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 : 2012년 1월 26일
산행지 : 함백산 1573 m
산행코스 : 만항재-함백산정상-은대봉-두문동재-두문동재터널
산행이야기:오랫동안 연(緣)을 맺어온 분들..일년에 고작 서너번밖에 못만나지만,늘 가깝게 마음두고 있는 분들과 오랜만에 산에서 뭉친다.
앞이 안보일정도로 눈발이 강하게 날리는 만항재..차가운 기온에 바람까지 요동을 친다.
산행채비를 하는동안 이미 손발이 얼어붙었다.
은빛으로 단장한 낙엽송숲길을 뒤로하고 함백산의 바람을 뚫고 나아간다.
가늘게 내리는 눈은 숲을 온통 은색으로 만들어 놓았다.
그 사이를 걷는 싸장님과 싸모님의 탄성은 끊이질 않고,
어디서 들어보지도 못한 구닥다리 노래까지 흥얼거리며 설경을 즐기신다.
심설산행을 기대하고 왔건만,강원도로 접어들어도 눈은 하나도 안보이고,날씨까지 잔뜩 흐려서 밍숭맹숭한 산행을 하겠구나하고 미리 실망했는데..이렇게 예쁜 눈길이 기다리고 있는줄도 모르고..
함백산 정상
서있기조차 힘들정도의 강풍이 불어댄다.
파란하늘도 잠깐이고,흐리멍텅한 하늘로 돌변하더니만,눈보라가 장난아니게 몰아친다.
물결치는 백두대간줄기도 매봉의 바람개비도 구름속에서 나오질 않는다.
간신히 몸을 지탱하며 정상을 내려서는데,
바로아래 비박팀들이 자리잡고 있다.
세상에나..이 바람을 어찌 이겨내고 하룻밤을 지새웠을꼬..미쳐도 한참 미쳤구나~~
눈알갱이들이 얼굴을 때려대고,눈으로 들어가는 통에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게걸음으로 어기적어기적거리며 주목단지로 내려선다.
무슨놈의 바람이 이렇게 독하게 불어대는지..귀가 먹먹해지고,머리까지 띵~~하다.
간식이고뭐고 그냥 빨리 하산했음 좋겠구만,
정상주는 꼭 마셔야 한다는 뚝섬싸장님이 벌써 주목아래에 자리를 잡아버리셨다.
집에서 직접 만들었다는 모주한잔..속이 찌르르해진다.
여러번 왔던길이라 빤한 길인데,눈이 너무 많이 쌓인데다가,
바람에 등로가 없어져버려 나뭇가지에 달려있는 리본만보며 걷는다.
조금만 등로를 벗어나도 허벅지까지 빠지고,등로또한 바람에 눈이 몰려있어 엎어지고 자빠지고 난리도 아니다..
요기만 올라가면 은대봉헬기장일텐데 올라서보면 아니고,조기만 올라가면 은대봉일텐데,또 아니고...
순간..눈이 공포의 대상이 된다.많아도 너무많이 쌓여있다.
열심히 은대봉으로 올라치는데,
어느 산님 한분이 저앞에 서서 애절한 눈빛으로 쳐다보시더니만,
`왜 이제야 오셨냐?`고..조난당한줄 알고 119를 불러놓고 기다리는 중이라고..
지인들한테는 10분단위로 전화좀 해달라고 부탁을 해놓았다고..
이 절박한 상황에서 우리를 만났으니..
얼결에 그 분의 구세주가 되어 동행한다.
은대봉 1442.3m
은대봉을 오늘처럼 힘겹게 오르기는 처음이다.
눈(雪)이 눈(目)을 즐겁게도 하는 반면,오늘처럼 꼴도보기싫을때도 있구나..
은대봉을 내려서면 좀 나을꺼라 생각했는데,여전히 길은 엉망이고..
바람도 더 세차게 몰아대고..
드디어 저만치에 두문동재가 보인다..
38번국도에 발을 내딛으며,이제 고생끝에 낙이오는줄 알았더니만,고생끝에 또 고생이 시작된다.
국도를 러셀하며 내려가게 될 줄이야..
이 겨울에 어찌하여 두문동재까지 택시가 다니는줄 알았을까??
우리들모두 무식이 통통 튄 발상이었다.하여간에 무식하면 용감하긴하다..ㅎ
꼬불꼬불한 도로를 따라 1시간여를 러셀하며 내려가니 다리힘이 쫙 빠져 기진맥진한다.
택시 두대를 불러 우리는 만항재까지,조난당할뻔한 아저씨는 하이원리조트까지 가면서 헤어지는데,
우리를 생명의 은인이라며 금일봉을 건네신다.
극구사양해도 받으라 받으라하니..어쩔 수 없이 받아들고..
그 돈으로 택시비하고,나머지는 저녁값에 보태고..
함백산의 눈..눈..눈...
함백산의 바람..바람..바람...
겨울함백산의 혹독한맛을 아주 제대로 겪고 온 하루였다..
당분간..함백산방향은 쳐다보지도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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