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 : 2013년 7월 27일~28일
산행지 : 덕유산
산행코스 : 설천봉-향적봉-동엽령-삿갓골대피소(1박)-남덕유산-영각사
산행이야기:보름전..덕유산 원추리를 보고싶은마음에 기대도 안하고 삿갓골대피소예약에 들어갔는데,덜컥 4명 예약이 되어버렸다.세분 의사를 묻는건 나중일이고 일단 입금부터 해놓고는 하루가 지난후에야 슬그머니 묻는척했더니,예상외로 쿨하게 콜하신다.사전에 아무런 언지도 없이 내맘대로 일정잡은게 어이없어 한번쯤 튕길법도한데말이지..하여간에 뭐든 저질러놓고 볼일이다.
곤돌라가 향적봉 턱밑에 내려주어,정상을 아주 가볍게 밟는다.
품안들이고 거저먹으니 좋기는한데,왠지 모를 찜찜함이..ㅎ
겹겹이 그려진 산그리메와 파란하늘아래 온갖 여름꽃들의 향연이 펼쳐져있는 향적봉정상..
곤돌라비용 8천원이 아깝네어쩌네 궁시렁거리며 올라왔는데,이 돈으로 어디가서 이런 풍광을 볼 수 있으랴 싶다.
(흰여로)
중봉으로 향하는 산행길은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의 주목들이 있어 더 운치있다.
그동안 여러번 눈맞춤 했음에도 나도모르게 또 걸음을 멈춘다.
어느 겨울날에 저 나무에 피었던 하얀 서리꽃을 떠올린다.
(모싯대)
(속단)
(산오이풀)
그늘 많지않은 덕유의 능선위엔 고맙게도 적당한 바람이 상쾌하게 불어온다.
땀 흐를새도 없고,차가운 물생각도 나지 않을만큼 아주 딱 걷기좋은 바람이 분다.
허나 작은 들꽃을 담기엔 약간의 인내심이 필요하다.
(바위채송화)
자칭 `천사`라 하는분이 화무십일홍 운운하며 원추리는 이미 다 졌을꺼라며 초를 치시더니만..
그 말대로 중봉아래 평전엔 이상하게도 원추리가 별루 없다.원래 없었나??
마침 지나가는 공단직원분께 꽃상태를 물으니,지난주가 절정이었다고 무룡산 원추리도 별루 없을꺼란다.
일월비비추가 꽃길을 만들어준다.
바람에 한들거리는 모습이 예쁘다.
한갓지게 걷는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박새,여로,참취,참나리,동자꽃,긴산꼬리풀등등...
덕유의 여름꽃들을 이렇게 풍성하게 맞이해본적이 없었는데,오늘 완전 꽃속에 파묻힌다.
원추리에만 급급했던 마음이 어느절에 무색해지고,다양하게 피어있는 꽃길위에서 진정한 여름덕유를 만끽한다.
이를 어쩐다..
오늘 갈길이 아무리 널널해도 이렇게 꽃놀이에 빠져있다가는 오늘중으로 삿갓재까지 갈 수는 있을까나..
꽃에 별흥미 없다시던 샷님은 아예 꽃밭에 주저앉으셨다.
갈수록 풍성해지는 원추리물결..
아까 공단직원이 잘못 알려준듯...
절정은 지났다해도 우리눈엔 지금이 초절정이고 지금 이순간이 가장 황홀한 순간이다..
좋~단다...
하늘과 초원과 꽃과 사람이 그려낸 아름다운 풍경...
산님들은 다 어디로 간걸까??
오늘,덕유의 아름다운 하늘정원을 찾은이는 별루 없다.가뭄에 콩나듯 한두사람씩 만날뿐..
쭌이형의 하트수박..
어쩜 이렇게 곰살맞게 모양을 내시는지..
참 할일도 없으셔..ㅎ
무룡산 1491m
드디어..둥둥둥..오늘의 하일라이트구간이 나오고..
누구의 바람대로 다 졌을까? 아직 남아있을까?
앞서던 몽몽님이 탄성을 지른다.
급히 발걸음을 옮기니..그야말로 천상의 화원이다.
지난주 왔다가신 숯댕이눈썹님이 살다살다 이런 노랑물결은 처음이라셨는데,
나도 살다살다 이런 노란 원추리물결은 처음이다.
두번다 빗속에서 축 늘어진 원추리만 보고갔었는데,오늘에야 맑은날씨속에서 활짝 핀 원추리군락을 만난다.
삼세번만에 성공한듯..ㅎ
꽃밭에서 가만 계실 쭌이형이 아니지..
폴짝폴짝 시키는대로(?) 참 잘도 뛰신다.
이젠 연세 생각하셔서 무릎보호차원에서 고만좀 뛰셨음 좋겠구만...
언제나 산에만오면 이팔청춘이시니...
몽몽님은 쭌이형이 새로 장만하신 두발의자에 앉아 세월을 낚고..
우리셋은 꽃속에서 연신 대포 쏘아대고...
샷님이 그런다.
하늘만 파란색이면 정말 좋겠다고..
마냥 기다려보기로한다.
대피소가 바로 아래 있으니 하산시간 걱정하며 애태울일 없기도 하거니와,
이 아름다운 화원에 더 오래 머물고 싶기에..
그러자 얼마안가 우중충했던 하늘이 구름속에서 햇님이 나오고 파란색으로 바뀐다.
그리고..우리는 또다시 꽃밭에서 허우적거린다..
두 분..모델 서달라 했더니만 너무 오버하신다~~
그야말로 꽃중년....
(산오이풀)
강한 오후의 햇살이 사정없이 쏟아진다.
하루종일 선선했던 바람도 사라졌다.
산행 마무리시점이니 얼마나 다행인지...
잠자리들이 떼지어 낮게 날아다닌다.비올징조다.
오늘은 잘 참아줬지만,내일은 아무래도 비를 피할 수 없을거같다..
(말나리)
(며느리밥풀꽃)
삿갓골대피소..
직원들이 친절하고,수용인원 적어 조용하고 단출해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대피소이기도하다.
비소식에 예약을 취소했는지 오늘은 더 조용하다.
마당에 자리를 잡는다.
삼겹살을 내놓으니 쭌이형이 궁시렁거리신다.
건강검진에서 콜레스테롤수치 높게 나와서 소고기 먹어야하는데 왜 돼지고기 준비했냐고...
나참...말문이 막혀서리...
밤공기가 참 달콤하다.
삼겹살은 노릇노릇 익어가고,한점두점 야곰야곰 먹다보니 뱃살 허릿살은 점점 불어난다.
서산으로 넘어가는 햇빛아래 시작된 우리들의 맛있는 수다는 렌턴불빛아래서도 계속 이어진다.
산이주는 풍요로움 때문이었을까?
전국팔도 알아주는 먹보들인데 가져간 삼겹살을 반도못먹고 자리를 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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