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 : 2015년 5월 24일
산행지 : 설악산 널협이골
산행코스 : 용대리-널협이골-저항령 가기전-길골-용대리
산행이야기:얼마만인지 모르겠다.설악의 오지산행..그 이름 듣도보도 못했던 `널협이골`이라고..
11시 40분에 양재역을 출발한 버스가 설악에 도착하니 1시 반..
날새기를 기다리며 버스안에서 웅크려 앉아 기다리는 시간이 죽을맛이다.
이리저리 뒤척이며 2시간 넘게 있자니 좀이 쑤신다.
서서히 날이 밝아올 시간이 되어 용대리를 출발한다.
1킬로쯤 걸어 좌측으로 들어가 백담계곡을 건너며 널협이골입구로 진입한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긴장감이다.
미끄러운 바위를 통과할때마다 완전 집중한다.
골이 깊어질수록 좌우로 펼쳐진 암반과 시퍼런 소가 비경을 자아낸다.
새벽공기는 왜이리 상쾌한지..
숲향은 어쩜 이리도 향긋한지..
계곡물소리는 마음까지 깨끗하게 정화시켜 주는듯하다.
바로 이런 맛에 힘들어도 깊은 계곡을 찾아드는게 아닌가 싶다.
모든게 자연 그대로이다.
쓰러진 나무는 그대로 자연의 일부다.
바위마다 이끼를 품었고,유독 돌단풍이 많다.
모든 계곡산행이 그렇듯..
계곡길이 마땅치 않으면 우회하고,조금이라도 여지가 있으면 만끽하며 바윗길을 통과한다.
우회길은 낙엽이 무릎까지 푹푹 들어간다.크레바스는 설원에만 있는게 아니다.
일명 `낙엽 크레바스`에 빠지지 않기 위해 스틱을 이용해 한걸음씩 옮긴다.
골은 깊어지고..조각하늘조차 안보일 만큼 원시림이다.
거친 길을 즐겨야지 하는 순간,야성 본능이 꿈틀거리는거 같기도하고...
널협이 폭포앞에 왔다.
달리 우회로가 없어 오늘 구간 중 유일하게 자일을 설치해야 하는 곳..
자일 설치하는 대장님을 쳐다보는것만으로도 가슴이 후당당거린다.
마지막 상류에서 조금 지체된다.
행여나 미끄러져 퐁당할까봐 완전 긴장백배..
그러나..걱정과는 달리 무진장 날렵하게 통과했다는거...ㅎ
물론 오늘의 보디가드인 피터팬님께서 바로 뒤에서 잘 케어해 주신 덕분이지만...
햇살이 숲으로 들어오면서 크고 작은 소(沼)는 초록숲이 그대로 반영되어 초록물이 들었다.
앞서가다 여러번 뒤돌아본다.
뜨거운 한여름날,수박한통 들고와 하루종일 발담그고 놀다가고 싶어진다.
밤새 물소리 새소리 들으며 하룻밤 자면 더할나위 없을거 같고..
그러다 문득,단풍든 가을날엔 얼마나 더 아름다울까 그려본다.
또 하나의 폭포를 만나 쉬어간다.
계곡폭이 좁아지고,수량도 조금씩 줄어든다.
그리고 계곡을 벗어난 등로는 거칠기가 이를데 없다.
원래 계획했던 산행길을 수정한다.당초 계획은 985봉 올라 선바위골로 내려설 예정이었다.
이렇게 화창한 날,설악의 봉우리를 안보고 가면 섭섭하다고 저항령지나 황철봉을 오르기로...
지금까지는 완전 천국이었다.
지금부턴 빨치산행이 기다리고 있으니...
길이라고 할것도 없는 오르막을 잡목을 헤쳐가며 기어오른다.
숨은 턱까지 차오르고,걸음은 안떨어진다.그래도 가야할 길,온힘을 다하는 수밖에..
단언컨대,내 산행역사상 최악의 빨치산행으로 기록될 것이다.
진이 다 빠져나갈 즈음,저항령을 바로 앞에 둔 능선에 올라서며 숨을 돌린다.
계획은 어디까지나 계획이었을뿐..변수가 생겼다.
대장님께서 까치독사에 물리는 사고 발생..
뒤따르는 회원들 안전을 위해 스틱으로 걷어내다가 그만 손끝을 스쳤다.
이미 널협이골을 만끽한지라 누구하나 길을 더 잇자는 사람없이 길골로 향한다.
궁금했던 설악의 다른 골을 간다니 오히려 잘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길골로 접근하면서 또 다시 빨치산행이 이어진다.
설상가상 뱀까지 바로 코앞에 두번이나 나타나 주시기까지...
이거야말로 리얼 야생버라이어티 체험현장이다.
길골로 내려서자 길은 더없이 유순해진다.
길골을 빠져나가기 전,계곡에 앉아 요기를 한다.
아사히 맥주 한모금이 꿀맛이다.
긴장감이 풀리면서 잠이 쏟아진다.
길골을 빠져나와 백담계곡과 이어지는 정규등로를 만나고,
산행내내 볼 수 없었던 파란 하늘을 이제서야 올려다본다.
그리고 살이 따가울 정도로 쏟아지는 햇살아래를 걷노라니,깊은 계곡속에 다시 파고들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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