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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야기/산행(2009~2019)

화악지맥(도마치고개~화악산)

산행일 : 2012년 1월 21일

산행지 : 화악지맥1구간

산행코스 : 도마치고개-수덕바위봉-싸리목-석룡산-방림고개-화악산북봉-실운현-화악터널

산행이야기:지난번에 눈때문에 잇지 못했던 화악산북봉..홍적고개에서 시작해 촉대봉찍고 응봉으로 내려와 실운현에 당도했을땐 이미 3시가 넘었었다.그냥 오르자니 너무 터무니없는 시간이고,하산하자니 너무 아쉽고..헬기장에서 북봉을 올려다보고 또 올려다보며 뒤돌아서면서 언젠가 복수하러 오겠노라 했는데...명절이 시작되는 첫휴일,강북의 드림팀이 함께모여 복수하러 간다.지난주에 이어 강원도와 경기도의 도계를 따라 마루금을 잇는다.

 

도마치고개에 주차시켜놓고,산행시작...

군작전도로를 따라 올라가는 등로엔 생각보다 눈이 많이 쌓여있다.

앞서간 발자국은 군작전도로가 끝나는 시점에서 곧 사라져버리고,

화생방 종이 있는 곳에서부터 본격적인 산길이 시작되면서,

초반부터 솔맨형님이 앞장서서 러셀하며 길을 터주신다.   

 

 

싸락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우리가 넘어야할 봉우리들은 안개속에 숨어있고,저멀리 국망봉도 계속 안개속에 있다.

그지가 눈오는날 빨래한다는 옛말이 있듯,날씨가 얼마나 포근한지 한꺼풀한꺼풀씩 벗어제낀다. 

 

 

 

이렇게나 많은눈이 쌓여있다니..깊고깊은 산중임이 실감난다.

하루나 이틀전쯤 걸었을법한 희미한 발자국과 짐승의 발자국을 길잡이삼아 나무사이를 헤친다.

툭툭 건드릴때마다 우수수 백설기같은 눈이 흩날려 머리위에 내려앉고.

어쩌다 발을 잘못 디딜라치면 전시를 대비해 만들어놓은 교통호에 가슴높이로 빠져 허우적거린다.

 

수덕바위봉..

위험한 암릉이 기다리고 있다.

눈이없으면 아무것도 아니었을 이 길을 힘겹게 기어오른다.

두 남자가 앞에서 잡아주고 끌어주고..

유독 바위길에 약하신 언니한테는 튼튼한 내 다리를 손잡이로 이용하도록하면서..

 

 

언니가 그려오신 밑그림은..석룡산까지 가서 점심을 먹고 3시쯤 북봉에 올라 

다시 빠꾸해서 38교로 하산할 작정이었는데...

오늘역시 `눈(雪)`이라는 복병이 기다리고 있었고,그 밑그림은 야무진 꿈이었음에 다들 웃음밖에 안나오고.. 

싸리목도 못미처 점심자리를 펴자,눈발이 더 강해진다.

 

명절을 맞이해 미리먹는 떡만두국..

오늘은 특별히 언니가 안동식으로 해주신다며 꾸미를 만들어오셨다.

고기와 두부씹는 식감이 좋아,두그릇이나 퍼먹고 배두드리며 저어기 겹겹이 쌓인 봉우리들을 넘으려니...

끔찍스럽긴하다..

이러다 오늘도 북봉까지 못가는건 아닌지 불안하기도하고...  

 

 

 

 

드디어 38교에서 올라오는 등로와 만난다.

4시간동안 개미새끼한마리 없던터라 웅성거리는 사람소리가 얼마나 반가운지...

젊은 아저씨 세분이 대단하다며 존경스런 눈빛으로 쳐다보신다..

아닌가? 간땡이가 부은 사람들로 보는 눈빛인가??

어쨌든 `위험지역`이라는 안내표지판을 넘어와 이제야 제대로된(?) 등로에 도착하니 감개가 무량하다..ㅎ    

 

 

석룡산 1147m

 

고속도로는 딱 1킬로뿐이었다..

`등산로없음`이라는 이정표를 따라 화악산방향으로 접어서면서 또다시 무릎까지 빠지는 눈밭속으로 들어간다.

여전히 눈발은 거세지고,조망은 당연히 꽝~~눈꽃은 환상~~

방금전에 앞서간듯한 발자국이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화악산 북봉

 

군시설물인 시멘트기둥 달랑하나 놓여있는 북봉..위풍당당하게 인증샷 찰카닥~~

오늘에야 드디어 북봉을 접수한다..앗싸구리~~~~  

 

 

바로앞에 화악산정상 공군기지시설물이 안개속에서 희미하게 나타난다.

조망은 없지만,눈꽃들이 참 아름답게 피어있다.일제히 환호한다.

여기도 이렇게 멋진데 비싼돈주고 왜 한라산까지 갔느냐?며 구박을 받기도하고..ㅎ

 

 

 

군부대를 둘러싼 철책길로 들어서 얼마못가,뭔가 잘못됐다는걸 감지한다.

북봉찍고 다시 내려가 지맥길을 이어 걸었어야했는데...

이만큼이나 온게 아까워,뒤돌아 갈 수도 없고...이대로 앞으로 전진하자니 위험천만하고...

아..아까전에 언니가 이상하다는 낌새를 차렸을때 다시 살펴볼껄!!

앞서간 발자국만 따라올랐더니만..

편한길 놔두고 막판에 고생을 사서 하는구만...

저아래로 굴러떨어지지 않기위해 철조망을 잡고 나뭇가지를 간신히 잡으며 통과한다.

  

 

 

 

 

임도 도착...

이제 한숨 돌리고나니,뱃속에서 꼬르륵꼬르륵 난리가 났다.

이럴줄 알았으면 아까 떡국한그릇 더 먹을껄..원래 하던대로 막걸리라도 마실껄..술끊었다며 괜히 사양했네..

집에가면 갈비찜 있는데..찰보리빵도있고,귤도있고..

먹을생각만하며 임도를 터벅터벅 걷는다.

 

실운현에 도착해 렌턴을 켠다..

멧돼지라도 툭 튀어나오지 않을까 걱정하면서 앞장서서 신나게 뛰어내려간다.

작년가을날 야생화본답시고 뻔질나게 드나들던 곳이라 눈감고도 갈 수 있는길..

`요 자리는 돌바늘꽃 피는곳,조 자리는 금강초롱 피는곳..` 으쓱대며 아는체도 하면서...

 

미리 불러놓은 택시가 불빛을 반짝이며 화악터널에 도착하자,구세주처럼 정말 반갑다.

냅다 달려가다가 배수로에 빠져 마지막까지 눈속에서 허우적허우적...

 

화악지맥,한북정맥..

언제부턴가 때묻지않은 그 거친 산길의 매력에 푹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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