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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박이야기/비박이야기

비진도 비박

산행일 : 2013년 11월 16일~17일

산행지 : 통영 비진도

산행코스 :  비진도 외항-직등길-미인도전망대(비박)-선유봉-비진암-외항-내항마을

산행이야기:날씨가 추워져서 올 비박산행은 민둥산을 끝으로 접고 있었는데,얼마전에 다녀온 펭귄님이 죽여주는 비박터가 있다며 운을 떼신다.비진도?? 숨겨진 진주같은 섬? 갑자기 비박본능이 꿈틀거리고,그 자리에서 두분을 섭외한다..반협박으로..     

 

오늘 함께 가시는 분..

샷마스타님..비박경험 1회,이번 비박을 위해 부랴부랴 105리터 배낭 구입하심..

펭귄님..비박경험 1회,역시 이번 비박을 위해 부랴부랴 95리터 배낭과 얼어죽지 않기위해 고급침낭 구입하심..

그리고 나..비박경험 10회,혼자힘으로 텐트 친 경험 단 한번도 없음.. 

과연..`환상의 드림팀`이 될것인지,아님 몇몇분이 원하는대로`오합지졸 드럼통`이 될것인지..

 

11시에 비진도로 출발하는 배시간을 딱 20분 남겨두고 통영여객터미널에 도착한다.

몽몽님이 차키 둔 곳을 까먹어 한참을 찾는 바람에 내가 약속장소에 15분씩이나 늦은데다,

 짙은안개로 인해 도로상태가 안좋아 아침도 거르며 달리고 달린끝에 간신히 시간을 맞춘것..

샷님은 주차장으로 향하시고..펭귄님은 배표끊으러 달리시고..나는 충무김밥집으로 뛰고..

우여곡절끝에 비진도행 배에 올라 드디어 두근두근 가슴설레는 섬으로 떠난다~~

 

40여분만에 비진도 외항마을에 도착하고..

 

짧고 굵은 직등길을 택한다.

이 큰 배낭을 어찌 짊어지나 걱정하시더니,일단 첫발걸음은 가벼운 두분..

뒷모습은 정말 폼난다..

  

 

 

왠일로 첫끗발이 좋다 했더니만,얼마안가 사람 할짓이 아니라며 배낭 던져버리신 두 분..

물이 출렁거려 걸음이 이상하다는둥..배가나와 허리벨트가 골반까지 안내려간다는둥 하며 한숨만 쉰다.

오늘 함께 오기로 약속했던 가을향기언니가 일이 생겨 불참하면서 두 보디가드 끼고 잘 다녀오라 했건만..

보디가드는 커녕 오르기도 전에 퍼져서 오히려 짐이 되진 않을까 깝깝하기만 하다.. 

 

 

망부석이 보이는 전망대에 올라선다.

우리가 묵을 미인도 전망대도 바로 가까이 있다. 

 

 

 

드디어 도착한 미인도 전망대..

곱고 하얀 모래사장으로 연결된 내항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이고,바닷색은 아름다운 푸른 산호빛으로 빛난다.

이곳 외항과 내항을 잇는 길을 사이에 두고,해뜨는 쪽은 몽돌해변이고 해지는 쪽은 모래해변이다. 

 

섬비박의 묘미는 여유다.

크게 힘들이지 않고 산정에 올라 바다를 조망하며 느긋하게 있는 시간,지금 이 시간을 한껏 즐긴다.

여기에 맥주한잔 곁들이면? 하는 순간,샷님배낭에서 나온건?? 예쁘게 썰어온 과일에 캔맥주 500리터..

와우~~이렇게 세심하시다니..예전엔 미처 몰랐네요..

펭귄님은 바로 이 시간을 위해 새로 장만한 헬리녹스 의자를 꺼내 한껏 폼을 내신다.

  

 

연습을 실전같이 했건만..어디까지나 연습은 연습이었을뿐..

어젯밤 몽몽님한테 온갖 구박 다 당해가며 특훈까지 받아 거실에 두번이나 텐트치는 연습을 했지만.. 

이 폴대가 가로인지 세로인지조차 구분이 잘 안가고,시작부터 뒤죽박죽 감을 못잡겠다. 

꼭지점이 어쩌구 저쩌구 했었는데,그조차 까맣게 잊고...

특훈을 엉터리로 받았다며 낄낄거리며 놀려대는 두 분..

결국은 혼자힘으로 못하고 셋이 머리 맞대고 낑낑거리며 어찌어찌 설치한다.  

