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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야기/산행(2009~2019)

무박 지리산종주(성삼재~중산리)

산행일 : 2009년 7월 2일

산행지 : 지리산(1915m)

산행코스: 성삼재(04:20)-노고단탐방소(05:00)-임걸령(05:50)-노루목(06:18)-

삼도봉(06:35)-화개재(06:54)-연하천대피소(08:30,아침식사)-벽소령대피소(10:04)-선비샘(11:12)-영신봉(12:45)-세석산장(12:52,점심식사)-장터목산장(15:00)-천왕봉(16:05)-중산리탐방소(18:00)  

산행거리:33.3km, 13시간40분소요됨

물보충할 수 있는곳: 임걸령,연하천,벽소령,선비샘,세석,장터목

산행이야기: 내가 미쳤다. 미쳐도 단단히 미쳤다..산에 미쳤다..중독이다.

지난번 지리산 다녀온지 채 열흘도 안돼 드디어 종주산행을 감행했다.

그 열흘동안 지리산이 눈에밟혀 몸살이 날 지경이었다.

 결국,이것저것 야무지게 배낭 꾸려 7월1일 22시50분 설레는마음으로 구례행기차를 탔다. 물론 잠이 올리 만무하지만 그래도 자야겠기에 자다깨기를 몇번반복하니 무려20분이나 연착된 3시45분 도착!

 다행히 택시정원이 금방차서 인당1만원하는 택시타고 성삼재에 도착하니 4시15분! 서둘러 산행준비마치고 드디어 4시20분부터 종주산행의 기나긴 여정이 시작됐다.

 

 <5:00>랜턴에 의지해 부지런히 오르니 어느새 노고단탐방소에 도착했다.

이제좀 슬슬 몸이 풀리는거 같다. 날도 서서히 밝아오기 시작했다.

잠깐 한숨돌리고 이정표를 보니 천왕봉이 25.5km다.

오늘 펼쳐질 꿈같은 여정에 기대만땅이다.

 

 임걸령가는길,

이제야 날이 환하게 밝았다. 아침안개가 꽤 운치있다.

이슬머금은 초록잎들은 더할나위없이 싱그럽다..냄새도좋다..

새소리도 들리기 시작한다..

아침기운을 온몸으로 들이마신다..

 

 

 <5:50>임걸령에 도착. 땀이 슬슬 나기 시작한다.

여기까지는 꽤 완만한 길이라 속도를 내서 부지런히 걸었다..

노고단에서 1박하고 출발한 산님들을 제치고...20분늦게 출발한터라 마음이 급해진다..

 

 <6:18>노루목도착!

등산복이 땀범벅이 되었다..

그래도 좋다고 웃는다. 물한잔마시고,사과한개를 먹는다.

 

 노루목가는길,

아침공기가 참 맑다..햇살이 안개속에서 쑤욱 올라온다..

오늘날씨가 좋을거 같다는 예감이 든다..역시 날씨까지 받쳐준다고 좋아라한다..

이때까지는 좋았다.. 이토록 눈부시게 맑고 깨끗한 날씨가 천둥번개로 돌변할지는 전혀 예상못했다..

 

 <6:35>삼도봉도착!

전라남북도와 경상남도에 걸쳐있다는 삼도봉(1533m).

반야봉 바로 아래에 위치하고 있어 반야봉을 가장가까이에서

바라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저멀리 내가 걸어온길을 쭈욱 보며 뿌듯해한다..

집에 있었으면 일어나서 아침식사챙기고 우리몽몽이님 출근준비할 시간인데,

이곳에,바로 지리산에 산여인이 계신다..

 

 화개재가는길..

아주 빠른걸음으로 슝슝오다보니 땀을 꽤 흘렸다. 

역시 지리산이구나 하면서 신비한 풍광에 감탄한다..눈에 보이는 모든게 신비하다..

역시 산의 운치는 안개와 어우러져야 제멋이다..

 

 <6:54> 화개재도착!

