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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박이야기/비박이야기

주금산 비박

 

산행일 : 2013년 8월 24일~25일

산행지 : 주금산

산행코스 : 몽골문화촌-제2코스-헬기장(비박)-독바위-정상-제1코스-몽골문화촌

산행이야기:좀처럼 비박팀이 꾸려지지 않는다.두 주나 펑크가 나버리니,비박산행의 꿈은 더 간절해지고,이번주는 기필코 어디든 다녀와야지싶다.언젠가부터 점찍어둔 주금산..집에서 그리 멀지않고,거문고소리 들린다는 아름다운 비금계곡이 있고,사방 뻥 뚫린 너른 헬기장이 있는곳...그래..거길 가야겠다.   

 

(물봉선)

 

그 옛날 가야금뜯으며 선비들이 풍류를 즐겼을법한 비금계곡엔 온통 사람들로 북새통이다.

1시간정도 오르고나서야 산이 조용해지고 숲의 향이 제대로 풍겨온다.   

 

빼곡히 들어선 키 큰 나무들이 오후의 따가운 햇살을 막아주지만,

오랫만에 멘 박짐에 땀은 줄줄 흐르고 찬찬히 거북이걸음을 할 수밖에 없다.

 

 

 

2시간걸려 도착한 헬기장..

 

벌써 두 팀이나 먼저와서 팔각정에서 해가 넘어가기를 기다리고 있다.

일단 땀먼저 식힌다음 날이 좀 선선해지자 몽몽님이 집을 짓는다.

   

뚝~~딱! 빨간타프 씌운 노란집완성~~ 

완벽하지 않냐며 스스로 공치사하는 몽몽님.. 

 

 

멋지게 해가 넘어가기 시작한다.  

 

 

 

불곡산방향으로 해가 넘어가고..

 

 

 

해진 후의 하늘은 더 끝내준다.

고기먹다말고 나와서 뚫어져라 하늘만 바라본다.

옆집아저씨는 닭발뜯다말고 닭발을 손에 든채로 감동의 단어들을 쏟아낸다.  

생각지못했던 뜻밖의 풍경을 만난 이 기쁨이란..

편한집 놔두고 짐싸들고 힘들게 올라온 보람을 갖게하는 순간이다.

 

 

 

달빛이 너무 환해 굳이 랜턴이 필요없는 밤...

둘이 주거니받거니하며 맥주 두 캔과 옆집에서 가져온 송이주 한병을 다 비워내니 딱 기분좋게 취기가 올라온다.   

커피한잔마시며 마무리할즈음 한팀이 이제서 올라와 텐트를 친다. 

여기까지 어찌 올라왔나 싶을정도로 심각하게 배가 나온 이웃집아저씨가 함께 술한잔하자 초대를하지만,

별로 내키지 않는다.

누구말대로 어울렁 더울렁 사는게 세상살이라지만,

별빛달빛 감미롭고 바람좋은 오늘같은 날은 사람보다는 자연과 더 가까이 있고싶다.

 

벌러덩 누워 본다.바로 가까이서 풀벌레소리가 들려온다.참 좋다.

날이 차가워서인지 모기가 없어 한동안 별을 이고 돗자리위에 누워있다.

 

자고로 이웃을 잘 만나야 한다 했거늘...

아까 맛있다고 마셨던 송이주가 뇌물인줄 이제야 눈치챘으니..좀 시끄러워도 눈감아달라는 뇌물.. 

쌍쌍파티 술판은 계속되고,밤이 깊어지면서 대화는 어느절에 19금 음담패설로 바뀐다.

귀닫으려 애써보지만 본능은 어쩔 수가 없는지 나도모르게 귀쫑긋 세워 저들의 대화속에 빠져들고..

자꾸 듣다보니 은근 재밌기도하고..ㅎ

딸랑 둘만 있는 적막한 산정보다는 이웃들이 있어 좋긴하다며 쿨한척한다.

인생 뭐 있어? 그저 어울려 사는게지..

 

밤새 바람소리가 요란했다.

 

바람결에 타프가 탈탈거리며 흔들리는 소리에 밤새 뒤척이다가 겨우 잠이 들어 깨어나니,6시..

텐트문을 여니..오마이 갓~~~

이것이 바로  천!지!개!벽!!!

환상적인 하늘색에 그 아래 옅은 운해가 어우러진 기똥찬 광경이 눈앞에 펼쳐져있다.

얼른 몽몽님을 깨운다.  

  

 

 

조용한 이웃들...

이렇게 아름다운 광경이 바로 앞에 있는것도 모르고 여적지 숙면중이라니...    

 

 

하늘은 점점 기기묘묘해진다.

양털구름이 빨갛게 물들면서 금방이라도 뭔 괴물이 툭 튀어나올거 같다.

내 머리털나고 이렇게 황홀한 새벽풍경은 처음...

2시간의 발품을 팔아 올라온 값치곤 너무 과한선물이다.

  

 

 

몽몽님과 함께 더 높은곳으로 올라와본다.

가평군 현리는 구름속에 갇혔고,남양주시 수동면일대도 구름속에 숨었다.

시야가 좋아 도봉산과 북한산도 한눈에 조망된다. 

 

 

운악산이 불타오른다.

얼마안가 햇님이 쑤욱 올라온다. 

 

 

알록달록한 집들이 아침빛에 물든다.

멀리 뾰족하게 천마산과 철마산이 보이고...

문득 천마산부터 철마산지나 이곳 주금산까지 이어보고 싶은 충동이 인다.

단풍철끝나고 11월쯤이면 딱 좋겠는데...

걸어볼까? 하니,침묵하는 몽몽님... 

침묵은 긍정의 다른말이라고 나름대로 해석하는 나...

 

(짚신나물)

 

 

 

붉은빛이 사라지고 구름 몽실몽실한 파란하늘이 펼쳐지면서 또한번 하늘쇼에 빠진다. 

 

 

 

 

 

헬기장에 강한 햇살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이제막 일어나기 시작한 이웃들을 뒤로하고,아침 챙겨먹고나서 일등으로 철수한다. 

산위에서 맘껏 즐겼으니 이젠 계곡에서 놀 차례..

 

 

 

 

독바위에서 내려다본 헬기장..

최고의 집터였다.

포천시,남양주시,양주시 그리고 가평군일대의 모든산들이 에워싸고 있는곳..

또다시 찾고싶다.. 

 

주금산정상찍고 1코스로 하산한다.

꽤 가팔라 뒤뚱거리며 내려오다보니,어느새 비금계곡에 닿는다. 

 

텀벙거리며 1시간넘게 물놀이하고 배고파서 라면도 끓여먹고... 

 

(세잎쥐손이)

 

주차장에 도착하니 후끈 달아오르는 지열에 숨이 막혀온다.

마석을 빠져나올때까지 계곡과 강가엔 사람들로 드글드글하다.

 

일몰과 일출이 죽음이었던 주금산..

선풍기끼고 앉아 있노라니 그 때의 그 황홀했던 풍경과 그 바람과 무수한 별들이 다시또 보고파진다.  

 

어디로든 짐꾸려 떠난다는건 설레임이다.

가슴이 뜨거워지는 떨림이다.

누가 그러더라..다리 떨리면 다닐 수 없으니,가슴이 떨릴때 다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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