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비박이야기/비박이야기

거문도 비박

 

산행일 : 2014년 3월 8일~9일

산행지 : 거문도 불탄봉

산행코스 : 고도선착장-녹산등대-불탄봉(비박)-보로봉-거문도등대-거문공원-고도선착장

산행이야기:고민끝에 결정한 거문도행이다.둘이 움직이다보니 비용이 만만찮고,서울에서의 거리도 꽤 되는데다 두시간도 넘는 뱃길이 부담스러웠다.일단 맘먹기가 어렵지 막상 떠나기로 결정하니,이런저런 근심은 어느절에 사라지고 그 자리엔 설레임과 호기심으로 차오른다.어쨌든,여행은 떠나고 볼 일이다..     

 

서울에서 4시간,다시 여수항에서 뱃길로 두시간 반..

먼 뱃길의 지루함은 수니님과의 깜짝만남으로 흥미로운 여행이 되고, 

파도가 잔잔해 배멀미없이 고도선착장에 무사히 도착한다.

차가운 바닷바람,하지만 훈훈한 사람들과의 동행으로 섬에 내딛은 첫발걸음이 기분좋다. 

 

오늘의 비박지인 불탄봉으로 곧장 오르기엔 시간이 충분해 녹산등대까지 걷기로 한다.

  

 

길 양옆으로 피어있는 유채꽃과 동백꽃길따라 걷는 길..

봄바람치고는 꽤 차가운 바람이라 산위에서의 하룻밤이 은근히 걱정이 된다.

하늘까지 우중충해 곧 비라도 쏟아질것만 같다. 

 

 

앞서간 두분이 서도슈퍼에 자리잡고 기다리고 있다.

주인아주머니의 배려로 평상에 앉아 점심을 먹고는 배낭 맡겨놓고 녹산등대로 향한다.

 

 

쑥향 가득한 마을길을 지나니,멀리 녹산등대가 보이면서 유채향이 코를 찌른다.

녹산등대는 사슴의 머리를 닮았다하여 녹산이라 부르고,녹산곶 절벽위에 자리잡아 섬사람들의 길잡이가 되고 있다한다.

 

 

 

 

 

서도마을부터 녹산등대 인어해양공원을 들러 이금포 해수욕장으로 이어지는 3킬로 가까운 트래킹이 끝이나고,

이제 본격적인 산길로 들어선다.

인적없는 조용한 초록의 숲엔 온갖 새소리와 우리들의 거친숨소리 가득하다.   

 

 

불탄봉까지의 거리가 생각보다 꽤 멀다.

초록숲이 끝나고 하늘이 보이면서 억새숲이 나오더니 왼편으로 불탄봉 이정표가 나오는데 얼마나 반가운지..

동작빠른 두 분은 벌써와 자리잡고 계신다.

거문도항이 있는 고도가 발아래 있고,여차하면 비를 피할 수 있는 방공호가 있는곳..최적의 입지조건이다.  

 

솔맨형이 합류하니 비박의 퀄리티가 확 달라졌다.

오늘은 밥상이 나오고 안동소주가 나오고 압력밥솥까지 등장했다.

 

해가 지기도전에 한상 떡 벌어지게 차려놓고..비박의 꽃,저녁파티 시작~~ 

 

 

불탄봉의 전하는 이야기에 따르면..

원래는 수십년전까지는 동백나무 숲이었는데,어린아이 셋이서 고구마를 구워먹다가 큰 산불로 번졌다.

어린아이들은 겁을 먹고 그 날로  여수로 나가는 배를 탔고,

불을 다 끄고 나서야 아이들이 산불을 낸것을 알게 되었다.

전화위복이라고,그 때 불이 탄 숲이 지금은 풀밭이 되어서 거문도에서 가장 경관이 좋은 관광지가 되었다 한다. 

우연찮게 오늘 메뉴는 펭귄님의 재치로 지은 고구마밥이다.

 

거문도에 검은 밤이 왔다.

밤바람은 점점 강해지고,기온은 점점 차가워진다.

