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 : 2015년 7월 11일
산행지 : 청계산~하계산
산행코스 : 국수역-형제봉-청계산-부용산-하계산-양수역
산행이야기:중앙선타고 갈만한 산행지를 알아보다 문득 오래전에 다녀왔던 양평에 있는 청계산을 떠올린다.부용산거쳐 하계산까지 이어걸으면 하루 산행꺼리로 딱 좋을거 같아 약속은 했는데,`폭염주의보`속에 계곡도 없는 능선산행을 그것도 15킬로에 가까운 거리를 걷는다는게 조금 걱정스럽긴하다.
국수역에 내려 캔커피 한잔씩 하고는 청계산 들머리를 찾아간다.
굴다리를 지나 왼쪽으로 길을 꺾어 마을길을 지난다.
가물어도 너무 가문 날씨에 흙길에선 먼지가 풀풀 날리고,거북이 약수터는 빠짝 말라있다.
쉴새없이 흐르는 땀은 미처 닦아내질 못한다.
티셔츠는 물론이고 속옷까지 땀범벅이다.
남한강과 양평시가 내려다보이는 형제봉에 도착해 더위를 식힌다.
형제봉
갈증해소엔 막걸리만큼 좋은게 없다.
싸부님이 명동 롯데백화점에서 줄서 기다렸다가 사오셨다는 닭강정에 딱 알맞게 녹은 장수막걸리 한잔을 단숨에 들이킨다.
한병은 아껴두기로 해놓고는 톡쏘는 시원함의 유혹을 못이기고 결국은 마저 한병을 비운다.
애초부터 청계산을 왕복할 생각이 없던 몽몽님..
자기는 1000m급 산만 취급한다고 그럴듯한 핑계를 대고는 아예 돗자리깔고 누워버린다.
배가 나오든말든 나는 낮잠이나 주무시겠단다.
더위를 먹어 판단력이 흐려졌거나 아님 귀신에 씌였던게 분명하다.
뒤따르던 싸부님이 여러번이나 청계산 가는 능선이 아닌거 같다고 하시는데도 들은척도 안하고 거침없이 직진만했으니..
아..이 넘의 몹쓸 직진본능 같으니라고..
글쎄..아무 생각없이 부용산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그것도 건물지붕이 보여서야 눈치챘으니...
가슴을 치며 왔던길 씩씩거리며 다시 기어오르는데,바로 뒤에서 싸부님이 온갖 원망을 다 쏟아내신다.
욕먹어도 싸다 싸..
어이없는 알바로 지쳐버린 싸부님은 정상을 포기하시고,
쓸데없는 오기가 발동한 나만 혼자 청계산으로 향한다.
(물레나물)
(까치수영)
(달맞이꽃)
숨이 턱턱 막히는 날이다.바람도 한점 없다.목구멍이 빠짝빠짝 마른다.기가 찰 정도로 햇볕이 강하게 쏟아진다.
더욱 기가 막히는건..물이 들어있는 배낭을 형제봉에 두고 카메라가방만 딸랑 메고 왔다는거...
정상에 자리한 간이매점,그리고 거기에 있는 감로주랑 시원한 물은 주머니돈이 없으니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다.
매점 어르신이 오늘 여성 1호로 정상에 오셨다고 박수를 쳐주신다.
이 아줌마 목말라 죽겠으니 물한잔 주세요~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는데 차마 꺼내질 못한다.
청계산
한강기맥의 마지막 봉우리,청계산...
한강기맥은 백두대간 상의 오대산 두로봉에서 시작해 양평의 두물머리까지 이어지는 산줄기다.
어르신께서 검단산,예봉산,그리고 멀리 보이는 곳이 잠실이라고 설명해 주신다.
산딸기를 한줌 따서 입에 털어 넣지만,갈증 해소하는데는 택도없고..
머릿속은 온통 배낭안에 있을 살얼음 동동 뜬 환타생각뿐이다.
지금 생각같아선 해골바가지에 든 물이라도 기꺼이 마실 수 있을거 같은 심정이다.
두 분 팔자가 진짜 상팔자였다.
그늘 아래서 막걸리타령하며 탱자탱자..
`막걸리가 좋으냐 색시가 좋으냐..막걸리도 좋고 색시도 좋지만,막걸리 따라주는 색시가 더 좋더라~에헤라디야~`
이렇게 맛있는 환타는 머리털나고 처음이다.
마시는 순간,띠용~
심봉사가 눈을 뜬 순간이 바로 이런 신세계였으리...
나무그늘에 앉았는데도 무덥기는 매한가지다.
나무사이로 보이는 조각하늘에서 쏟아지는 햇살마저 감당이 안된다.
요기를 하고나서 한숨 자볼까 싶어 눕긴 누웠는데,땀이 줄줄 흐른다.
1시간 반이 넘도록 충분히 쉬고나서 부용산으로 향한다.
그냥 신원역으로 하산할까? 하는 유혹이 있었지만,
어차피 땀으로 젖은 몸,끝까지 흠뻑 적셔보겠다고 기어이 언덕을 올라간다.
더운날씨만 아니면 더없이 편하고 순한길이다.
땀은 눈물처럼 눈에서 뚝뚝 떨어진다.
완전 불가마속 찜통더위다.
부용산
하계산
비박터로 아주 그만인 나무데크가 있는 하계산 정상에 도착한다.
두물머리와 양수리,그리고 검단산 조망이 일품이다.
벌써 동이 나버린 물통..
하산길이긴하나 3킬로 넘는 거리가 부담스럽다.
몽몽님은 백두대간 한구간 걷는거보다 훨씬 더 힘들다고..
산을 내려와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물먼저 찾는다.
무슨 갤러리라는 간판이 보이길래 무작정 들어가 시원한 물 1리터를 얻는다.
먼저 하산하신 싸부님이 양수역 바로앞에 있는 음식점을 섭외해 놓으셨다.마당에 수도가 있는...
배낭 내려놓자마자 생맥주 500cc를 숨도 안쉬고 들이켰는데도 여전히 목이 말라 500cc하나를 더 주문한다.
그래도 성에 안차 소맥을 만들어 벌컥벌컥 정신없이 들이마신 후에야 수돗가에 앉아 땀을 씻어낸다.
감사하게도 샤워실까지 내어주신 주인장 덕분에 하마터면 지하철 민폐승객이 될 뻔한 위기에서 벗어난다.
음식점 벽에 걸려있는 온도계를 보니,36도를 가리킨다.헐~~~
밤새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오이팩을 해도 녹차팩을 해도 소용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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