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 : 2011년 1월 30일~31일
산행지 : 지리산 1950m
산행코스 : 성삼재-노고단-연하천-벽소령-세석-장터목(1박)-천왕봉-중봉-치밭목-대원사
산행이야기:오랫동안 걷고싶다.땀뻘뻘 흘리며,숨깔딱거릴때의 짜릿한 기분을 느껴보고 싶다.지리산이 제격이다.겨울지리산은 어떤모습일까? 한번도 만나지못했던 겨울지리산을 만나러간다.
구례구역에서 미리 예약해놓은 택시를 타고 성삼재로 이동한다.꾸불꾸불한 고갯길을 올라치니,
새벽부터 속이 울렁울렁거리는데,성삼재에 내려 지리의 맑은공기를 마시니,금세 개운해진다.
몸이 식기전에 얼른 산행준비마치고,4시가 넘어 노고단으로 향한다.
티셔츠가 푹 젖을정도로 걸어 노고단에 도착해,떡국으로 든든하게 속을 채운후,
신발끈 다시 조여매고 드디어 지리의 긴 여정을 시작한다.
바람이 예사롭지 않게 불어대는 가운데, 어둠속으로 걸어들어가고,
흩날리는 눈가루가 렌턴불빛에 반짝반짝 빛나,마치 별똥별들이 쏟아지는거 같이 이쁘다.
노루목이 가까워오자,먹구름속에서 여명이 트기 시작하고,
어둠속에서 숨어있던 지리의 능선들이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노루목에서 바라본 산그리메가 장관이다.
하늘이 열리고,차원다른 지리의 상고대들이 넘실거린다.
아침의 깨끗한 공기를 깊게 들이마시고,흐르는 콧물도 휭~풀고나서,눈바람맞으며 삼도봉으로 향한다.
삼도봉
앞사람들 발자국따라 무릎까지 푹푹 빠지는 눈길을 걷는다.
한걸음한걸음 내딛기가 쉽지 않은데다,눈뜨기 힘들정도로 불어대는 눈보라때문에 몸이 휘청거리는데도,
파란하늘아래 펼쳐진 눈꽃들에 정신 팔려 걸으니,즐겁기만하다.
바람,추위,그리고 눈꽃..이거야말로 내가 그려왔던 겨울지리의 모습이었는데,
오늘 아주 제대로 만끽하는 행운이 왔다.
키큰 나무들이 바람에 쩍쩍 소리를 내며 울어댄다.
산죽들이 초록의 이파리들을 서로 부딪히며 파르르 떨어댄다.
눈보라가 애앵애앵 거리며 세차게 몰아친다.
눈썹이 하얗고,머리는 백발노인이고,입김에 버프는 빠짝 얼었다.
그래도,눈에보이는 모든게 다 아름답다.
연하천 대피소
11시쯤 연하천에 도착한다.
마침 식수도 있고해서,점심을 이곳에서 먹고 가기로하고,김치찌개와 밥을 지어 먹는다.
이제,장터목까지 쭉~똥빼며 걸을일만 남았다.
갑자기 배낭무게가 무거워지고,발걸음도 조금씩 버거워진다.
연하천을 나선지 1시간만에 벽소령을 통과하고,다시 1시간만에 선비샘에 도착한다.
지금부턴 마의 구간이다.
어둡기전에 장터목까지 가려면,젖먹던힘까지 짜내야한다.
점점 날씨가 꾸물꾸물해지고,먹구름이 몰려오고,눈발이 가늘게 날리기 시작한다.
아무생각없이 오로지 걷는일에만 몰두한다.
`아이고,아이고`소리가 절로 날정도로 힘든 구간을 지나고,저만치 세석산장이 보이니,반갑기 그지없는데,
그냥 선채로 초콜렛 하나 까먹고 또다시 장터목으로 향한다.
아,이젠 너무 힘들다.몸이 천근만근이다.
헤르메스의 날개달린 신발이 하늘에서 뿅!하고 떨어졌음 좋겠다.
산넘고 넘어 눈보라를 뚫고 구만리길을 걸어 딱 5시에 도착한 장터목산장..
하마터면 힘들어 돌아가시는줄 알았다.
배낭 내려놓으니,허리와 등짝이 뻑적지근하다.
연하봉 111번을 배정받고,취사실에 삐집고 들어가 선채로 저녁 만찬을 시작하는데,
두다리 쭉 펴고 싶은생각에 염치불구하고 돗자리를 편다.
앞사람 궁댕이 아래서,고기한점먹고 `처음처럼`한잔 털어넣고..밥한술먹고 된장찌개 떠먹고..
시간이 흐를수록 취사장은 온갖 음식냄새로 가득차고,왕왕거리는 소리에 혼이 쏙 빠진다.
거기에 발시렵고 온몸이 오돌오돌 떨려와,준비해간 고기와 이슬이를 반도 못먹고 서둘러 철수한다.
밤새 바람소리가 요란하게 창문을 흔들어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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