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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야기/산행(2009~2019)

지리산종주(성삼재~대원사)

산행일 : 2011년 6월 11일~12일

산행지 : 지리산 1915m

산행코스 : 성삼재-노고단-삼도봉-연하천-벽소령-세석-장터목(1박)-천왕봉-중봉-치밭목-대원사

산행이야기:지리종주,그 행복한 고행길에 나선다.

 

새벽4시,성삼재에 도착하니,어둠사이로 안개가 낮게 드리웠고 하늘엔 별이 총총하다.

천둥벼락을 동반한 비예보에 십중팔구 우중산행이 되리라 확신했건만,이건 완전 대반전이다.

시작부터 기분좋게,아주 가벼운 발걸음으로 긴 여정길에 오른다.

 

첫지리종주길에 나선 몽몽님이 너무 의욕이 충만한 나머지,노고단에 너무 일찍 도착한다.

가야할길이 멀기에,일출시간까지 기다리지않고 주능선으로 들어선다.

 

 

 

서서히 동이 튼다.하늘이 발갛게 물들기 시작하고,구름은 신비스러운 모양으로 하루를 열어준다.

산봉우리가 흐릿하게 섬이 되어 떠있고,새벽바람은 무진장 상쾌하다.

밤새 내린비로 바위와 돌이 젖어있어,조심 또 조심한다.

 

 

 

집에있었으면 아침밥먹을 이 시간,우리가 노루목에 와있다.

예상한 시간보다 한시간정도 빨리 도착해서,반야봉을 갈까말까 고민한다. 

체력비축하고 있을테니,혼자서 다녀오라는 말에 아쉬워하며 삼도봉으로 향한다. 

장맛비에 꼬리내린 사람들때문에 등로가 엄청나게 한적하다. 

 

 

 

 

 

연하천 대피소

 

9시도안돼 연하천에 도착한다.

몽몽님의 컨디션이 최상이다.그 덩치에 얼마나 날렵하게 걸으시는지,

앞에서 의식적으로 빠짝 땡겨걸어도 잘만 따라오신다.

요몇일 밤마실 다니느라 딱히 몸에 좋은 음식을 해드린것도 없는데..신기하다.

라면 두봉지 끓여 밥말아먹고나니,햇살이 강하게 내리쬐기 시작한다.   

 

 

 

벽소령 대피소

 

따가운 햇살에 팔과 얼굴이 익는다.아침의 그 상쾌하던 바람도 사라졌다. 

이제,가장 지루하고 힘들다는 구간으로 접어든다.

 

 

선비샘

 

 

 

 

세석 대피소

 

영신봉지나자,세석대피소가 보이니 몽몽님이 콧노래를 부르는 여유까지 부리신다.

벽소령부터 세석까지의 6킬로가 넘는 길을 정말 수월하게 걸었다.

길이 너덜길인데다,이정되어있는 킬로수가 좀처럼 줄지않는 재미없는 길인데도,

둘다 지리귀신에 홀렸는지 쌔~앵 날아왔다. 

12시 45분..시계가 고장난줄 알았다.

 

오늘아침에 출발해서 거림에서 올라오시는 이선수님께 여러번 연락을 해보지만 불통이다.

그리고 또 한분,중산리에서 올라오시는 풍경소리님께 연락을 취하니,천왕봉 바로 아래라신다.

그늘에 앉아 날치알주먹밥을 먹으며 이선수님을 기다리다가,

똥파리와 벌들이 하도 달겨들어 그냥 장터목으로 출발한다. 

 

 

세석평전의 철쭉은 고온으로 금새 져버렸단다.

그 자리를 노루오줌과 자주솜대,쥐오줌풀,두루미풀,풀솜대등의 야생화들이 차지하며 발걸음을 붙잡는다.

햇볕이 쨍쨍이다.

어제까지만해도 비만 안왔으면 했던 마음이,지금은 바람만 살짝 불어줬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이대로 가면 3시안에 충분히 장터목에 도착할테고,

일찍 도착해봤자 우리를 위해 쌀과 고기를 선뜻 짊어지고 오시는 천사같은 이선수님을 기다리느라 목빠질테니,

느릿느릿 천천히 반보씩 걸으며 아름다운 세석평전을 걷는다.

