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 : 2015년 7월 20일~21일
산행지 : 설악산
산행코스 : 한계령-중청(1박)-대청-희운각-공룡능선-백담사
산행이야기:즉흥적으로 감행한 설악산행이다.바람꽃이 눈에 밟혀 더이상 미룰 수 없었다.대피소와 버스표를 급히 예약해놓고 그제서야 날씨를 확인해보니,약간의 비소식이 있다.그저 기상청예보가 비껴가기를 바랄 뿐이다.
(동자꽃)
동자꽃,노루오줌,모싯대,새며느리밥풀꽃 그리고...
보라색의 작은꽃 이름이 입에서만 맴맴돌고 입밖으로 튀어나오질 않는다.
한계삼거리를 향해 헥헥대며 오르다가 답답함을 견디지 못해 기어이 인터넷 검색을 해본다.
산박하..그래 산박하였다..
검색한김에 꽃말까지 살펴보니,`추억`이라고...
많은 추억이 깃든 설악을 또 하나의 특별한 추억을 만들기 위해 이렇게 걷고 있다.
설악의 준봉들이 한눈에 들어오는 한계삼거리에 닿는다.
한숨돌리며 바라보는 설악은 웅장하기 그지없다.
똑같은 풍경이지만,언제나 이 자리에 서면 습관처럼 카메라를 들게 된다.
(새며느리밥풀꽃)
내 입이 방정이지,날이 흐리다더니 좋기만 하다며 몽몽님과 통화를 끝내자마자 안개가 사정없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점봉산 일대는 아예 보이지도 않고,숲은 점점 안개로 가득차 오른다.
(모싯대)
안개숲길에 시선이 가는건 오로지 여름꽃들뿐이다.
물기를 머금어 색감은 더 진득하고 더 싱그럽다.
분위기는 참 좋지만..
시도때도 없이 툭툭 튀어나오는 다람쥐들 때문에 여러번 놀라자빠진다.
급기야 오늘도 어김없이 뱀한마리가 스르륵~
엄마야~~~
(동자꽃)
(말나리)
(모싯대)
(여로)
(둥근이질풀)
끝청에 앉아 소리없이 내리는 이슬비를 맞는다.
청승맞아 보이기도 하고..뭔가 있어 보이기도 하고..
환타와 함께 먹는 오징어채 삼각김밥이 꿀맛이다.
전주비빔밥 삼각김밥을 하나 더 까먹을때까지도 안개는 걷히지 않는다.오히려 이슬비만 더 축축해진다.
(흰모싯대)
(물레나물)
(여로)
(등대시호)
중청대피소를 코앞에 두고,드디어 오매불망 그리던 바람꽃과 네귀쓴풀 등대시호를 만나려는 순간...
날씨가 나를 격하게 거부하기 시작한다.
점점 빗줄기가 거세지기 시작하고,우의까지 꺼내입어야 할 정도로 몸을 적신다.
(네귀쓴풀)
서둘러 대피소로 피한다.
2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다.
중청부터 대청에 이르는 구간에서 여유있게 꽃놀이하며 보내야겠다는 야무진 꿈은 물건너가고,
대피소입구에 손바닥만한 돗자리 깔아놓고 죽치고 앉아있는 처량맞은 신세가 되어버렸다.
휴대폰 만지작거리다가..꾸벅꾸벅 졸기도 하다가..웬수같이 내리는 비를 야속하게 바라보다가..
점점 나같은 사람들이 많아지자 오늘은 일찌감치 대피소 입실을 시킨다.
전과 달리 반칸막이를 만들어 놓아 일면식도 없는 사람 얼굴을 마주보며 잠 잘일은 없게 되었다.
맨 구석자리를 배정받아 몸좀 녹이며 누워있자니 얼마안가 바깥날씨가 궁금해진다.
아까보다 더 심해져 비바람이 앵앵 소리까지 내며 불고있다.
가만 있자니 몸이 근질거린다.놀면 뭐하냐..밥이나 먹자...
4시도 안된 시간에 벌써 저녁밥이라니..
햇반에 3분 낙지덮밥..그리고 따뜻한 커피한잔...
간편하긴 한데 위대한 내 배를 채우기엔 조금 부족하다.
뜨끈한 국물생각도 나고..술생각도 나고...
바로 옆에서 한 어르신이 라면에 김치랑 어묵넣어 일명 `갱시기죽`이란걸 한소끔 끓이시는데 얼마나 먹음직스러운지..
발렌타인 17년산을 한잔 권할때 못이기는척 얻어마실껄 그랬다.
우리나라엔 삼세번이란 아름다운 미풍양속이 있는데 어째 두번까지만 권하셨을까? ㅎ
비는 그쳤다.안개는 그대로다.
내일 아침날씨를 장담할 수 없으니 지금이라도 바람꽃을 만나러가야겠다.
(미역줄나무)
설악의 바람꽃은 시들지 않는다고 했다.
안개비와 거센 바람을 품고 있기 때문에 미처 시들기전에 바람결에 꽃잎이 날아가 버린다고...
그래서인가,설악의 바람꽃에선 강인함이 느껴진다.
(가는다리장구채)
날씨에 대한 아쉬움은 금새 잊고 아무도 없는 꽃밭을 맘껏 누빈다.
새하얀 융단처럼 곱게 깔린 바람꽃에서부터 네귀쓴풀,가는다리장구재,두메잔대,그리고 금강초롱까지..
물기머금은 꽃들은 가없이 이어진다.
(두메잔대)
(금강초롱)
(세잎종덩굴)
(두메잔대)
꽃밭에서 보낸 행복했던 시간만큼 대청봉을 내려서는 발걸음이 아쉽고 또 아쉽다.
다시 또 일년을 기다려야 한다.
기나긴 산장에서의 밤..
7시부터 억지로 잠을 청해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정신은 더 맑아진다.
설상가상 뱃속에선 꼬륵꼬륵 배고프다고 난리다.하기사 4시에 저녁을 먹었으니 그럴만도 하다.
반듯하게 누워도 보고,모로 누워도 보지만 치킨에 맥주한잔 마시는 영상은 머릿속에서 점점 또렷해진다.
코고는 소리는 1,2층에서 스테레오로 들리고,
내 옆의 옆자리 배정받은 아가씨 두명은 밤새 쑥덕거리고..
눅눅한 담요때문인지 온몸 여기저기 뭐가 무는 바람에 밤새 긁적대다가 밤을 홀라당 샌다.
고문이 따로없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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