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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야기/산행(2009~2019)

키나발루 둘째날

 

키나발루 둘째날

 

새벽 2시 30분..

식당으로 내려가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정상등반을 시작한다..

 

몽몽님이 탈이 났다.

어제까지만해도 멀쩡했는데,밤새 고산증이 와서리 속이 울렁거리고 머리가 깨질듯 아프단다.

그러면서도 정상은 찍어야겠다고 꾸역꾸역 배낭을 둘러멘다.제발,정상까지 무탈하기를~~

 

헤드랜턴 불빛따라 정상으로 향한다.

숲속을 지나 암반지대에 이르니,하늘엔 별들이 총총하다.

천천히 한발한발 옮기며 가다쉬다 가다 쉬다를 반복하며 오르기를 3시간여..

별이 총총했던 하늘은 순식간에 안개로 휩싸이고,거센 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한다.

바람이 얼마나 강한지 중심을 잃으면 저아래 분화구로 추락할것만같다.

정상이 가까워지면서는 눈앞에 뵈는것이라고는 안개와 안개속을 헤매는 사람들뿐...

잠깐..아주 잠깐 붉은빛이 보이며 동쪽 봉우리들이 보이긴 하지만,아주 순식간이다.

바람을 피해 바위틈에서 안개가 걷히기를 기다려보지만,더이상 머물다가는 얼어죽을거같다..

알렉산드라봉이 어디에 있고 킹 에드워드봉이 어디에 있는지 원..그저 봉우리 이름만 처량하게 되뇌어본다. 

할 수 없다.여기까지 올랐다는 걸로 만족해야지 별 수 있나..

해발 4095m까지 오른것만해도 평해황씨 가문의 큰 영광인것을....

키나발루...항상 구름에 덮여 있어도 그 구름을 탓하지 않는 `영혼의 산`이라 했다..

구름을 탓하지 않으리...다만..입이 방정이라구..덕이 어쩌구저쩌구 했던 나의 입방정을 탓하리....

정상인증만 후다닥 하고는 산을 내려선다.  

 

 

 

 

흙한줌 없는 화산회토에 뿌리내려 바람을 이겨낸 귀한식물들을 만난다.

어쩌면 이 꽃이 한라산 정상부근에 피는 `암매`일지도 모르겠다.

생김새도 비슷하고 환경도 비슷하고....

 

 

 

당나귀 귀봉

 

 

고산증세로 힘들어하는 몽몽님은 미련없이 속도내어 산을 내려가고...

나랑 솔맨형은 아쉬워서 자꾸만 정상을 올려다보며 걸음을 늦춘다...

 

 

 

 

 

조금씩 날이 개이면서 아랫마을이 보인다.

위를 올려다보니..정상부근도 구름이 서서히 걷히고 안개가 춤을춘다.

다시 올라갈 수도 없고...

얼어죽더라도 조금만 더 기다렸다가 내려올껄 그랬나??

 

 

 

 

정상으로 향하는 마지막게이트 사얏사얏 산장에서 정상등반 확인을 받는다.

 

 

 

 

 

그나마 산아래 풍경이 정상에서의 아쉬움을 달래준다.

가이드 쩌민이 저만치 아래서 심란하게 쳐다보는것도 무시하고 천천히 꽃찍으며 풍경담으며 내려간다.

 

 

 

내려올수록 점점더 선명해지는 산위의 풍광들...

 

 

 

 

 

 

 

 

새벽에 올랐던길이 새삼스럽다.

그저 불빛만 보고 올랐는데 좀 위험하기도했다.  

 

 

 

 

산장이 가까워진다.

점점 내려가기 아쉬워진다.

 

 

 

 

 

다시 라반라타 산장 도착...

새벽부터 움직였다고 아침식사가 꿀맛이다.

워낙 빵을 좋아하는지라 여러장 구워 사과쨈 땅콩쨈 발라 먹고..계란부침도 두개나 먹는다.

고산증도 없지..먹는것도 잘먹지..나,완전 산체질인가봐... 

 

어제 힘겹게 올랐던 길..참 쉽게 내려간다.

14년 경력의 가이드 쩌민이 못 따라올정도로...

 

 

 

 

 

산장에서 쓸 부식꺼리를 이렇게 인력으로 옮긴다.

남녀노소 구분이 없다.

고무신하나 신고..지팡이도 없이 무거운 등짐을 지고 오르내리는 사람들... 

 

 

 

 

다시 팀폰게이트를 통과하며 산행을 마무리한다.

 

어제 묵었던 호텔로 이동하면서..

가이드로부터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한 산불소식을 듣는다...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에서 발생한 산불로 주변국의 연무피해가 계속 확산되고 있다.
싱가포르에 이어 말레이시아 정부도 인도네시아 산불로 인해 연무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남부지방 두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말레이시아 팔라니벨 환경부 장관이 "무아루와 레당 두 지역에 대한 비상사태 선포를 총리가 승인했다"며 특히 "무아르 지역의 대기오염지수(API)가 16년 만에 최고치인 750까지 치솟았다"고 밝혔다. 현재 무아르 지역 수백 개 학교가 문을 닫았고 주민들은 마스크없이 외출이 어려운 상황이다.` - 

 

산위에서 왜 그리 연무가 심했는지,차로 이동하는동안 하늘이 왜 그리 뿌앴는지..그 이유가 밝혀졌다.

 

호텔식대신 싱싱한 해산물로 저녁을 대신하기로 한다.

새우를 굽고 튀기고 찌고..돔처럼 생긴 생선에 가리비에..저녁상이 완전 푸짐하다..

먹고 또 먹다보니 접시는 늘어나고..

강북팀의 위력은 여기에서도 빛을 발하고...

오죽하면 음식점주인이 주문한 음식을 다 먹을 수 있냐고 물어봤을정도...ㅎ

 

가이드가 새벽부터 움직였는데 피곤하지 않느냐 자꾸만 묻는다.

괜찮다고하니 야시장을 한바퀴 돌린다.

야시장의 풍경이 생동감 넘친다.  

 

 

 

 

 

 

 

 

가이드가 또 묻는다.

정말 안 피곤하냐고...

다들 괜찮다고하니 이번엔 단골 맥주집으로 모신단다.

야외에서 닭똥집에 시원한 맥주 한캔씩을 마시고나서야 기나긴 하루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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