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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백두대간

백두대간 23구간(죽령~고치령)

 

산행일 : 2013년 8월 4일

산행지 : 백두대간 23구간(죽령~고치령)

산행코스 : 죽령-연화봉-비로봉-국망봉-늦은맥이재-고치령(산행거리;25km)

산행이야기:다시 한달만에 찾아온 대간길..이번구간은 늦은맥이재~고치령구간을 빼놓고는 여러번 가본터라 큰 부담이 없긴한데,비소식이 있다.대간길 걷는 목적외에 덤으로 파란하늘아래 펼쳐진 소백의 여름꽃들 만발한 초원위를 걷고싶었는데,꽃길은커녕 빗물에 밥말아먹지않으면 다행이지싶다.   

 

(개시호)

 

지난구간 들머리였던 죽령에서 시멘트도로따라 산행에 들어간다.

안개는 자욱하고,안개비는 소리없이 내린다.그러다 한차례씩 시원하게 비가 쏟아진다.

제2연화봉까지 7킬로가까운 거리를 650m정도 고도를 높이며 올라야하는길..

널찍한 시멘트도로라도 쉼없이 빠른걸음으로 걸으려니 숨이 가쁘다.

`제2연화봉`이라는 표지석까지 한번도 쉬지않고 걷다가 물한모금 마시고는 이내 좌측 비포장도로를 따른다.

고여있는 웅덩이에 발이 빠지기 일쑤다.이미 바짓가랑이는 흙탕물범벅이다.괜히 새바지입고 와서리...

 

연화봉에 이르니,벌써 날이 어슴푸레 밝아올 시간인데도 어두침침하다.

여기에 안개까지 자욱해 사위분간이 어렵고 렌턴을 계속 켜두고 숲길로 내려선다.

조심조심..미끄러자빠지면 완전 대박친다.

굴곡많은 돌길이라 한걸음 한걸음에 온갖 신경이 곤두선다.

 

습한 바람이 분다.

여전히 안개는 걷히지 않는다.

간간히 안개속에서 드러나는 꽃들에게 눈길이 가고,중간그룹이었다가 점점 후미그룹으로 처진다. 

 

 

(난장이바위솔)

 

잘 정비된 길따라 천상의 화원 소백의 초지를 걷지만,이 넘의 날씨가 안받쳐준다.

이러니 힘은 두배로 들 수 밖에..

마지막 비로봉과 연결되는 계단길이 시작되면서부터는 바람까지 세차게 몰아친다.

오늘도 변함없는 소백의바람,바람 바람이여~~

시원하다못해 춥다추워...

 

 

바람을 피해 서둘러 비로봉을 내려선다.

안개밭에서 한들거리는 수풀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날좋은 여름날에 다시한번 와봐야겠다.

 

(둥근이질풀)

 

(왜솜다리)

 

 

다행히 빗물에 밥말아먹는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비가올듯말듯 잘 참아준다.

산행시작한지 4시간만에 국망봉가는 길에 자리를 잡고 뜨끈한 국물로 식사를 하고는,

서둘러 자리를 턴다.

오늘은 하산 후에 트럭으로 이동해야해서 선두와의 격차를 줄여야만 한다는 조대장님의 말도 있거니와 덜덜 떨려서 여유부리며 앉아있을수조차 없다.

 

 

안개낀 숲속날씨가 운치있다??

마치 동양화한폭을 보는듯한?? 

개뿔..

렌즈는 습기가 차고,얼굴은 땀인지 빗물인지 모를 정체불분명한 이물질들이 줄줄 흘러대고,

꽃하나 찍겠다고 뒤로 처졌더니 마구 헤쳐진 산속에서 멧돼지가 한마리 툭 튀나올거같고..

배낭이랑 옷가지에선 벌써부터 시궁창냄새가 진동을 하고..

 

 

 

 

이 길을 몇번이나 걸어봤더라??

대충 세어봐도 다섯손가락은 넘는거 같은데...

잘난척하고 먼저들 가시라하고 뒤처져 걷다가 어이없는 알바를 하고마는 멍청한 여인..

초암사로 내려서는 삼거리에서 국망봉으로 향해야하는데 아무생각없이 멍때리며 걷다보니 이 길이 아니네..

아,이 몹쓸 직진본능이여~~

 

국망봉 1420m

 

여기부턴 무조건 뒤따라 붙는다.

 

(왜솜다리)

 

 

 

늦은맥이재로 내려서는길..

회색의 안개숲엔 색색의 꽃들이 어여쁘다.

나리꽃,노루오줌,동자꽃등등...

이슬머금은 꽃들은 색감이 유달리 진하다.

 

 

 

늦은맥이재

 

율전에서 오르는 등로와 만나는 늦은맥이재..

데크에서 한숨 쉬어가는타임..

밥먹은지 얼마됐다고 또 이것저것 뱃속으로 폭풍투하시키고나서 고치령으로 향한다.

남은거리 무려 9킬로씩이나..!!

초행길이라 궁금하기도하다.

  

인적드문길이라 초장부터 허리춤을 웃돌게 수풀로 우거져있다.

질퍽이는 길에 수풀까지 헤쳐야하는 수고로움을 감수해야한다.

 

 

 

별 특징없는 답답한 숲길이 이어진다.

조망도없고 이 길이 이 길이고 저 길이 저 길같은 비슷비슷한길..

그저 119구조목 갯수만 세며 멍하니 걷는다.

걷고있는 사실조차 모를정도로 그저 멍하게..

 

 

 

반짝하고 안개가 걷히는가 했는데,또다시 안개가 뿜어오른다.

 어쩜 날씨가 하루종일 변함이 없는지...

 

(속단)

 

연화동삼거리

 

연화동삼거리에서 직진으로 진행한다.

답답한 길은 계속 이어지고,낮은 봉우리들도 끊임없이 나타난다.

다행인것은 그 봉우리들을 허릿길로 돈다는것..

지금부턴 길이 헷갈릴때는 무조건 우측으로 진행해야한다.

 

한차례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를 온몸으로 맞아내고..

  

마당치

 

이제 얼마남지않은 고치령..2.8킬로..

언제나처럼 20킬로를 넘어서면서는 체력의 한계가 온다.

걷고는 있지만,입으로는 연신 곡소리가 나는 상황이 온다.

내가 이 고행길을 왜 시작했을까 하며 후회도 밀려오고..

이겨내야지 별 도리는 없다..

 

쉽게 그 끝을 보여주지않는 대간길..

큰 고저는 없지만 여러번의 오르내림이 있다.

또 한차례 억수로 쏟아지는 비를 맞는다.자꾸 맞다보니 통쾌한 기분이 드네...

 

고치령

 

요란하게 울어대는 매미소리들으며 10시간만에 도착한 고치령..

바로 앞 산신각에선 박수무당이 칼을 흔들며 굿판을 벌이고있고,

내내 궂었던 날씨는 밉상일정도로 해맑고 깨끗해졌다.

 

버스가 있는 좌석리까지 동네어르신 트럭으로 이동한다.

한번에 3만원..고불고불한길을 한참을 내려오다보니 전혀 아깝지 않은 금액이다.

사서한 고생길의 끝엔 갖가지 약초넣은 삼계탕이 기다리고 있다...

오늘같은 날은 필히 보양을 해야겠다고 수저를 들지만,잘 안넘어간다.

음식을 거부할만큼 몸이 꽤 곤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