  

 

촛대봉

 

 

 

 

 

 

이쯤에서 맞은편에서 오시는 풍경소리님을 만난다.

고목나무 아래서 함께 20여분을 놀다가 아쉬운 마음으로 헤어진다.

언제나처럼 맨마지막 던져주는 멘트는 `늘 행복하십시오~~`

풍경소리님도 언제나 행복한일들만 가득하세요~~

날씨도 훈훈한데,마음까지 훈훈해져서 장터목으로 향한다.

 

장터목 대피소

 

일단 식당자리 찜해놓고,얼른 쌀과고기가 도착하기만을 기다린다.

똥파리 쫓으며 데크에 다리펴고 쉬면서 이제나저제나 쌀과고기를 기다리며 목빠지기 일보직전이다.

5시가 지나자,옆집뒷집에서 삼겹살을 굽기 시작하고,그 향기로운 냄새는 침을 꼴깍이게하고..

영어잘하는 뒷테이블산님한테 발렌타인 21년산 한잔 얻어먹고,

옆테이블산님께 가위 빌려주고 그 답례로 물휴지한통 챙기고..

그러다보니,드디어 저만치 우리의 구세주 천사님이 나타나신다.

사실,사람보다 저 배낭안에 들어있을 쌀과고기를 더 기다렸다..

 

저녁공기가 꽤 차가울때까지 삼겹살파티가 이어진다.

 누가 끓였는지 김찌찌개맛도 끝내주고,누가 지었는지 밥물도 아주 적당하다.

장셰프의 고기굽는솜씨또한 수준급이고..

그렇게 저녁시간을 즐겁게 보내고,일찌감치 잠자리에 든다.

 

 

우중충한 하늘이 왠지 조짐이 안좋다.

그 예감은 천왕봉이 가까울수록 적중하고,오늘 천왕일출은 물건너갔다.  

일찌감치 포기하고 사람들틈에 끼어 정상인증만 간신히 한다.

이선수님은 장터목으로 다시 내려가 중산리로 하산하시고,우리는 대원사방향으로 내려선다.

 

 

 

가을에한번,겨울에한번 걸어봤으니,이 여름에도 한번은 걷고 싶었다. 

 

초입부터 기생꽃이 반갑게 맞아준다.

중봉철쭉은 지금이 한창이고,멀리 조망되는 천왕봉도 일품이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지리산이 조용하다.

 

 

 

치밭목 대피소

 

샘터에서 물보충도하고,누룽지끓여먹으며 한참을 쉬어간다.

몽몽님께 이 곳 황도맛을 보여주고 싶었는데,산장지기님이 아직 꿈나라시다.

 

마지막구간,몸도 마음도 느슨해지면서 길고 긴 계곡길이 살짝 지루해진다. 

 

 

땀범벅이 되어 9시 40분쯤에 유평리에 닿는다.

이리하여 처음으로 둘이 함께한 종주길을 멋지게 마무리하는가 했더니만...

씻기위해 계곡으로 들어가 바위를 딱 밟는순간,쫄라당 미끄러지며 등산화신은채 한쪽발은 첨벙하고,

턱은 바위에 부딪히며 해롱해롱 별두개가 보이고..

하여간에 이놈의 턱은 작년부터 성할날이 없다.. 

어찌됐든,지리산맑은물에 풍덩빠져 깨끗하게 목욕재계한 후,속세로 나온다.

 

막걸리트럭짐칸을 얻어타고 대원사주차장까지 내려와,중산리에서 오시는 이선수님을 기다린다.

쌍쌍바 하나먹고 과자한봉지먹고나서 음식점평상에 누워,

한잠 자고 일어나도 오시지를 않고,또 한잠 자고나니 드디어 도착하신다.

점심먹고 쌩쌩달려 서울에오니,4시밖에 안되었다..

 

나의 이 행복한 고행길은,앞으로도 계속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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