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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박이야기/비박이야기

가평 강씨봉 비박

 

산행일 : 2014년 10월 25일~26일

산행지 : 가평 강씨봉

산행코스 : 강씨봉자연휴양림-도성고개(비박)-강씨봉-오뚜기령-휴양림

산행이야기:난아저씨네 아드님 결혼식이 있는날..결석하면 죄(?)를 엄히 묻겠다는 경고도 무시하고 가을산의 유혹을 떨치지 못해 짐보따리를 꾸린다.이번 비박산행은 잣나무숲에서 힐링하며 하룻밤 보내기로 했다.

 

강씨봉자연휴양림부터 시작되는 계곡길..

기대했던 화려한 단풍은 온데간데없고 썰렁한 분위기가 감돈다.

엊그제 용추계곡은 가을의 절정이었는데,이곳은 이미 가을이 지나고 있다.

이쁜 단풍 보여주겠노라고 큰소리 떵떵치며 회룡포 비룡산으로 가려던 발걸음 돌려 이곳으로 끌고 왔는데..이를 어쩐다..

 

 

쓸쓸한 계곡옆으로는 잎떨어진 나목만이 남았고,임도따라 이어진 길 양켠으론 그나마 남은 단풍이 늦가을의 정취를 풍긴다.  

뭐 분위기는 좋지않냐며 자꾸만 주입시킨다. 

 

이 네 중년의 고민은 하루가 다르게 줄어드는 허벅지라고..

아까 짜장면 먹으며 돌아가며 재더니 `내가 더 굵네 니가 더 가느네` 하시더라..

나의 고민은..하루가 다르게 점점 굵어지는 허벅지구만..  

 

 

그저 임도따라 오르다보면 오늘의 목적지 도성고개에 닿는다.

그러니 급할것도 없고..서두를것도 없고..

 

 

 

 

 

 강씨아줌마 빨리 보고싶다며 발걸음을 재촉하시는 강선수님..

 

오뚜기령으로 오르는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꺾어 도성고개로 향한다.

딱딱한 시멘트길이 이어지다가 흙길로 바뀌면서 좀 산길걷는 재미가 난다. 

 

 

 

 

 

 

 

자작나무숲을 지나 얼마안가 곧 도성고개에 도착한다.

큰 힘 안들리고 올라오니 좋긴 하구먼..  

 

비박지를 둘러보다가 잣따는 아저씨를 발견한다.

보기만해도 아슬아슬하여 불안한데,정작 본인은 날다람쥐처럼 잘도 내려오신다.

하도 신기해 열심히 셔터를 눌러대니..잣줍는 마나님한테 관람료 500원씩 받으라신다..ㅎ  

 

 

울창한 잣나무숲아래 터를 잡자마자 해먹먼저 설치하는 풍산댁..

그러니까 이 해먹으로 말할거 같으면..

베트남에서 단돈 2천원에 구입한 거라는거.. 

 

 

 

잣나무향이 솔솔 풍겨오고..피톤치드가 온몸으로 마구 스며드는곳..

왠지 이곳에서 자면 십년은 젊어질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 그야말로 오감만족 힐링의 숲이다.

내일은 해가 서쪽에서 뜰란가??

왠일인지 강선수님이 아무도 불러대지 않으시고 혼자서 척척 텐트를 완성시키셨다.

 

풍산댁이 지은 작품명..`통돼지바베큐`..

배꼽을 잡고 웃어제꼈더니만,나중에 내가 올라가 누우니 돼지는 암퇘지가 맛있다며 복수하신다.

 

산에서 장어 먹어본 사람 손드세요~~

그것도 거제에서 직접 잡아 보내온 장어..

그 손길이 얼마나 감사한지 다들 장어 먹기전에 감사의 기도한번 경건하게 올리고나서 후라이팬에 투하...   

 

하튼가 사람들이란..

산에선 삼겹살이 최고라 그럴땐 언제고,장어 네마리를 게눈감추듯 다 해치우고는 샷님이 삼겹살을 꺼내니 장어 더 없냐고 궁시렁거린다.

 

 

한무리의 한북정맥 종주하는 팀들이 지나가고..

맘씨좋은 사장님은 물좀 달라는 아줌마한테 힘들게 들고온 물 두병을 선뜻 내어주신다.

수피령부터 시작해 새벽 4시부터 걸어오셨다는데,또 밤새 걸어 내일 저녁에야 끝이 난다고 한다.

 이 사람들에 비하니,우리 팔자가 상팔자구나~싶다.

산을 즐기는 방법도 참 가지가지구나~싶기도하고..

 

내일은 정말이지 해가 서쪽에서 뜰것만같다.

우리의 강선수님이 달라졌어요~~

술도 참 얌전하게 드시고,본인 식기류도 참 잘 챙기시고..방태산 사건(?) 이후로 완전 모범생이 되셨다.

되레 우리들이 강선수님이 사고를 안치니 재미없다고 할 정도였으니... 

 

오리털바지가 무색할정도로 참으로 온화한 밤날씨다.

밤새 비가 오는게 아닌가 싶을정도로 후둑거리며 나뭇잎이 비처럼 내렸고,

코끝으로는 잣나무향이 계속 머물렀다.  

 

멧돼지 두마리가 지척에서 울어대는 아침..

울음소리의 울림이 얼마나 일정하고 큰지,잠은 깼지만 도저히 텐트밖으로 나가질 못하겠다.

간 큰 풍산댁이 왔다갔다하며 기척을 내니 그제야 멀리 달아난다.

밤새 멧돼지밥이 안된게 다행이다..  

 

숲안으로 아침햇살이 들어온다.

오가는 산객들도 한두명씩 눈에 띈다.

이제..슬슬 정리하고 숲을 떠날 시간..

 

 

 

도성고개에서 1.5킬로를 걸어 강씨봉에 다다른다.

국망봉부터 이어지는 한북정맥이 희미하게 보인다.

참..매력있는 산길..

 

 

오뚜기고개로의 길..오르락 내리락 하며 땀좀 뺀다.

 

 

 

배낭과 한몸이 되어 쉬는 두 사람..

 

 

 

오뚜기고개에서 임도로 꺾어지기 전..

어제오늘 컨디션 최상인 강선수님은 운동이 안됐다며 온김에 귀목봉까지 가자고 흰소리를 늘어놓으신다.

우리 넷,어떻게 나오나 보려고 귀목봉으로 가는 시늉을 하니,곧바로 꼬리 싹 내리시는 강선수님.. 

 

논남기 계곡역시 쓸쓸하다못해 썰렁한 가을이다.

 

 

 

 

다시 휴양림으로 내려오며 산행을 마무리한다.

 

지금이 한창 잣수확철이라 가평부근이 온통 고소한 잣향으로 그득하다.

됐다고 됐다고 하는데도 기어이 잣한봉지씩을 안겨주는 강선수님..

그리고..선물을 받자마자 일제히 `강회장님`이라 부르며 깍듯하게 대하기 시작하는 우리..

방금전까지만해도 조수석에 앉아계신 죄로 `강집사`라 불리며 쓰레기수거담당이셨는데 말이지..

하여간에 공짜선물의 힘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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