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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야기/산행(2009~2019)

설악산

산행일 : 2013년 8월 28일~29일

산행지 : 설악산

산행코스 : 한계령-중청-대청-희운각-비선대-소공원

산행이야기:갑자기 설악산바람이 불어 대피소예약에 들어가니 자리가 널널하다.이게 왠일인가 했더니 `설악산 비올확률 80%`라는 기상청예보가 있고,시간이 흐를수록 취소자는 늘어만간다.기왕 맘먹은거 비가오든말든 다녀오자싶어 배낭을 꾸린다.

 

(금강초롱)

 

가을의 문턱에 들어선 설악은 벌써 가을내음이 난다.

싸늘함이 느껴지는 바람에 누르스름한 수풀..그리고,꽃들은 가을꽃들로 싹 물갈이 되어있다.

금강초롱부터 투구꽃,진범,구절초,쑥부쟁이....   

 

 

나홀로산객들이 많다.혼자걷는길보다 앞뒤로 같은곳을 향해 가는 동무들이 있어 심심치않다. 

내려오는 버스안에서 옆자리에 앉았던 아줌마는 다리에 자꾸 쥐가 난다며 걸음을 자주 멈춘다.

도움드리고 싶어도 뿌리는 파스도 하나 안가져 왔으니..

번거로워도 비상약은 꼭 챙겨 다녀야겠다.홀로산행엔 뭔일이 생길지도 모를일...   

 

 

 

끝청에 선다.

남설악도 내설악도 다 구름속에 잠겼다.

 

(투구꽃)

 

 

(참회나무열매)

 

중청대피소가 코앞이다.

너무 일찍 도착했다.

탁구공아래 꽃밭에 눌러앉는다.

산오이풀은 시기가 늦었지만,특유의 색감을 띠며 예쁘게 피어있고,구절초는 이제막 피어나기 시작했다.

오후부터 온다는 비는 아직이고,

회색하늘아래 대청봉이 우뚝 솟아있다.   

 

 

 

아직 입실시간이 30분이나 남았다.

대피소 한켠에 배낭 내려놓고 대청을 오른다. 

 

 

바람꽃 피었던 그 자리엔 구절초가 주인이 됐다.

순백의 드레스가 연상되는 꽃..

지리산 연하선경 구절초는 어느만큼 피었을까 궁금하고,올해는 꼭 황매산 구절초를 보리라 맘먹는다. 

 

 

 

 

 

오늘따라 파릇파릇하게 젊은 학생들이 많다.

하나같이 샤워장은 어디 있느냐고 묻는다..ㅎ

2층의 넓고 구석진자리를 배정받는다.

매우 친절한 산장이라며 손수 담요두장을 배달까지 해주는 직원분..

평상에 앉아 있는 모습이 외롭게 보였는지 심심치않게 한동안 말동무가 되어준다.땡큐~~   

 

인적없는 조용한 대청봉을 다시 오른다.

셀카놀이도 하면서...

 

 

 

 

조용한 산장..

코고는 사람도 없다.휴대폰소리도 별루 없다.아줌마 아저씨들의 웅성거림도 없다..

단잠을 잔다.

 

(신선대)

 

어마어마한 바람소리에 잠이깬다.

나가보니..몸이 막 휘청거릴정도로 비바람이 장난아니다.

아침먹고나서도 바람은 여전히 강하게 몰아친다.

어디로 갈것인가??

일단 여기를 벗어나자싶어 중청을 나서지만,몇걸음못가 되돌아온다.

초고속강풍에 걸음조차 걸을 수 없다.

 

기다려도 잦아들지않는 비바람..

다시 용기내어 중청을 나선다.

어찌어찌 희운각까지 내려오니 상황은 좀 나아진다.

신선대까지만  다녀오기로 욕심내어본다.

 

또 어찌어찌 신선대에 도착하니..

세상에나..그야말로 고강력 태풍급 바람이 눈도 못뜨고 귀가 먹먹해질정도로 몰아친다.

즐거움의 산이 공포와 두려움의 대상으로 바뀐다.

아끼던 모자가 그만 어디론가 날아가버린다.

바위뒤에 몸을 피해 범봉을 바라본다.

신령스러웠던 범봉이 성난 괴물이되어 노려보는거같다.

저 많은 봉우리들이 나를향해 막 달겨드는거같다.

시선을 피하고 몸을 움추린다.

다리가 튀어나오면 튀어나온 만큼 다리를 잘라 죽인다는 그리스신화의 그 괴물이 생각난다.

 

천불동계곡으로 접어든다.이제사 가슴을 쓸어내린다.

우의가 있는데도 일부러 비맞으며 터벅터벅 걸어내려온다.

안개가 조금씩 걷히면서 계곡의 멋이 드러나기 시작하고,

수량 풍부해진 천당폭포는 그 어느때보다도 장관이지만,

오늘은 왠지 이곳을 빨리 벗어나고만싶다..  

 

저녁밥시간 전에 집에 도착한다.

퇴근하는 몽몽님한테 살아돌아온 기념(?)으로 막걸리한사발 받아오라 하고는,

부추넣고 호박넣고 매운고추 썰어놓고 전을 부친다. 

새삼 내 집이 이렇게 편안하고 따뜻한 곳이었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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