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 : 2014년 2월 8일
산행지 : 금원산 1352m
산행코스 : 자연휴양림-문바위-마애삼존불-금원산-동봉-팔각정-유안청계곡-자연휴양림
산행이야기:유난히 눈이 인색했던 이 겨울,이대로 봄이 오는건 아닌가 싶을정도로 참 겨울답지 않은 포근한 날씨가 이어지더니만..반갑게도 주말 눈소식이 있다.오데로 튈까나?? 이런저런 궁리끝에 한번도 안 가봤던 곳,금원~기백산으로 결정한다.
눈과 비가 뒤섞여 내리더니 육십령 터널을 지나자 함박눈으로 바뀌고,지곡 IC를 빠져나와 위천면내로 접어드니 창밖으로 보이는 설경이 가히 환상적이다.운전수는 심란해하고,나는 눈치없이 좋아라 소리지르고..휴양림을 얼마 안남겨두고 거북이걸음을 하던 차는 기어이 헛바퀴질을 하며 멈춰선다.
스프레이체인까지 뿌려보지만,제자리서 빙글빙글 돌기만하고..
어찌어찌 살살 움직여 갓길에 주차시켜놓고는 걸어올라간다.
오늘 산길은 우리가 첫손님이다.
새하얀 눈위에 첫 발자국을 내며 한껏 흥분된 마음으로 눈덮인 지재미골 계곡을 따른다.
하염없이 내리는 눈..
또 기상청의 예보는 어긋났다.
9시까지만 내린다더니 눈은 그칠 줄을 모른다.
문바위를 지나고..
임도에서 50m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가섭암 마애삼존불도 들른다.
임도가 끝나고 지재미골 마지막집을 지나니 노박덩굴이 눈에 들어온다.
꽃없는 이 계절에 조롱조롱 매달린 겨울열매,노박덩굴이 겨울숲을 예쁘게 장식하고 있다.
갑자기 이 열매의 꽃이 궁금해진다.
또다시 임도와 만나고..
벌써부터 곡소리를 내시는 강선수님은 정상으로가는 3.2킬로의 짧은 길을 택해 방향을 틀고 계신다.
몸에 좋다는 산도라지 하나씩 뇌물로 돌리시며...
임도와 산길을 번갈아가며 걷다가 잣나무숲을 지나는 지점부턴 본격적인 산길이 시작된다.
눈은 그칠 기미가 안보이고,점점 더 내린다.
설상가상이라더니..한걸음 내딛을때마다 눈이 그대로 아이젠에 들러붙는통에 속도가 나지 않는다.
그래도 오를수록 눈꽃이 화려해지니,심설산행의 맛과 멋을 제대로 만끽하는 날인거같다.
능선에 올라서니 겨울왕국이 따로없다.
Let it go~Let it go~~~영화속 한장면을 떠올리며 몹쓸 재연도 해보고...ㅎ
안나가 눈의 여왕이 된 엘사언니를 찾아가는 도중에 눈앞에 나타난 환상적인 설경을 보고 말했던 대사도 읊어본다.
`겨울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을거라고는 생각 못했어요.정말 아름다워요..색을 넣어보는건 어떨까? 빨간색? 노란색?`...
지켜보는 세사람,하도 어이없으니 웃지도 않는다.
정신연령이 완전 중학생수준이라고..ㅎ
눈은 쉼없이 내린다.
몽몽님이 앞장서 눈가루를 뒤집어 써가며 산죽길을 낸다.
눈속에 숨어있는 밧줄찾아 첫번째 바위구간을 통과하고...
발디딜곳을 찾아가며 네발로 엉금엉금 기어올라야하는 구간...
금원산 1353m
4시간이 걸렸다.
조망은 포기하고..황홀한 눈꽃과 상고대로 위안삼는다.
여전히 흩날리는 눈때문에 밥자리를 찾지못하고,동봉 아래 팔각정으로 부지런히 이동한다.
동봉
철쭉길끝에 아스라히 보여지는 팔각정이 반갑다.
멈춰설곳이 마땅찮아 간식도 제대로 못먹고 눈길을 이어온터라 배꼽시계가 장난아니게 울려대는 참이다.
자리에 앉자마자 흙묻은 돗자리 뒤집어쓰고 끙끙 앓는 소리를 하시는 강선수님..
더이상은 못가겠다시며 밥먹고 그냥 내려가자신다.
거망산까지 가자고 하실땐 언제고,딸랑 금원산 하나로 끝내시려하다니...
그러면서 몸이 부실한게 아니고 아이젠이 안좋아 안가시는 거라고 끝까지 저질체력임을 부정하신다.
근데..나머지 두 분도 말은 안하셔도 은근 반기는 분위기라는거..
결국..기백산을 포기하고 산을 내려선다.
누구는 한방에 `기금거황`을 했는데,세번에 나누어 걷게 생겼구만...
따뜻한 봄날에 다시 오자 약속한다.
그 때 다시올땐 일체의 경비는 물론 뒷풀이로 중국 황제들이 먹었다던 `만한전석`을 강선수님이 쏘시기로 하고...
유안청계곡길역시 우리가 첫걸음이다.
샷님이 앞장서 러셀을 하시고..
몽몽님은 부실한 형님 모시고 내려오고...
임도에서 휴양림까지 4킬로..
이제 길도 편하겠다,시간도 넉넉하겠다,다들 동심으로 돌아가 눈놀이 삼매경~~~
정말이지 오늘은 원없이 눈구경하는날...
다시 휴양림에 도착하며 산행을 마무리한다.
여전히 눈은 하염없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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