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 : 2011년 5월 21일
산행지 : 삼악산 654m
산행코스 : 상원사-깔딱고개-정상-흥국사-등선폭포
산행이야기:이놈의 비때문에 전부터 계획했던 황매산이 물건너가고,갑작스레 잡혔던 설악산행마저 똥자루친구한테 바람맞는다.그리하여 선택한 산이 가장 만만하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산,사연많은 추억의 삼악산이다.
춘천이 다가갈수록 언제나처럼 가슴이 두근거린다.
설레임이기도하고,그리움이기도하고,가슴 한귀퉁이를 툭 때리는 아련함이기도하다.
오전에 그친다는 비가 오다말다를 반복하더니,춘천에 도착했을땐 다행히 멎는다.
안개 내려앉은 의암호를 내려다보며 매표소를 통과한다.
비에 젖은 촉촉한길이 참 기분좋게 만든다.
숲은 어느덧 여름으로 치닫아 녹음이 우거져 어딜봐도 푸르름이다.
계곡어디선가 삼단고음의 새소리도 들려온다.
내 귀엔 `쪽박바꿔`로 들리는데,k님귀엔 `홀딱벗겨`로 들린다나..ㅎ
상원사지나 깔딱고개로 접어들자,안개는 더욱 자욱해지고,습한날씨라 땀도 허벌나게 나기 시작한다.
이쯤 오르면,아름다운 의암호에 붕어섬이 둥둥 떠 있어야 한다.
그리고,의암댐이 보이고,건너편 드름산과 저멀리 대룡산까지 보여야한다.봉의산도 보여야한다.
근데,안보인다.하나도 안보인다.
물안개 피어오르는 의암호가 보이더니,눈깜짝하고나니,금새 안개로 뒤덮힌다.
붕어섬도 살짝 보이더니,숨한번 꼴깍하니,금새 싹 안개속으로 사라진다.
오늘 초행길인 두 분께 그 아름다움을 보여드리지못함이 무지 아쉬운데,
오히려 은근하게 살짝살짝 보여주는게 더 매력적이라며 만족해하신다.
더는 안보여줄 셈인가보다.
느긋하게 놀면서 안개가 걷히기를 기다려봐도,딱 요만큼만 보여준다.
안개가 붕어를 삼켜버렸다..
정상에서 내려와 333계단을 내려오니,흥국사에서 흘러나오는 불경소리가 산중에 울려퍼진다.
계곡으로 접어들자,숲은 더 싱그러워지고 물소리도 경쾌해진다.
습관적으로 혹시나하고 야생화를 찾아보는데,
둥글레,애기나리,벌깨덩굴,현호색,애기똥풀,그리고 제비꽃들뿐이다.
올3월,이곳에서 극적으로 청노루귀를 만났을때의 그 짜릿한 순간은,아직까지도 잊을 수 없는 희열로 남아있다.
등선폭포
매표소를 통과하며, 4시간에 걸친 안개속의 삼악산행을 마친다.
버스를 타기위해 정류소로 향하는데,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하고,정류소에 도착하자마자 때맞춰 빈택시가 온다.
참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타임이다.
이게 다 인생을 똑바로 살아오신 큰 S님의 갸륵하신 덕분이란다.
삼악산은..안개로 꽉차도,햇살이 강해도,바람이 불어도 좋다..그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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