 

대충 설치해놓고..일몰지로 향한다.

처음엔 15분거리에 있는 선유봉까지만 다녀올참이었지만..

저아래 남구절초가 있다는 펭귄님의 말에 혹해서 욕심부리다 자꾸만 가다보니 어느새 1시간가량 내려와버렸다.

 

바닷물이 붉게 물들었다.

바위틈엔 해국이 오후의 빛에 아름답게 빛나고..저녁바다는 평화롭고 고요하다..

 

 

 

 

에머랄드빛 바다가 검푸른 색으로 변할즈음..

정신차리고보니 벌써 어두워진다. 

1.5킬로나 떨어진 사이트까지 마구 내달린다. 

 

이토록 아름다운 달빛바다를 본적이 없었다.

일몰지에서 기진맥진해서 돌아와보니..달빛에 빛나는 밤바다가 눈앞에 펼쳐져있다.

날짜를 헤아려보니 때마침 보름을 하루앞둔 날이다.

이런 기막힌 풍광속에 척척 저녁상이 차려진다.

샷님은 고기굽고..펭귄님은 밥짓고..

펭귄님이 깜짝선물로 가져오신 꽃등심은 그야말로 눈깜짝할새 폭풍흡입된다.

2차로 삼겹살 파티가 시작되고..

술 못마시는 두 분 앞에서 혼자만 홀짝홀짝..

 

 

 

참으로 포근한 이 밤..

얼어죽지 않을까 했던 걱정은 괜한 우려였다.

다운쟈켓도 장갑도 필요없을정도의 축복받은 밤날씨다.

파도소리 들으며 잠자리에 든다.

 

새벽 3시..

후둑후둑 텐트위로 빗방울이 떨어진다.

호들갑떨며 밖으로 나와 타프를 쳐야하네 어쩌네 하고있는데,두분은 완전 운치있다며 천하태평이시다.

다행히 비는 오래가지 않았다.

 

햇님이 빼꼼히 먹구름속에서 나온다.

아침바다는 어제보다 더 색이 짙어졌다.

 

아침부터 또 삼겹살~~

처음엔 별루 안내킨다고들 하더니만 한점한점 먹다보니 어느새 싹~해치우고마는 우리..ㅎ

 

 

일사천리로 짐정리를 하고는 비박지를 떠나 산호길따라 비진암으로 향한다. 

 

어제..해지는 풍경을 바라봤던 전망대에 다시선다.

또다른 맛으로 바다를 바라본다. 

 

 

태풍이 불어올때 높은 파도가 저 바위 위를 넘나들면서 소나무 가지위에 갈치들이 걸쳐있다하여 이름 붙여진

 `갈치바위`..

오랜세월 침식과 풍화작용을 거듭한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나있다..

 

 

 

 

비진암

 

하산길은 더없이 부드럽고 아름답다.

후박나무 군락지가 쭉 이어지다가,동백나무가 터널을 이루고..

해변가따라 꿈길처럼 예쁜 오솔길이 이어지다가 만난 비진암..

문걸어 잠근 아무도 없는 암자지만,나도모르게 목소리 낮추고 발소리도 낮춘다.

 

 

 

 

 

바닷바람과 파도가 예사롭지 않다 했는데,

아니나다를까 통영으로 나가는 배가 접안하기 어렵다며 내항에서 출항한단다.

부지런히 내항마을로 이동한다.  

 

 

 

30여분을 땀빼며 걸어 내항마을에 도착하고..

부우우우~뱃고동 울리며 비진도를 떠난다.1박 2일의 추억을 한아름 안고... 

 

막혀도 막혀도 너무 막히는 도로..

통영에서 3시에 출발했는데 10시 가까워 서울에 닿는다.

경비실앞을 지나자니 아저씨가 뚫어져라 빤히 쳐다본다.

짜리몽땅한 아줌마가 머리위까지 올라오는 배낭메고,카메라는 목에 걸었지

한손엔 몽몽님 먹이겠다고 사들고 온 충무김밥 봉다리 들었지,다른 한손엔 샷님이 사주신 꿀빵한박스 들었으니..

엘리베이터안에서 거울 들여다보니..내가봐도 참 볼만하다.. 

 

초보비박꾼 3인방의 1박 2일은 성공적이었다.

드럼통이 아닌 환상의 드림팀이었고,

이번으로 쫑칠거라는 몇몇분의 예상을 뒤엎고 또다른 비박을 계획하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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