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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야기/산행(2009~2019)

여수 돌산

산행일 : 2012년 3월 12일

산행지 : 여수 돌산

산행코스 : 돌산공원-소미산-무슬목-대미산-본산-봉화산-봉황산-율림치

산행이야기: 산길을 제대로 밟아본지가 한 스무날쯤 되었나보다.무슨놈의 감기가 이렇게나 오래가는지..한해두해 나이를 먹어가면서 회복력은 다뎌지고,면역력도 떨어지고..이제 슬슬 맛이 간다고 생각하니 인생이 서글퍼진다.떡하니 기다리고 있는 돌산종주길..32킬로..두려움이 앞서지만,그래도 기본가다가 있는데 설마 낙오는 안하겠지..

 

12시 심야버스타고 여수에 도착하니,새벽4시..

이 새벽에 풍아저씨가 엄청나게 큰 리무진(?)을 끌고 나오셨다.큰일하러 내려온 우리를 위해..

콩나물해장국을 먹고나서 들머리 돌산공원으로 간다.

 

바닷바람에 새벽공기가 더없이 싱그럽다.

`까르르르`하며 울어대는 새소리도 좋고,솔잎 떨어진 촉촉한 등로는 저절로 발마사지가 된다.

 

동네뒷산을 오르내리며 마상포 명성주유소앞에 이르니,날은 완전히 밝았는데,하늘엔 먹구름이 자욱하다.

새벽을 즐기며 세월아네월아 오시는 두 분을 기다리며 주유소 자판기커피를 한잔씩 뽑아든다.

   

 

 

 

소미산 오르기전,대포 한사발씩..

 

굴전마을

 

 

소미산에 당도하니,형제섬위로 빛이 쏟아진다.

흐렸던 하늘이 조금씩 구름이 걷히고,처음으로 사방이 확트인 바다와 마주한다.

 

 

소미산을 내려오면서...

무덤옆에 양지꽃이 피어있다..역시나 남도의 봄은 빠르게 찾아온다.

뭔가하나 건졌다고 뿌듯해하고 있는데,뒤늦게 내려오신 펭아저씨는 저 위에서 제비꽃을 발견했다고..

치사빤쓰 펭아저씨...그럼 나를 불러세워야지요..    

 

 

무슬목

 

형제섬사이로 떠오르는 일출이 참 아름답다는 무슬목...

잠시..바닷바람을 쐬며 자갈해변에서 놀다간다.

파도가 부서지며 자글자글거리는 소리가 경쾌하다.

   

월망동굴

 

대미산 약수터

 

무술목을 출발하면서 풍아저씨가 조금 힘든구간이 시작된다고 하시더니만...과연 끝없이 오르막이 이어진다.

저기만 돌아가면 대미산이겠지 하면 아니고..또 아니고...

그렇게 속아넘어가다가 도착한 대미산..

물맛좋은 약수...기껏 마셨더니 풍아저씨가 3급수라고 마시면 큰일난다고 펄쩍 뛰시더니,

알고봤더니 1년내내 물마른적 없는 1급수물이라고...

풍아저씨는 뻥쟁이...

   

달암산성

 

산성에 올라 째깐한 다리로 우리가 걸어았던 길을 되짚어보고,숨어있는 돌산대교도 찾아본다.

 

 

고인돌

 

 

 

본산 273m

12시..밥시간에 본산에 도착..

돼지고기를 볶아,상추에 싸고,깻잎에 싸고,김치에 싸고..개도막걸리를 마시고..

한시간이 후딱간다...

이제부턴 몸이 나른해지는 시간...따뜻한 햇살받으며 한잠 때리고 싶구만...

 

 

본산에서 터벅터벅 내려오는길..

오우..꽃밭이다...

제일먼저 현호색이 눈에 띄더니만 주위를 살펴보니..흰노루귀,분홍노루귀들이 엄청많다.

철퍼덕 앉아버린다.우리가 종주중이라는걸 깜빡하고 시간가는줄 모른다..

이러면 안되는데..

풍아저씨가 어서가자 서둘러도 들은체도 안하고..

한 20여분을 까먹고나서야,시원한 대나무숲길로 이루어진 수죽산으로 올라간다.  

 

 

 

봉화산

 

 

 

봉화산을 내려와 봉황잡으러 가는길이 만만치않다.

헥헥거리며 오르기도 바쁜데,

등로옆으로 줄줄이 피어있는 노루귀들이 발목을 잡고,해바라기만한 복수초가 발목을 잡고..

 

 

갑자기 장딴지가 이상하다.

파스라도 뿌리면 좀 나아지려나 했더니 별 소용이 없다.몇걸음못가 주저앉고 또 주저앉고..

어? 이건 아닌데..

연약한 여인 프로젝트는 지난번 감기몸살로도 충분히 이미지성공인데..

굳이 다리까지 절뚝거리며 연약하게 보일필요까지 없는데..

 

 

봉황산

뒤에서 뭔일이 생긴줄도 모르고 나를 버리고 달아난 네명의 배신자들....

일찌감치 봉황산에 도착해 입에 한가득씩 넣고 우물거리며 간식타임을 갖고계신다. 

 

안되겠다..

더이상 못가겠다.

단순한 근육통이 아닌거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돌팔이 의료인(?)이 수지침을 몇방 찔러 괜히 아까운 피만 뽑아내고...

근육이완제까지 먹어보지만 여전하다..

몽몽님과 둘이 율림치로 탈출한다.

나같으면..향일암이 얼마남지도 않았는데 신랑이고뭐고 내버리고 끝까지 갈게 뻔한데..

그래도 그동안 같이 살아왔다고 의리를 지키시는 몽몽님..

 

임도를 돌고돌아 율림치에 도착하니..산길을 걸어온 세분의 일당들이 기다리고 계시고..

돌팍님까지 환자수송(?)을 위해 와계신다.이거 참..초면에 미안해 죽겠네..

의리라고는 코딱지만큼도 없는 일당들은 향일암으로 향하시고,

우린,돌팍님과 파전에 개도막걸리를 마시고난 후,돌산대교야경을 보러간다...

물빛에 비춰지는 돌산대교의 불빛이 참 처량하게 보인다..내마음처럼...       

 

 

9시쯤..땀냄새 풀풀 날리며 돌산대교에 도착한 종주팀과 합류해 `선어`횟집으로 이동한다.

분위기 좋고,회맛 죽이고,거기에 따라오는 이런저런 음식들도 맛나고...

근데..왜이리 술맛이 씁쓸할까?

이리하여..

돌산종주는 미완성으로 남겨놓고..

또하나 숙제꺼리를 만들어놓았다.

여러모로 신경쓰신 풍아저씨와 돌팍님..감사합니다...

그리고..산행시작하기전,낙오 일순위로 나를 지목하신 펭아저씨와

이웃을 버리고 혼자만 살겠다고 멀리멀리 달아나신 솔맨형..안감사합니다.. 

병원에 가보니..

근육이 손상되었단다..

앞으로 한달동안은 꼼짝마라는 청천벽력같은 처방이 내려졌다..

흑흑..나의 봄날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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