지리산능선에 있었던 장터중하나로,경남에서 연동골을 따라 올라오는 소금과 해산물,

전북에서 뱀사골로 올라오는 삼베와 산나물등을 물물교환하던 장소란다..

배낭하나도 이렇게 힘든데,그 무거운짐을 짊어지고 어찌 다녔을까싶다..

지금부터 연하천대피소까지는 돌길이고 오르막이라 무척 힘들것이다..

5분이상을 쉬지않고 선채로 물만 마시고 이내 출발한다..

적어도 8시30분까지는 연하천대피소에 도착해야 일정에 어긋나지않는다..

 

 연하천가는길,

오르내리기를 반복하고, 잘 정비된 계단과 울퉁불퉁한 돌길을, 

열심히 아주 열심히 걸었다..

지금까지 온길중에 가장 힘들다..

이쯤되니 주변경치를 여유있게 감상하기가 쉽지않다.워낙 갈길이 멀다...

 

 <8:30>드디어 연하천대피소도착!

제시간에 도착해서 참 다행이었다..

아침으로 전날 정성스럽게 준비한 김치볶음밥을 든든하게 먹는다..밥맛 끝내준다..

신발벗고 양말벗고 시원하게 산바람을 쐰다..

손을 씻으니 어찌나 차가운지 손이 다 얼얼하다.

잠시나마 피로감이 싹 사라졌다.. 

 

8시50분 벽소령을 향해 출발!

드디어 전 코스중 가장 지루하고 힘들다는 코스로 접어들었다..

 

 벽소령가는길..

옆포즈로 폼잡고 한장 찍고..산세가 예사롭지않다..

안개가 걷히면서 산의 실루엣이 다 살아났다..멋있다..

그냥 이말 한마디로 충분하다.

더이상 훌륭한 단어가 필요없다..

 

 <10:04>벽소령대피소도착!

 광대한 지리산 중심부의 허리처럼 잘룩한 고개로 주위에,

높고 푸른 산릉들이 겹겹이 쌓여있다.

벽소령(1350m)에서 가장 뛰어난 볼거리는 밤하늘의 달이라고 한다.

밤이면 푸른숲위로 떠오르는 달빛이 너무나 희고 맑아,

푸르게 보인다하여 이곳을 벽소령이라고 불리운다.

벽소령의 달은 지리산 10경중 하나다.

 

 간단히 간식을 먹으며 재충전을 한다.

여기부터 세석까지 약 3시간을 가야한다..가장 난코스란다..

다리힘은 여전하다..역시 타고난 튼튼한다리..

치마도 못입을정도로 근육으로 똘똘뭉친 이 튼튼한다리가 오늘 제대로 빛을 발한다...

 

 과연 난코스이긴했다. 계속되는 오르막에, 돌길에 미끄럽기까지..

오르막이 끝나는가 싶으면 또 바위길이고 또 오르막이고..계단이고..

시간이없어 창갈이를 못하고 온게 못내 아쉬웠다.

 

 <11:12>선비샘도착!

그 옛날 한선비가 너무가난해서 멸시받고 조롱당했는데,

그 자식들에게 유언으로 샘위에 묘를 쓰라고 했단다.

이리하여 그밑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물을 마시기 위해 허리를 굽혀야했고..

죽어서야 사람들이 선비에게 허리굽혔다는 전설이다.

나역시 깊이 허리굽혀 물을 한사발 들이키고,세석산장을 향해 고~

 

 어째 날씨가 심상치않다..

점점 안개는 자욱해지고 저멀리 구름이 몰려온다..

고도때문이겠지하며 스스로 위안을 한다.

그래도 열심히 걷고 또 걸었다. 아주빠른걸음으로..성큼성큼...

이쯤되니 신발벗고 눕고싶다..

 

 <12:52>드디어 세석산장도착!!

이정표가 이토록 반가운건 처음일게다..

이곳까지 오는동안,처음의 의욕과는 달리 좀 꼬리를 살짝 내리긴 했었다..

