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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야기/산행(2009~2019)

설악산 공룡능선

 

산행일 : 2013년 7월 20일

산행지 : 설악산 공룡능선

산행코스 : 오색-대청봉-중청-희운각-공룡능선-설악동

산행이야기:7월이 시작되면서 설악의 바람꽃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큰맘먹고 갈라하면 비때문에 출입통제고..그 장맛비는 주말마다 이어져 꼼짝달싹을 못하게 되면서 바람꽃을 향한 그리움은 점점 더 커진다.근데 이게 웬일이야..이번주는 모처럼 비소식없는 주말이다.무조건 설악으로 튀리라.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고 했던가..

설악문이 열리는 3시까지 여유가있어 설악휴게소로 갈까 내설악휴게소로 갈까 하다가 설악휴게소로 들어갔더니만,

거기서 우리를 배신하고 칠형제봉으로 가신다는 쭌이형을 만날줄이야..

파란티셔츠에 빨간바지의 일명`태극기패션`은 멀리서봐도 단박에 알겠더라..

뛰어봤자 부처님 손바닥 안이지..ㅎㅎ

 

오색에서 새벽 3시부터 시작한 산행은 3시간정도걸려 대청봉에 도착한다.

그토록 그리워하던 천상의 화원에 와있건만,날씨가 장난아니다.

몸이 휘청거릴 정도로 바람이 매섭게 몰아치고,안개는 한치앞도 안보일정도로 아주 짙게 내려앉았다.

꽃들이 지천으로 널려있음 뭐해..카메라는 커녕 내몸하나 가눌 수 없는 지경인데...

바위뒤로 몸을 피해 바람이 잦아들기를 기다려보지만 그럴 기미는 눈꼽만큼도 안보이고..

안개비로 젖은 몸이 달달 떨려오고 손끝까지 막 시려오기 시작한다.

바람꽃이고뭐고 아무래도 빨리 이곳을 벗어나는게 상책이겠다.

   

 

중청까지 내려가는일이 만만찮다.

몸이 휘청휘청거려 자세를 낮추고 쇠난간을 잡으며 한발한발 뗀다.몽몽님 모자가 바람에 어디론가 날아가버린다.

이건뭐..완전 태풍수준이다.. 

이 와중에도 눈은 꽃에게로 향하는 이 몹쓸병이라니...

중청을 배경으로 공룡능선을 배경으로 예쁘게 담고 싶었는데...

그랬다..

항상 틀에 박힌 생각과 그 기대가 문제였다.

기대치에서 벗어나면 혼란스럽고 정리가 안된다.

그넘의 욕심과 집착때문에...

산을..자연을..있는 그대로 보지 못한다.그냥 바라보면 다 소중한 순간임을 늘 나중에야 깨닫게 된다.

언제쯤 빈가슴으로 산을 오를 수 있을까? 

 

중청대피소로 들어와 추위와 바람을 피한다.

아침으로 준비한 김밥을 꺼내니 참 없어보인다.정상에서 먹어보겠다고 얼려온 캔맥주는 아예 눈길도 안준다.

무겁게 왜 이걸 가져왔냐고 구박까지 하고.. 

오늘같은 날은 따뜻한 국물이 딱인데말이지..

꾸역꾸역 아침 먹으며 가야할길을 고민하기 시작하는데 답이 안나온다.

지금상태로봐선 곧 비가 쏟아질 기세고..그냥 하산하려니 미련이 남고..

이 바람을 뚫어가며 계획대로 공룡을 넘으려니 무식한것같고...

 

(둥근이질풀)

 

대피소에서 한참을 기다려봐도 날씨는 변함이 없고,

점점 바람은 더 강하게 불어댄다.

할 수 없다.

그냥 천불동계곡으로 내려가자구요..

따뜻한 캔커피로 속을 달래고나서 하늘을 원망하며 중청대피소를 나선다.

 

(등대시호)

 

 

(네귀쓴풀)

 

요동치는 바람과 사투를 벌인다.

작은꽃들은 사정없이 흔들리고 그 꽃을 담아보려고 기를 쓰고 용을 쓴다.

 

어라..하늘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한다.

나는 열려라 참깨 들깨~~하며 주문을 외고..

공룡길이 마땅찮은 몽몽님은 곧 비구름이 몰려올꺼라며 주문을 외운다.  

 

(참바위취)

 

희운각대피소

 

다시 결정의 시간..

