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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야기/산행(2009~2019)

덕유산 육구종주(둘째날)

 

덕유산 둘째날

                                      

이슬비가 내린다.안개가 푹 내려앉았고,오늘도 어제와 마찬가지로 눈에 뵈는게 없는 산행을 이어갈거같다.

누룽지 끓여먹고,일찌감치 여장을 꾸린다.

 

한결 가벼워진 배낭을 메고 무룡산으로 향한다.

등로 주변으로 원추리가 반기고,살랑살랑 부는 바람과함께 안개를 벗삼아 걷기 시작한다.

날이 밝아올수록 점점 시야도 트이기 시작하고,드디어 노랑물결 넘실거리는 평전과 마주한다.  

   

 

 

 

 

 말그대로 `천상의 화원`이다.

우리집에 있는 555산행기 표지에 있는 그 그림과 똑같은 풍경이다. 

작년엔 빗속을 걷느라 이렇게 멋지게 펼쳐져있는줄을 몰랐는데..

햇살없어도 파란하늘이 아니어도,안개와 바람과 이슬비 내리는 지금의 이 상황이 분에 넘치기만하다..

오직 걷는데에만 열중하시는 몽몽님은 저만치 달아나시고,솔맨님이랑 둘이서 망아지처럼 꽃밭을 뛰다닌다.

  

 

 

 

 

 

 

 

 

 

 

 

무룡산까지는 꽃밭에서 헤매다가,이 후로는 완전 정글대탐험에 들어간다.

거미줄과 우거진숲과 젖은 수풀들과의 싸움이다.  

등로를 점령한 풀들과 나뭇가지들때문에 팔다리 다 긁히는것도 모자라,

젖은 풀들로 인해 등산화에 물이 들어가는 바람에 걸을때마다 꿀럭꿀럭 소리를 낸다.

사람보다 환경을 더 중시하는 세상이라지만,그래도 등로정리를 좀 해야할거 같다.. 

 

 

 

 

 

 

 

 

 

 

동엽령

 

동엽령에 도착하니,또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비도피할겸 쉬어갈겸해서 향적봉에서 먹을 양식을 이곳에서 탈탈털기로한다.

계단아래 그럴듯한 집한채 지어놓고 그 아래서 몽몽님이 즉석에서 만드신 짜장면한그릇이랑 

에이스와함께 다방커피한잔 마시니,

세상 부러울거없이 행복하다..

 

오늘 서울에서 내려오시는 블님들과 만나기로 한 시간이 점점 가까워온다.

아마 중봉쯤에선 접선 가능하리라..

필요한거 없냐는 메세지에 세숫물 10리터를 짊어지고 오시라 했는데,과연 P님이 짊어지고 오실까?

 

 

 

중봉

 

예상한대로 저만치서 반가운 님들이 계신다.

저번주도 만났는데.마치 몇년만의 해후인듯한 기분이 들며 무진장 반갑다..

완전 그지꼴로 나타난 우리들을 위해 일용할 양식들을 서로 내놓으시고,

우린,어제오늘의 흥미진진했던 산행담을 신나게 늘어놓는다.

날씨때문에 산행의욕상실한 L님은 오수자굴로,

`흰제비난`에 혹하신 세분들은 계획대로 동엽령으로 향하시면서 세팀으로 갈라진다.   

 

 향적봉 1514m

 

 

 조금씩 안개가 걷히며 햇님이 나오는 하늘을 얄밉게 바라보며 하산을 완료한다.

탐방센타에서 합류한 L님이 주차되어있는 육십령까지 바래다주신덕에 돈절약 시간절약하게된다.

자꾸 마음의 빚을 지게되니,

딱 한달만 부를 작정이었던 `이천사`라는 호칭은 앞으로도 계속 불러드려야할거 같다..

 

내 기억속 여름덕유는, `비,안개,원추리`라는 단어와 연관해 오랫동안 아름답게 추억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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