정말 해낼 수 있을까 싶기도 했다.그래도 예정시간에 도착하니 좀 안심이됐다..

햇님도 쏘옥 나와주셨다. 이또한 감사했다.

많은산님들로 붐볐다. 라면냄새가 이렇게 구수했던가싶었다..

서울가면 라면먼저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름 열심히 준비한 도시락을 먹고,13시20분에 장터목으로 출발!

 

 장터목가는길!

지리산의 백미라 할 수 있을정도로 세석부터 천왕봉까지는 참 절경이다.

덕분에 지루하지않게 갈 수 있을거 같다.몇번왔던 길이기도 해서 마음이 편안했다...

이제 거의다 왔구나했다..적어도 이때까지는 그랬다..

 

 <15:00>장터목도착!

이곳까지 오는길,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비가 억수로 쏟아지기 시작했고.장터목에 도착할때까지 비는 그칠줄을 몰랐다..

심란해지기 시작했다..참 변화무쌍한 지리산의 날씨였다..

잠깐 지나가는 소낙비겠지 애써 위로하며, 

우의를 챙겨입고 천왕봉을 향해 오르기시작했다..더이상 지체할 수가 없었다.

 

 천왕봉 가는길..

비가 좀 그치면서 해가 나는가싶더니,

이내 우르릉 쾅쾅하며 천둥번개까지 치기 시작했다..

우울 그 자체였다..비바람이 요란했다..눈뜨기도 힘들었다..

좀 무서웠지만 그래도 가야겠기에 씩씩하게 천왕봉으로 올랐다..

도착하니16시05분이나 되었다..

빗방울이 눈처럼 휙휙 날렸다. 정상의 기쁨은 없었다.

그런 사치를 부릴 처지가 아니었다. 

몸이 날아갈것 같았다.

진로를 바꿔 장터목산장에서 하루 묵어야하나하고 잠시 고민했지만,

 곧바로 중산리로 향했다.

 

등산로가 물이 콸콸 흐르기 시작하자 조금은 두려운생각이 들었다..

강하게 마음먹고 비가 잦아들기를 바랄 뿐이었다..

천둥에 번개에 놀라고 억수같이 내리는 비에 질릴정도였다.

등산하면서 이토록 공포를 느낀건 처음이었다.

하느님,부처님,엄마..어려울때 찾을사람들은 다 생각났다..

갈길은 멀고 어둡기전에 가야했기에 마음까지 조급해졌다.

설상가상으로 옷은 물론,등산화까지 다 젖었다..

비는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않고..

여전히 천둥번개에 벼락은 쳐대고...

그래도 열심히 속도를 내서 온힘을다해 걸었다..진짜 온힘을 다해...

다른 방법이 없었다..법계사를 지나 칼바위를 지나..

 

 

 <18:00>드디어 도착했다...

드디어 도착했단 말이다. 13시간40분만에...

말그대로 비바람을 헤치고 산넘고 물건너 성공했단말이다..

완전 난민이 따로 없었다..별희한한 냄새들이 온몸에서 진동을했다.

젖은등산화땜에 발은 탱탱 불었다..

버스를 타려면 이곳에서도 1.7km나 더 가야했다..

옷을 추스릴새도 없이 또 걸었다..

6시50분행 진주행버스를 타니 그제서야 안심이 됐다.

진주에 도착하자마자 시장에 가서 슬리퍼먼저 샀다..

식당에 가서 여벌옷을 갈아입은후 저녁먹고, 고속버스타고 ,서울로, 집으로 향했다...

 

쉽지않을 여정이란건 알았지만 그래도 이토록 어려울줄은 몰랐었다..

참 많은 교훈을 준 종주산행이었다..

흔히말하는, 거대한 자연앞에서 나는 참 작은 사람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자연은 우리에게 참좋은 선물을 선사하지만,

때론 겸손하라고 오늘처럼 경고하기도한다.. 

당분간 이런 무리한 기록산행은 피해야겠다.. 

그리고..앞으로는 착하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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