새로 장만한 3인용 MSR 은색의 우리집은 넓고 튼튼해 바람에 날라갈 걱정은 없지만,

세분의 집이 좀 걱정이된다.  

 

술도 떨어지고 날이차서 불탄봉의 불타는 밤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추위에 강한 다른분들이 밤시간을 즐기실 동안 일찌감치 꿈나라로 들어간다.

간간히 바람소리에 잠이 깼다.   

 

밤새 요란하던 바람은 날이 새면서 조금씩 잦아들기 시작하고,

동백꽃속에서 동박새 한마리가 아침을 열어준다.

 

밤새 안녕하신지 다들 살피고...

텐트는 멀쩡한지 또 살피고...

역시나 비박이 체질인 사람들인지라 요란한 바람소리에도 그 어느때보다도 깊은 잠을 잤다고...   

 

 

오늘은 거문도의 하일라이트길을 걷게된다.

다행히 어제보다는 날씨가 좋다.

너구리 한마리씩 잡고 그것도 모자라 어제 먹다남은 삼겹살에 누룽지까지 끓여 넘치게 먹고는 배낭을 꾸린다.

꽃단장하는동안 몽몽님이 어느절에 텐트를 철거했다.   

 

불탄봉을 내려와 무덤가에 핀 수선화를 발견했다.

일행들과 많이 떨어지기도 했고,갈길이 멀어 오래 머무를 수 없었다.

어쩜 잘된일지도 모르겠다.

더 머물렀다간 수선화향에 취해 기절했을지도 모른다.

 

 

 

툭 트인 억새능선,그리고 탁 트인 바다..

어제까지만해도 섬산행인데 조망도 없고 힘들기만하다고 툴툴거렸는데,

오늘은 완전 대반전이다..

바다를 옆에 끼고,해안절벽을 내려다보며 걷는길이 끝내준다.

 

 

 

 

저만치 신선바위가 보이고...

우리의 솔맨님은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과 함께 점프삼매경이시다..ㅎ

 

 

 

신선바위에서 바라본 거문도등대

 

 

덕촌마을과 삼호교,그리고 유림해수욕장이 내려다보인다. 

내려다보이는 섬마을이 평화롭다.

 

 

거문도등대와 수선화를 엮기 위해선 좀 위험한 짓(?)을 해야만한다.

몸을 꾸겨 철문을 통과하고,부숴지는 절벽길을 오르내린다.

시기는 지났지만,이렇게라도 귀하신 몸을 볼 수 있음에 감사하다..

 

목넘어 해변

 

 

고도 선착장에 도착하며 거문도 트래킹은 끝이난다.

중간중간 택시를 이용할 수도 있었지만 오로지 두발로 다 걸어냈음이 뿌듯하다.

 

거문도 세개의 섬 중 가운데 고도에는 영국군묘지가 있다.

1885년 조선이 나라구실을 못하던 시절에,러시아의 남진을 저지한다는 명분으로 영국해군이 무단으로 점령한 역사의 흔적이다.

거문도에 오면 처음엔 자연에 취하고,다음엔 인물에 감동하고,나중엔 역사에 눈을 돌린다고 하는 말 그대로,

이번 일정의 맨 마지막은 영국군묘지다..

그 역사의 흔적위엔 수선화와 유채꽃 그리고 동백꽃이 서글픈 역사를 뒤로하고 아름답게 피어있다...   

 

 

4시 30분 배를 타고 거문도를 떠난다.

여행지와의 이별은 언제나 아쉬움을 남긴다.

초록숲에 울려퍼졌던 동박새의 노랫소리,어느분 무덤가에 가득했던 수선화향기,그리고 쪽빛바다...

 다시 그리워지리라... 

'비박이야기 > 비박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검단산 비박  (0) 2014.05.19
영취산 비박  (0) 2014.04.06
대매물도 비박  (0) 2014.02.24
진도 조도 비박  (0) 2013.12.09
원적산 비박  (0) 2013.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