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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야기/산행(2009~2019)

설악산 공룡능선

산행일 : 2009년 9월 26일

산행지 : 설악산 1708m

산행코스:오색-설악폭포-대청봉-중청-소청-희운각-신선대-마등령-비선대

산행이야기 :가을은 천고마비의 계절,가을은 독서의 계절,가을은 결실의 계절,가을은 남자의 계절,그리고..가을은 산여인의 계절...

이렇게 성큼 가을이 다가오니,설악의 가을이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더구나 인터넷 여기저기서 떠도는 무슨무슨 카더라통신에 의하면,내년부터 공룡능선이 기나긴 휴식년에 들어간댄다..한고개 넘으면 기괴한 모양의 바위들이 떡~하니 나타나고,또 한고개 넘으면 또다른 모양의 바위들이 나타나 기암하게 만들고..이 거대한 공룡의 등을 얼마간은 못볼지도 모르니,얼른 다녀와야겠다는 마음에 몇일전부터 우리 몽몽이님 눈치만 살살 살핀다...

환절기마다 따라다니는 비염때문에 컨디션이 영 아니라며, 전날까지도 선뜻 대답을 안하고 있던 님이 드디어 결단을 내려주신다..

새벽 2시가넘어 서울을 출발해 오색에 도착하니 4시30분..

이야~서울춘천간 고속도로..좋긴좋네...

신발끈 꽁꽁 동여매고,렌턴도 챙기고...등산준비를마치고 4시40분부터 등반길에 나선다...

 

 

 정상까지의 중간지점인 설악폭포에 이르러 날이밝아오자,

곱게 물든 단풍들의 향연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그저 공룡이만 신경쓰느라 미처 단풍이 이토록 이쁘게 들었으거라곤 생각못했다

 

 눈두는 곳마다 노랗고 빨갛게 물들어있다.

컨디션이 안좋다며 힘들게 오르던 몽몽이님도 두리번거리며 감탄을한다.

지금까지는 오길 잘했단다..

 

 

 

 올가을 처음으로 만끽하는 이 아름다운광경에,

자꾸 눈길이 발길이, 멈춰진다.

 

 정상이 가까워온다..단풍놀이하느라 시간이 좀 지체됐다..

구름이 이리저리 옮겨다니기는해도 아직까지 날씨는 좋다..

 

 마지막 50m를 앞두고 내려다본 전경

 

 대청봉 정상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

저두 한표던집니다..

땀한방울 안흘리고,정상을 밟으면,열심히 오른 우리가 좀 억울하잖아요..

사람들이 바글거리면,그만큼 자연훼손도 심할테고요..

정상주변에 펼쳐져있는,희귀성 고산식물들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안되잖아요..

지금도 충분히, 늘어나는 등산객들로 몸살을 앓는 설악산이니,

그냥 이곳만큼은 신비의명산으로 놔두자고요..

 

 등로는 점점 안개로 차오른다..

대청에서도 보여주지 않은 전망은,

중청을 지나 하산하는 내내 안개로 꽉차 갑갑할정도다..

 

 걷히겠지,걷히겠지 하며 주문을 왼다..

산의 운치를 더해주는 운무도 오늘은 야속하기 그지없다..

웅장한 설악의 능선과 봉우리들을 하나도 내어주지않을 셈인가보다..

 

 하산길에도 단풍은 곳곳에서 고개를 내민다..

어차피 전망은 포기했으니,가을단풍이나 즐기자구..

 

 희운각

 

천불동계곡이냐,공룡능선이냐의 선택의 갈림길에 선 우리..

계획은 공룡능선이었는데,날씨때문에 잠시 쭈뼛한다.

다리에 쥐가 날거같다느니,괜히 헛기침까지하며 몸살기운이 있다느니,

현기증이 난다느니 하면서 꼬리를 싹~내리는 몽몽이님과,

계획대로 무조건 공룡으로 가야한다는 용감무쌍 대책없는 산여인..

잠시 차가운 기운이 맴돌며 침묵이 흐르고, 잠시후 내가 제안을 한다..

`그럼 따로따로가고,설악동에서 만납시다` 

어이가없는지,결국 나의손을 들어주신다.

그리하여 공룡능선으로 향한다..

 

 능선으로 들어서자,또 다른 느낌의 단풍들이 우리를 반긴다.

 

 

 여전히 안개는 걷힐듯 말듯,우리를 약올리듯,이리저리 옮겨다닌다..

저 웅장한 바위와 울긋불긋 물든 단풍의 환상적인조화를보는건,

오늘은 포기해야할거같다.

 

 가까이 보이는 기괴한 모양의 바위를 보는거로만 만족하기로 한다..

 

 

 

 급기야 신선대를 지나자마자,갑자기 후둑후둑거리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이런..하늘도 무심하시지..

오후에 잠깐 지나가는 비정도로 내린다는 비예보만 들었구만, 이건 좀 심한걸.. 

 

 땀에 비에 요렇게 생쥐꼴이 되어, 공룡능선의 진면목을 보지못한채,

안개를 뚫고다니는 빗속의 여인이 된다..

 

 5시간이나 걸려 드디어 마등령에 도착한다..

비는 계속해서 추적추적 내린다..

이 와중에 배는 또 왜이리 고픈지..

달달떠며 후딱 점심을 먹고, 비선대로 향한다..

 

 비는 그쳤지만 여전히 조망은 꽝!

나무사이로 그나마 이렇게 보이는것도 감지덕지다.

 

 맑은날 보면 정말 멋있었을 바위모양..

 

 금강굴로 오르는 계단

마등령부터는 경사가 아주 급한 내리막이라 다리가 뻐근~하니,금강굴은 그냥 통과!

 

 내린비로 단풍들은 다 떨어지고..

나무에 달린채로 그 소임을 더하다가 떨어져야하는데,아쉽다.

 

 비선대(왼쪽부터 미륵봉,형제봉,선녀봉)

 

와선대에 누워서 주변경관을 감상하던 마고선이,

 이곳에서 하늘로 올라갔다 하여 붙혀진 이름,비선대!

꼬박 12시간걸려 이제야 다 내려왔다..

 

 엉망인 옷과 신발을 씻는다..

 비와 땀에 젖은 그 냄새 참... 고약스럽구만...

 

 소공원으로 내려와 버스정류소로 향한다..

 

 설악동 입구에서 내려,잠깐 시원한 바다도 본다..

시외버스로 갈아타고,양양을지나,주차되어있는 오색으로 향하며

 오늘산행을 마무리한다.

 

하루종일 안개와 비로, 공룡능선의 그 웅장함도,

대청에서 내려다보이는 설악의 봉우리들도 제대로 즐기진 못했지만,

큰 기대 안했던 설악의 단풍만으로도 오늘산행의 만족도는 별 4개반..

힘들어도 큰내색안하고, 숫자까지 세며 땅만보고 가느라 

쾅쾅 네번이나 나무에 부딪힌 몽몽이님,

이마에 큰 훈장을 달고도 아주 뿌듯해 하셨다..

우리..다음에 날 좋을때 또 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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