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둘째날
(벽소령-세석-장터목-천왕봉-장터목-백무동)
새벽 4시 30분..
일찌감치 길을 나선다.
큰 S님이 밤새 정안수 떠놓고 소 돼지에 하마와 코끼리까지 잡아놓고
환상의 아침을 맞이하도록 기도해 주신다더니...
그 기도빨이 제대로 먹혔는지 동쪽하늘은 신비스런 빛을 발하며 붉게 타오른다.
근데..그럼 뭐하냐구?? 선비샘까지 가는길엔 탁 트이는 조망처가 단 한곳도 없으니...
애닳게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동쪽하늘만 바라보면서 선비샘에 도착한다.
다시 길을 이어가다가 지리의 주능선이 한눈에 바라보이는 너른터에 이를즈음엔 먹구름이 살짝 내려앉는다.
(참기생꽃)
작년에 봤던 참기생꽃 군락지에 닿는다.
시기가 일러 여러송이는 못봐도 딱 한송이라도 봤음 하고 다가가는데..
와~~피었다.
어제 내린비에 꽃잎이 상해 참기생꽃의 단아함은 잃었어도 이렇게나마 보고가는게 어디야..
세석평전이 가깝게 다가온다.
아침을 거른터라 산장에서 풍기는 음식냄새에 시장기가 확 돈다.
산들산들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꼭 가을바람같다.
곧 비가 올듯 하늘은 회색빛이지만,산행하기엔 이보다 더 좋은 날씨는 없을듯...
늦은 아침을 먹고,모닝커피도 한잔 마시고..미나리아재비 예쁘게 피어있는 꽃길따라 촛대봉을 오른다.
(동의나물)
오늘에야 궁금증이 풀렸다.
작년에 왔을때 습지를 가득 메운 흰꽃의 정체가 궁금했는데,`왜갓냉이`라고...
올때마다 이런 고지대에 습지가 있다는게 신기할 따름..
(금강애기나리)
누구든 멈춰서게 만드는 길..
멀리 천왕봉이 보이고,초록빛 숲사이로 난 길은 언제봐도 아름답다.
지금은 이리저리 둘러봐도 막 피어나는 철쭉과 쥐오줌풀밖에 없지만,
찬바람이 불어올 가을날이면 산구절초 흐드러진 천상의 화원이 될것이다.
지리를 어머니의 산이라 했지..
어머니의 품안에 든듯..평화롭다.
이런 이유로 여러번 와도 이 너른 품이 그리운가보다.늘 우리엄마가 그리운것처럼...
연하봉
(쥐오줌풀)
(매발톱나무)
장터목대피소
백무동으로 하산하기로한다.
서울도착해서 집까지 가려면 남부터미널보다는 동서울터미널이 훨씬 수월하기에...
일단 천왕봉은 찍고 와야하는데,배낭 둘곳이 마땅찮다.
언니를 앞장세워 공단직원한테 부탁좀 해보시라 했더니,
그야말로 옥구슬이 또르르르 굴러가는 목소리로 `아저씨~~~~`하신다.
내가 들어도 홀딱 넘어가는데,그 누가 안넘어가랴~~~
문지방에 놓고 가라해도 감지덕지인데,아예 천왕봉실을 통째로 빌려주신단다.
이리하야 가볍게 카메라만 딸랑 멘채 천왕봉으로~~~
제석봉철쭉은 지금이 한창이다.
고사목과 한데 어우러져 예쁜 그림이된다.
하늘만 파랬으면~하는 아쉬움은 금세 접는다.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람덕분에 지치지않고 여기까지 잘 왔으니...이걸로 됐다.
제석봉
천왕봉
서쪽 노고단을 시작으로 여기까지 이어지는 25.5킬로의 종착점,천왕봉..
드디어 올라선다..
`한국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하다`라는 글귀를 보니,새로운 에너지가 막 솟는다.
중봉까지도 깡총발로 뛰어갔다 올 수 있을것만 같은 느낌이랄까?
다시 장터목으로 내려와 배낭 싹 털어 점심먹고..
백무동으로 하산한다.
(삿갓나물)
잘하면 동서울행 4시버스를 탈 수도 있겠다싶어 처음엔 속도를 좀 내다가
참샘에 이르러서는 생각을 고쳐먹는다.
아무래도 계곡물에 발이라도 담그고가야 할것만같다.
산위에선 몰랐는데,산아래세상이 가까울수록 얼굴은 못봐주겠고,머리는 자꾸 가렵다.
이 몰골로 버스타면 다른사람들한테 민폐될지도..
계곡에서 꽃단장(?)마치고,백무동으로 내려와 5시버스를 여유있게 기다린다.
지리종주..어느날 또 미친척하고 걸어야지..
'산행이야기 > 산행(2009~2019)'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방태산(강원 인제) (0) | 2013.06.17 |
---|---|
설악산(한계령~장수대) (0) | 2013.06.14 |
지리산 첫째날 (0) | 2013.06.01 |
설악산 공룡능선 (0) | 2013.05.24 |
지리산 서북능선 (0) | 2013.05.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