몽몽님은 천불동으로 내려가자 하고..

나는 공룡능선으로 가자하고..  

내려오면서 살살 꾀어 내편으로 만든 헬레나언니도 공룡으로 가시겠다하고...

2:1의 상황으로 우리가 승!!

신선대까지만 다녀오기로 절충한다.

 

 

공룡능선이 보이고 하늘이 열리기 시작한다.

 

(솔나리)

 

신선대

 

속초앞바다까지 보이는 말끔한 하늘..

그 아래 웅장하게 펼쳐진 설악의 풍광들...

봉우리 하나하나 다 짚어낼 수 있을만큼 맑고 선명하다.

하늘이 무심치 않았다..

바람도 많이 잦아들었다.

 

 

 

 

작년에 봐뒀던 꽃밭을 찾아간다.

역시나..바람꽃을 비롯해 솔나리와 구름체가 대청을 바라보며 혹은 범봉을 천화대를 바라보며 아름답게 피어있다.

 

잠시나마 하늘을 원망했던 내가 괜스레 멋쩍어진다.

이렇게 아름다운 화원을 예비해둔것도 모르고...

 

 

 

 

 

 

(구름체)

 

 

 

 

달콤한시간은 너무 빨리 흘러간다.벌써 11시..

아래서 자고있던 몽몽님이 하도 불러대서 내려가니 신선대에 머무른지 한시간 반이나 흐른시간..

행복한 시간들을 뒤로하고 공룡길을 이어가기로한다.

여기서 멈추기엔 너무 아까운 날씨라..

  

 

아직도 대청은 구름속에 숨어있다.

 

솔나리가 여기저기에 참 많이도 피어있다.

갈길이 아무리 바빠도 찍고 또 찍고.. 

 

 

(구름체)

 

(등대시호)

 

 

 

만만찮은 길..

헥헥 숨을 몰아쉰다.

무지막지하게 땀이 쏟아지면서 눈이 막 따갑다.

간사한 사람마음이라니..

아까까지만해도 천덕꾸러기신세였던 캔맥주가 이제서야 엄청 땡긴다.

1275봉에 도착하면 시원~~하게 마셔주리..   

 

(연잎꿩의다리)

 

구하면 얻을것이라 했다.

꽃박사님 헬레나언니가 잎사귀를 설명해 주신걸 토대로 열심히 두리번두리번 거렸더니

결국은 보고싶었던 연잎꿩의다리를 찾아낸다.

 바람에 하도 불어대서 인내심을 갖고 담는다.

 

 

 

 

공룡길의 최대고비인 지점을 올라쳐 1275봉에 선다.

이젠..웬수같았던 아까 대청의 그 바람이 그립다.

이가 시릴만큼 차가운 황도맛이 끝내준다. 

 

 

앞으로 10년동안은 바람꽃과 솔나리를 안봐도 여한이 없다.

그만큼 참 많이도 알현한다.

설악의 봉우리들과 어우러지니 더 강인하고 옹골차보인다.

이제좀 그만 나타나야 갈길에 집중할 수 있는데...

 

(산오이풀)

 

 

 

 

꿈같은 꽃길은 끝이 날 줄 모르고,

막바지에 있는 산솜다리까지 만난다. 

 

(연잎꿩의다리)

 

 

 

하루종일 구름속에 숨어있는 대청봉..

 

(솔나리)

 

 

속초시와 속초앞바다가 손에 닿을듯 바로앞에 나타난다.

 

 

(등대시호)

 

비구름이 몰려온다.

이 산등성을 얼른 내려서야 비를 피할 수 있다며 발길을 서두르라하지만,

그게 어디 맘대로 되나..발이 떨어지지 않는구만..

그래도 믿음은 있다.

요즘들어 산행중에 비와의 숨바꼭질에서 항상 잘도 피해다녔었다.

오늘도 부디 하산할때까지 잘 참아주기를.. 

 

동자꽃이 한창인 마등령을 지나며 공룡등에서 내려선다.

 

 

 

하염없이 돌계단을 걷다보니 울산바위가 다가와있고,

또 걷다보니 계곡물소리 우렁차게 들려오는 비선대에 와있다.

소공원에 도착하니 쭌이형이 칠형제봉 산행마치고 눈빠지게 기다리고 계신다.

 

설악의 마법에 울고 웃었던 버라이어티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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