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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야기/산행(2009~2019)

설악산 둘째날

 

설악산 둘째날

 

(중청-희운각-공룡능선-마등령-백담사)

 

산행이야기:밤새 날씨가 변하기를 바랬지만, 날은 여전하다.안개는 더 짙게 내려앉았고,안개비는 멈출줄 모른다.밥부터 챙겨먹고 하산할 준비를 한다.

 

머리가 복잡해진다.

천불동계곡으로 하산할까,원계획대로 공룡능선으로 갈까?

그냥 하산하자니 아쉽고..이 날씨에 공룡능선을 걷자니 심란스럽고..

 

조금씩 안개가 걷히는듯 하더니 순식간에 구름이 산을 점령한다.

 

 

(노루오줌)

 

 

 

(솔나리)

 

결국 공룡능선으로 방향을 잡았다.

신선대까지만이라도 다녀와야 길에 대한 갈증이 해소될거 같았다.

 

나의 바램이 하늘에 닿았을까?

아님 어젯밤 대피소에서의 악몽에 대한 보상이었을까?

신선대에 도착하니 안개가 춤을추기 시작하더니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한다.

숨어있던 설악의 준봉들이 하나둘씩 존재를 드러내자 산풍경은 혼자보기 아까울정도로 황홀해진다.

 

 

 

 

 

(등대시호)

 

날은 흐렸지만,구름에 휩싸인 준봉들이 유혹한다.

고민할 필요없이 마등령으로 향한다.

문득 길동무가 있었으면 참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말벗도 필요없다.발맞춰 같이 갈 필요도 없다.

그저 이 풍경을 함께 바라볼 수 있는 친구면 된다.

 

 

 

 

 

 

걷다가 조금이라도 전망이 트이면 멈춰서고 또 멈춰선다.

바람이 산을 뒤흔들며 시시각각 숨이 멎을거같은 신비로운 풍광을 선사한다.

오늘도 반갑지 않은 손님을 만났다.

몸말리러 나온 뱀한마리가 바위위에 떡~

 

 

바위틈에 박힌 소나무와 암릉사이에 구름바다가 만들어져 있다.

신선이 놀다 갈 법한 풍경에 나또한 신선이 된다.

사과하나 들고 바위위에 앉는다.

 

대청봉은 아직도 구름속에 있다.

파란하늘이 언뜻 보이다가 사라진다.

길은 미끄럽지만,바람불어 걷기는 참 좋은날이다.

지난번 청계산에서 물때문에 엄청 고생한지라 희운각에서 조금 과하다 싶을정도로 물보충을 했더니 배낭이 묵직하다.

 

 

 

다시 또 산은 안개로 가득차오른다.

종잡을 수 없는 날씨다.

혼자걷는길 심심하지않게 해주려는 하늘의 뜻이려니... 

 

꽃들이 있어 심심하지 않은 길이다.

길옆으로는 바람꽃들이 즐비하게 피어있고,가끔 구름체도 만난다.

솔나리는 조금 이른가보다.아직 꽃망울만 맺은 채다.

연잎꿩의다리를 두리번거리며 찾아보지만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

 

 

(구름체)

 

 

 

이 길을 걸을때면 설악이 주는 웅장함에 늘 압도당하곤 하는데,오늘은 구름의 움직임에 따라 역동적으로 변하는 풍경으로 더욱 압도당하는 느낌이다.비만 안오기를 바랬던 마음은 파란하늘을 보고 싶은 욕심으로 가득찬다.

가질수록 더 많이 갖고 싶은 이 끝없는 욕심이라니... 

 

 

 

 

(솔나리)

 

(바람꽃)

 

 

1275봉을 힙겹게 오른다.

한낮으로 갈수록 점점 후텁지근해져서 눈에서 땀이 눈물처럼 뚝뚝 떨어진다.

봉우리에 올라섰을때,누군가 시원한 맥주하나 들고 기다리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기다리고 있는건..바람한점 없는 습한 공기뿐... 

 

 

 

 

배낭을 내려놓고 앉아 참외하나를 꺼냈더니 다람쥐들이 몰려든다.

경계심이라고는 조금도 없다.여차하면 참외를 낚아챌 기세다.

마치 도봉산에서 고양이들이 마구 몰려드는것처럼..

스틱으로 쫓아내며 참외하나를 간신히 먹는다.

 

(등대시호)

 

 

 

(연잎꿩의다리)

 

드디어 찾았다.

바람꽃 다음으로 보고 싶었던 꽃,연잎꿩의다리..

대롱대롱 매달린 물방울마저 버거울 정도로 꽃은 한없이 갸녀리다.

 

 

걸음은 점점 무거워져도 꽃을 보면 절대 지나칠 수 없고.. 

 

 

때가 되니 또 배는 고프고..

비록 밥에 물말아 장아찌랑 김치놓고 먹는 한끼지만,

왕후의 밥,걸인의 찬이나 다름없는 식사다.

 

 

 

 

 

 

 

마등령삼거리..

서울로 올라가는 교통편이 용대리가 나을거같아 오세암으로 내려선다.

어여 계곡을 만나 땀을 씻어내고 싶기도 하고... 

 

 

영시암

 

비가 오려는지 숲이 점점 어두워졌다.

길 양옆으로 멧돼지 흔적이 많아 스틱으로 소리를 크게 내가며 빠르게 걸음을 옮긴다. 

오늘따라 산객이 없어도 너무 없어 어두운 숲이 조금 으스스하다.

백담사를 얼마 안 남겨두고 황철봉으로 이어지는 길골로 살짝 들어가 이틀동안 비와 땀으로 쩐 몸을 씻어내고..

셔틀버스를 타고나와 다시 백담사터미널까지 걸어 5시 40분에 출발하는 동서울행 버스에 올라탄다.

어제 오늘의 산행길이 가슴 벅차게 다가와 몸은 피곤한데도 쉽사리 잠이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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