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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야기/산행(2009~2019)

불수사도북(5산종주)

 

산행일 : 2013년 9월 16일~17일

산행지 : 불수사도북

산행코스 : 삼육대-불암산-덕릉고개-수락산-회룡역-범골-사패산-도봉산-우이동-영봉-비봉-불광역

산행이야기:추석연휴 산행지를 놓고 술자리서 가볍게 농담삼아 오간 말이 `취중진담`이 되어버렸다.정작 말꺼낸 사람은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곧이곧대로 믿은 나는 날짜잡느라 고심을 하고..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연휴시작전에 해버리자며 거사일(?)을 잡는다.

 

누가 그러더라..불수사도북의 정석은 `삼육대`부터 시작하는거라고...

그래서 정석대로 삼육대를 들머리로 잡았는데,시작부터 삐그덕거린다.

야간산행은 금지라며 산행초입에서 가로막는다.이런 낭패가 있나..

대한민국에 안되는게 어딨어? 다~되지..

싹싹 빌며 애원한끝에 간신히 통과하고,제명호에 접어드는데..

이건 또 뭐여?? 오토바이 순찰대가 또 가로막는다.

또다시 애원 또 애원...

 

두번의 저지선(?)을 뚫고나서야 산길로 들어선다.

 

새로운 길로 가자며 넓은길 놔두고 굳이 거친길을 택하는 솔맨님..

내가 힘이 있나..그저 따라가는 수 밖에..

초장부터 희미한 등로를 마구 치고 올라갈때부터 이상하다 했는데,아니나 다를까 웬 철조망이 나타난다.

철조망너머를 보니 널찍한 길이 보인다며 월담을 하자시는데..아무리 바둥바둥거려도 넘어서지를 못하겠다.

결국 땅을 파서 두더지처럼 바닥을 기어 넘어서고..아,이게 뭐하는 짓이여~~

이제 제대로 길을 찾았구나 하고 속도내어 걷는데,앞을 또 가로막는 철조망..아,내가 미쳐요..

다시 월담을 하자시는 솔맨님..무슨 똥개훈련 시키는것도 아니고...

할 수 없이 또다시 땅을 파고 바닥을 긴다.솔맨님은 폼나게 철조망위를 넘어서고...

 

얼마안가 중계동 백사마을에서 올라오는 등로와 만나며 제대로 가고있음을 확인한다.   

 

초반에 똥개훈련을 하느라 잡아먹은 시간을 만회하려고 빠짝 속도내어 걷는다.

가장 가볍게 넘어야 할 불암산을 아주 멀고도 먼 산처럼 느끼며 도착한 불암산..

이제야 한숨 돌리며 물한잔 마시는 여유를 갖는다.

   

건너편 북한산을 배경삼아 야경을 담아본다.

 

서울외곽고속도로도 담아보고...

 

덕릉고개 넘어 철문을 통과하며 두번째 목적지 수락산으로 진입한다.

둘은 말이 없다.그저 앞서거니 뒤서거니하며 침묵하며 걷는다.

고요한 밤길위엔 거친숨소리와 스틱 부딪는 소리뿐이다.

두번 다시는 무식한산행은 안하겠다 맘먹었는데,또다시 이 길위에 있으니..사람맘이란 알다가도 모를일이다.

 

조망바위에 앉아 방금전에 지나온 불암산을 바라본다.

 

수락산 주봉

 

수락산과 도봉산구간은 가장 자신있는 구간이다.

수백번도 더 와 본 산이라,(뻥을 좀 보태말하자면)눈감고도 걸을 수 있을정도..

산길이 익숙해서인지 어렵지않게 수락산에 닿는다.

솔맨님 앞에서 빨랑좀 오시라며 큰소리도 쳐가며... 

 

기차바위

 

동막골 초소를 지나며 수락산구간을 마무리한다.

산행초반 변수들이 많아 예상시간보다 2시간이나 넘게 지체됐다.  

회룡역 굴다리를 지나 시내를 통과하며 이온음료 한병씩만 들이키고는 곧바로 사패산 범골로 진입한다.

 

사패산

 

4시..

여유를 갖고 충분히 휴식한다.

요기도하고,양말벗고 바위에 누워도 보고...

 

밤새 걸어왔던 불암산과 수락산이 건너편에 보이고..

이번엔 다른방향에서 서울외곽순환도로를 내려다본다.

 

사패능선과 포대능선을 힘겹게 통과한다.

차라리 모르는게 나을것을..

어떤길이 기다리고 있는지 빤히 아는 상태에서 걷자니 발걸음이 더 무겁다.

괜히 한숨만 나오고..

바람은 어쩜 이리도 없는지..한없이 물만 들이킨다..

 

`Y계곡`이 시작되는 지점에 이르니 서서히 날이 샌다.

날씨를 보아하니,일출은 물건너간거같다.먹구름이 짙다.

