로 맘을 굳히니,연로하신 아버지도 고물고물한 이쁜조카들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딱 오늘하루만 못된딸,나쁜고모가 되어야겠다.

 

열두명의 일개소대가 움직인다.회장님과 이쁜여인네들만 골라 태운 1호차와,

시커먼 남자들과 가녀린여인네 한분을 모신 2호차로 나누어 출발하는데,

007작전하듯 서로의 위치를 확인하며 가는길부터 흥미진진하다.

참 먼길이다 했는데도,4시간이 후딱 지나고 무등산들머리에 도착한다.

 

꼬막재 오르는길,예상외로 눈이 꽤 쌓여있다.

큰 기대안했는데,어쩌면 아름다운 무등산의 설경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생기기 시작하고,

멋진 소나무길과 산죽길을 걸어올라 꼬막재에 도착하자,역시나 눈꽃들이 화사하게 피어있다.

마음이 들뜨기 시작하고,나도모르게 걸음이 빨라져 후미팀들과의 간격이 자꾸만 벌어진다. 

 

 

규봉암

 

자연스레 예술사진파와 막사진파로 나뉘어지고,1차집결지인 규봉암에서 합류해 처마밑에서 점심식사를 한다.

장소가 장소인지라 주(酒)님없이 맹숭맹숭 과메기만 먹고,

따뜻한 누룽지에 귀한과일들로 든든하게 배채운후,장불재로 향한다.

 

 

장불재바람이 장난아니다.돌돌싸매도 콧물은 끊임없이 줄줄 흐른다.

우여곡절끝에 다함께 집결해 겨우 단체사진한장 박고나서,입석대로 오른다.

점점 황홀한 풍광들이 펼쳐지는 가운데,일행들은 이미 뿔뿔히 흩어졌고,

각자의 방법대로 겨울무등산의 진면목을 즐긴다.

오늘은 순백의 모습으로 저아래 빛고을을 품는 아름다운 무등산이다.

  

 

 

 

 

 

 

 

하늘이 열렸다 닫혔다를 반복하면서 천지인봉우리도 보였다가 안보였다를 반복된다.

주상절리와 어우러진 상고대의 향연속에 빠져,손이 곱는줄도 모르고,연신 카메라를 들이대고,

이미 3시를 훌쩍 넘겼는데도 내려갈 생각을 안한다.

 

 

                

 

 

 

 

 

 

 

서석대

 

 

 

 

뒤로 넘어갈만큼 아름다운 서석대의 설경을 만끽한 후,눈터널지나,부지런히 중봉으로 오른다.

시간을 너무 지체해서 서둘러야한다.

그러고보니,화장실도 한번도 안갔다.

슬슬 신호가 오기 시작하는데,뻥뚫린 평전에 삐집고 들어갈 곳이없다.

일단 꾹꾹 눌러 참을 수 있을때까지 참고,중봉을 접수한 후에 물색좀 해봐야겠다.

 

 

 

 

중봉 915m

 

 

중봉찍고,임도따라 쭉 내려가는데,거리가 만만치않다.한참을 내려가서야 지름길이 있었다는걸 알아챈다.

다행히 어둡기전에 하산완료한다.

 

드디어 백만불짜리 눈썹을 볼 시간이다.둥둥둥..

일년넘게 소통해온 블로거친구인 숯댕이눈썹님이,우리가 이곳에 온다는걸 아시고 버선발로 나와주셨다.

보자마자 단박에 알아채고,구수한 오리탕과 함께 다섯개의 나뭇잎이 그려져있는 소주,일명 `오잎주`를 앞에두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눈썹님의 걸쭉한 사투리가 귀에 익숙해지고,하나로 어우러질즈음,

꺾으면서 마시던술은 원샷으로 이어지고,파도타기게임까지 하면서 술자리가 무르익는다.

맛난음식이 있고,술이있고,벗이있어 좋은날..딱하나,풍악이 없어서 아쉬울뿐일세..

솜털같이 많은세월이니,다음만남을 기약한다.

 

설산의 무등산행과 극적만남의 행복한 여운으로 서울까지 내달려왔는데,

아침에 주차시켜놓은 차에 노랑딱지가 딱 붙어있다.

어이쿠야..실컷 잘놀고와서 이 무슨 날벼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