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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박이야기/비박이야기

방태산 비박

 

산행일 : 2014년 10월 11일~12일

산행지 : 방태산

산행코스 : 방태산휴양림-매봉령-구룡덕봉(비박)-주억봉-방태산휴양림

산행이야기:가을은 문득 왔다가 쏜살같이 달아난다더니 올가을은 유난히 빠르게 가는거같다.깊어가는 이 가을,방태산으로 떠나는 비박산행..

 

이 부근에 올때마다 방앗간처럼 들르는곳,,`숲속의 빈터`.. 

땀깨나 흘려가며 힘쓰려면 든든하게 먹어둬야 한다며 막국수에 편육에 감자전까지 곁들여 거한 점심을 먹는

 드럼통들.. 

박배낭에 배까지 그득한채 시작하는 이래저래 무거운 산행길이다.

 

계곡에도 등로 양켠에도 울긋불긋한 단풍으로 물들었다. 

마치 오색의 등불을 켜놓은듯 화사한 길을 다섯명의 드럼통이 뒤뚱뒤뚱 걷기 시작~~

 

 

 

참으로 황홀한 가을이로세..

고개들면 노랗고 빨간 단풍들이 내게로 쏟아질거같고,

계곡으로 귀기울이면 물소리 참 시원스럽고,수북이 쌓인 낙엽길 또한 참 운치있다.

 

 

 

 

이제..계곡길이 끝이나고,본격적으로 땀빼며 오를일만 남았다.

아고 힘들어..구룡덕봉까지 언제 간다냐... 

 

 

만만치 않은 오르막이다.

강선수님과 번갈아가며 온갖 곡소리를 다 낸다.

결국..강선수님이 배낭을 바꿔메자 그러시고...

`에라 모르겠다~`하며 나 살겠다고 덥석 내어드린다.

 

 

 

강선수님 또 시작이시다.

산에 오면 흐름을 알아야 한다며 저기가 점봉산이고,저기는 설악산이고 하며 얼렁뚱땅 산세를 짚어주시는데..

샷님이나 나나 알아주는 방향치이니 그러려니 했더니만..(나중에 알고보니 완전 반대방향이었드라구..) 

 

드디어 구룡덕봉 도착..

그리고..구름위에 그림같은 집을 짓는 사람들...

 

 

산을 넘나드는 구름을 내려다보기 위해 전망대로 올라왔다.

설악산 대청봉이 구름속에서 보였다 숨었다를 반복하고..

어느새 겨울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산능선은 오후의 빛이 따스하게 내려앉는다.

참 좋은 이 공기와 바람..그리고 멋진 풍광들..

바로 이 시간이야말로 무거운 짐 짊어지고 낑낑대며 여기까지 올라오는 이유다.     

 

 

 

 

밥하는 풍산댁,고기굽는 전농동댁,그리고..벌써부터 술마시는 강선수님..

 

운해가 순식간에 산능선을 넘어간다.

서쪽하늘도 붉게 물들었다.

 

 

 

 

요란한 바람이 불어대는 밤..

새로 장만한 오리털바지와 텐트슈즈가 추위로부터 완벽하게 보호해준다.눈밭에 굴러도 끄떡없을거 같다..  

쓸데없이 왜 사왔냐고 잔소리 해댔더니만 이렇게 유용할 줄이야...

 

별 가득한 하늘아래 저녁파티는 무르익는다.

더덕주 1.5리터를 싹 비우고 이슬이 두병도 비우고..

분위기에 격하게 취해 부어라 마셔라 하셨던 우리의 강선수님은,말끝마다 `내가 누군줄 알아?`하며 횡설수설하시고..

누군 누구여? 암만봐도 꽁치구만...

이미 방배동 어느 술집으로 착각하고 계신 강선수님을 30여분에 걸쳐 간신히 격리시키고,

나머지 네사람 둘러 앉아 이브닝커피한잔 마시자 하는데...

타프가 강풍을 이겨내지 못하고 지지대가 무너져 버린다.

이 여파로 타프가 빵꾸나고,누구 텐트는 뽈대가 부러지며 플라이가 찢어졌다..

이 어이없는 상황에도 다행히 내 텐트는 아니라며 박수치며 웃어제끼는 몹쓸 사람들..ㅎ

 

바람의 공격으로 더이상 앉아있을 수 없어 일찌감치 자리접고 잠자리에 든다. 

   

그토록 요란했던 바람은 새벽녘에서야 잠잠해졌다.

언제 그랬냐는듯 참으로 고요한 이 아침...

 

 

 

 

부스럭거리는 소리는 들리는데 어젯밤 한 짓(?)이 있어 차마 못나오고 계시는 이 분..

쥐구멍 찾고 계시나?? ㅎㅎ

텐트에서 발 내놓으시는 그 순간부터 어젯밤 한 일을 낱낱히 파헤치며 곯려먹으리라 단단히 벼른다.

 

 

돌아가며 강선수님 놀려먹는 재미에 아침부터 배꼽을 잡는다.

어젯밤,끝마다 내뱉으셨던 `내가 누군줄 알아?`는 순식간에 유행어가 되어버렸고,

이 여세를 몰아 부러진 뽈대와 찢어진 프라이값 물어내라고 덤터기를 씌운다.

결국..텐트한동 사주기로 쿨하게 약속...(누가 강재벌 아니랄까봐..) 

 

숱한 에피소드를 남기고 끼끼덕거리며 구룡덕봉을 떠난다. 

 

 

 

주억봉 1444m

 

주억봉에서 내려다보는 그림은 완연한 늦가을이다.

나목들이 쓸쓸하게 겨울채비를 하는듯하다.

 

 

하산길이 얼마나 가파른지...

벌벌 기며 내려오다보니 한참후에야 계곡과 만나고..다시 아름다운 단풍길을 걷는다.  

 

 

 

 

이단폭포

 

방태산의 명물 이단폭포를 끝으로 산행을 마무리한다.

절정의 단풍길을 걸어 구룡덕봉에서 멋진 풍광을 마주하고,바람소리 들으며 유쾌한 이들과 함께했던 즐거운 1박 2일이었다.. 

 

진부령으로 달린다.

어젯밤의 죄(?)를 눈감아 달라고 강선수님이 잘아시는 형님집에서 능이버섯백숙을 쏘시겠다고..

곁들여나온 밑반찬들과 호박식혜가 얼마나 맛깔난지 과하게 먹어댄다.

입막음용으로 백숙에 이어 곰취장아찌 한통씩 안겨주며 쐐기를 박으시지만...

뇌물이란 원래 먹을때 뿐이고,다들 입 싹~닦고는 집으로 오는내내 또 놀려댄다...

`내가 누군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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