그래도 산그리메하나는 참 멋드러지다.

 

 

 

 

 

날이 새면서 이리저리 둘러보느라 시선이 분산되고,저절로 발걸음은 더뎌진다. 

지금 이 시간이 언제 또 올지 모른다고 생각하니,눈에 보이는 모든것이 다 특별해진다.

지난번 걸었을때보다 시간적여유가 좀 있으니 천천히 머물다 가자 한다. 

 

 

신선대

 

사패산 너머로 옅은 운해가 걸려있고,

도봉의 세개의 봉우리 자운봉,만장봉,선인봉이 서울시를 보듬고 있다.

해가 먹구름속에서 나올때까지 기다렸다 갔음 좋으련만,솔맨님이 걸음을 재촉한다.

우이동으로 지원산행 나오실 싸부님과의 약속시간을 못맞출거같다. 

     

 

 

길고 힘든 산행길이 기다리고 있는 오늘하루.. 

그 오늘하루의 해가 뜬다.. 

 

 

도봉주능선엔 아침햇살이 따갑게 내리쬔다.

바람한점없는 날씨에 지금껏 들이킨 물만 대략 어림잡아 4리터..

평소 산행중에 물을 잘 안마시는 솔맨님도 마시고 또 마시고...

 

지척에 있는 북한산이 너무나도 먼 당신으로 보인다.

언제 저기까지 갈런지...

 

 

 

우이암

 

우이동으로의 하산길이 왜이리도 먼지..

계곡물에 서걱서걱 소금기 가득한 얼굴을 씻어낸다.

 

육모정탐방센타

 

싸부님이 기다리고 계신다.얼마나 반갑고 고마운지..

함께 걸어주는 산동무가 있다는건 참 감사한 일인것을..

미리 수배해놓으신 음식점에서 김치찌개로 아침을 먹고 물보충도 꽉꽉하고..커피도 마시고..그러고나니 9시 30분..

 

이제..마의 구간,마지막 북한산만 남았다.

든든하게 밥도 먹었겠다,연세는 좀 있지만 공수부대출신이신 지원군도 있겠다,씩씩하게 영봉으로 향한다. 

 

영봉

 

어제 오늘 걸은 구간중 가장 힘들게 걸어 영봉에 도착한다.

 점점 체력의 한계가 온다.

양말을 갈아신고 사과반쪽을 먹으며 힘을 내본다.

 

하루재

 

도선사로 곧장 오르면 끽해야 한시간이면 떡을 칠것을..

육모정고개로 영봉으로 똥빼며 도착한 하루재..

 

 

 

 

백운산장에서 술과 고기로 중간파티..

알콜이 들어가서 그런가,갑자기 없던 힘이 생긴다.

단백질보충을 해서 그런가,다리에 힘도 팍팍 들어가는거같고..ㅎ 

새로운에너지를 얻어 위문 오름길을 시작한다.

 

위문

 

못말리는 솔맨님..

이 뙤약볕에 기어이 백운대를 가시겠다고..

하여간에 힘이 남아도신다니까..

갈길이 바쁘니 20분이상은 못기다린다 했더니만,

딱 20분만에 다녀오신다.헐~~

  

 

단풍이 들기 시작하는 북한산..

올 단풍철엔 북한산을 자주 와야겠다 맘먹는다.

계곡단풍이야 말할것도 없겠지만,성곽길따라 단풍들면 참 예쁠거같다.. 

 

용암문

 

성곽길이 시작된다.

산성너머 세상을 훔쳐보고 돌틈사이로 삐집고 나온 들꽃들을 보며 부지런히 발을 옮긴다.

속도내기엔 딱인 길이다.

 

대동문

 

 

대남문

 

한맺힌 추억의 장소,대남문..

두해전..시간이 없어 여기서 길을 멈춰야했던곳..

 

오늘 역시 몸뚱아리는 여기서 그만 멈추자한다.그러나 마음은 이미 불광동으로 가있는상태.. 

 

 

멀리 사모바위와 비봉이 보인다.

아,이제 머지 않았구나..

 

사모바위

 

 

족두리봉

 

향로봉을 우회한다는것이 방향을 잘못잡아 그만 알바를 하고만다.

계곡이 나올리가 없는데 계곡물이 흐르고,약수터가 나오고... 

젖먹던힘까지 써가며 방향틀어 능선에 올라서니,족두리봉이 900m남았다.

900m거리가 구만리처럼 느껴지면서 발걸음은 천근만근이다..

족두리봉을 지나고..마지막 바위구간을 힘겹게 내려온다..

그리고나니..드디어 불광동이다..

다 걸어냈다...

45.5킬로...소요시간 21시간 30분...

내가 미쳤지..맞다..미치지 않았음 절대로 못했을거다..

 

으쓱해서 집에 왔더니..몽몽님이 책한권을 내민다.반드시 정독하여 읽으란다.

`등산이 내 몸을 망친다`..

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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