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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백두대간

백두대간 20구간(하늘재~차갓재)

산행일 : 2013년 4월 7일

산행지 : 백두대간 20구간(하늘재~차갓재)

산행코스 : 하늘재-포암산-대미산-차갓재(산행거리;20km)

산행이야기:겨울장비를 다시 꺼내 주섬주섬 배낭을 챙겨 추적추적 밤비 내리는 날씨속에 터벅터벅 집을 나선다.참 열성도 뻗쳤지..이 날씨에 이 야심한 밤에 산에 간다고 집을 나서다니... 

 

새벽 3시에 하늘재에 도착하니,눈이 날린다.

설마설마했는데,정말로 눈이다..

샤갈의 마을에는 3월에 눈이 온다더니,하늘재엔 4월에도 눈이온다.

아이젠과 스패치를 착용하고 산행시작~~

 

하늘재에서 포암산까지 고도를 500m가까이 올려야하는길..

아무도 지나간 흔적없는 눈길에 길을내며 오르자니 초장부터 왔다리갔다리 알바를 한다.

렌턴빛에 반짝이는 눈꽃이 너무 아름다워 탄성을 지르면서도 생각보다 많이 쌓인 눈을보니 걱정도 된다.

그냥 눈내린 정도가 아니고 거의 폭설수준이다.

 

능선에 올라서니,제법 찬바람이 강해지고..

눈은 여전히 그치지않고 눈발은 점점 굵어진다.

1시간쯤이면 도착할 줄 알았던 포암산정상은 20분을 더 넘겨서야 당도하고..

다행히 마지막 로프구간엔 계단이 설치되어있어 그나마 순조롭긴하다..

 

포암산에서 만수봉 이정표를 보며 좌측으로 방향을 잡고..

만수봉으로 갈라지는 삼거리인 마골치까지는 경사가 심해 쭉쭉 미끄러지며 내려선다.

앞으로 꼬꾸라지고 뒤로 자빠지며 눈에 푹푹 빠진끝에 어스름하게 동이 트기 시작할 무렵에야 마골치에 도착한다.

이곳부터는 통제구간..출입금지 표지판뒤로 목책을 넘어선다.

이 후,능선으로 진행하며 오르내림을 반복한다. 

 

 

손끝이 막 시려온다.

한겨울의 그 칼바람맛은 아니어도 봄속에서 방심하며 당하는 바람이라 그 강도는 더 세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이 시기에 맞는 눈산행이라 한껏 흥이나고,모두들 신나한다.   

 

 

환상의 눈길이 계속된다.시원하게 조망만 트여준다면 금상첨화일텐데 말입니다.

식사자리가 마땅치않아 계속해서 진행을 하지만,오늘같은 날은 안먹어도 배부른날...

보통 7시쯤이면 아침을 먹는데,벌써 8시를 넘어간다..

 

 

 

무척 조심해야할 암릉구간을 수월하게 통과하는가 싶었는데,`난이도 최상`인 바위구간이 눈앞에 떡 나타난다..

앞서 통과한 대장님들도 바닥과 로프가 꽁꽁 얼어붙어있어 애를 먹고..

뒤이어 통과하는 베테랑 산님들도 설설기고..

그리고.. 내 차례가 다가오자 간이 막 쫄아들고..

게걸음으로 1단계 구간을 지나고..

2단계 직벽하강에선 벌벌떨며 오토바이좀 타다가 김대장님이 몸바쳐 발디딤을 해주신 후에야 겨우 내려선다.

휴우~~

 

 

꼭두바위봉 부근에서 늦은식사를 하고...

 

 

너덜지대를 통과한 후부턴 지금까지의 암릉구간과는 달리 육산이 계속된다. 

 

 

 

마냥 걸어도 좋은길..

이 계절에 상고대가 핀 눈길을 걷게 될 줄이야...

산은..언제나 상상이상이다..예측불가하다.그래서 경이롭다.

지난 10월 점봉산에서 그 가을의 한가운데서 첫눈을 맞이할때도 그랬고,

지금 이 봄의 한가운데서 보는 설경도 그렇다.정말 경이롭다..

 

그나저나..앞서서 러셀하는 대장님..고생이 말씀이 아니시겠다..

우리야 그저 졸졸졸 따라 걸으면 그만이지만,길 찾으랴 길 내랴 애먹겠다.    

 

 

 

하늘재에서 12킬로정도 진행된 부리기재 도착..

여기부터 오늘구간의 최고봉 대미산까지는 불과 1.2킬로밖에 안남았지만,

 지금까지보다 더 많이 쌓인 눈때문에 전진하는데 어려워진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길..

흰색과 검정만 존재하는 길위에 서있다.

이 길의 끝은 내가 전혀 알지 못하는 또다른 세상이 존재할것같은 그런 느낌이 든다.

안개까지 자욱하니 묘한 분위기마저 감돈다.

 

 

 

대미산 1115m

 

힘겹게 대미산정상에 올라서니,조촐하지 않은 연회가 벌어지고 있다.

다양한 술과 고기..그리고 다양한 과일..

한숨 돌리며 이슬이한잔 꼴깍~~죽인다..ㅎ 

 

 

 

 

대미산이후 문수봉갈림길에서 우측으로 진행한다.

눈발이 좀 가늘어지긴 했지만,여전히 눈은 끊임없이 내리고... 

정말이지 날씨가 미쳤나보다..

이제 그만 그치고 하늘이나 열렸음 좋겠구만...

 

 

 

 

 

대장님이 분명 차갓재까지는 내리막이라고 했는데,오르내림의 연속이다.

투덜거렸더니,대간을 날로 먹으려고 했느냐고 핀잔만 듣고..

역시나 대간길은 그 어느 구간도 쉬운 구간이 없음을 다시금 깨닫는다.

 

 

쭉쭉 뻗은 낙엽송숲이 장관이지만,쓰러진 나무들이 앞을 막기도한다.

그 언젠가 지나간 태풍의 흔적이 아닌가싶다.. 

 

 

백두대간 중간표지석..

여기가 천왕봉과 진부령의 딱 중간지점이라고..

그동안 참 많이도 걸어왔다..

 

한걸음 내딛을때마다 아이젠에 척척 달라붙는 눈때문에 엄청 애먹는다.

두어걸음 걷다가 털어내고 또 털어내고..

아이젠을 안하자니 내리막이 문제고...

그리고...또 찾아오는 대간길의 마지막 고비..

나뿐아니라 모두들 제발 저 앞에 나타난 봉우리를 넘는건 아니겠지 하며 간절하게 믿어보지만..

걷다보면 또 하나의 봉우리가 나타나고 또 나타나고..  

 

 

 

 

산행내내 눈이 내리더니,차갓재가 가까워서야 날이 개이기 시작한다.

바로 앞엔 다음구간에 걸어야할 황장산이 신비스럽게 우뚝 서있고..

햇살이 따뜻해지면서 마치 봄바람에 벚꽃이 흩날리듯 그렇게 눈꽃이 흩날린다.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의 노랫말을 떠올린다. 

 

 

또 하나의 백두대간 중간표지석이 있는 차갓재에서 오른쪽 생달리로 하산한다.

 

 

생달리 와인공장에 도착하며,산행을 마친다.

새벽 3시부터 오후 3시까지..꼬박 12시간 걸린 산행길이었다.

눈때문에 힘겨웠지만,또한 눈때문에 즐겁게 걸었던 20구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