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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야기/산행(2009~2019)

설악산(한계령~천불동계곡)

 

산행일 : 2015년 8월 17일~18일

산행지 : 설악산

산행코스 : 한계령-끝청-대청-소청대피소(1박)-희운각-천불동계곡

산행이야기:운좋게 소청대피소를 예약했다.용아장성과 공룡능선이 바로 눈앞에 펼쳐지는 소청에서의 하룻밤을 드디어 이루게 되었다.

 

(새며느리밥풀)

 

한달만에 다시 찾은 설악에서 계절의 변화를 실감한다.

어느덧 가을꽃들이 피기 시작했고,간간이 불어오는 바람속엔 가을내음이 실려온다.

산색은 눈에 띄게 누르스름해졌다.울긋불긋 오색으로 물들날 머지 않았다.

 

 

(금강초롱)

 

익숙한 풍경들을 만나며 걷다보니 한계삼거리다. 

얼린 수박 몇조각에 온몸은 한기가 돌 만큼 싸늘해진다.

 

 

 

날씨는 점점 기상청예보대로 맞아떨어진다.

잠깐 보였던 파란하늘은 안개속으로 사라지고,설악의 봉우리들은 안개와 숨바꼭질을 한다.

 

 

 

(바위떡풀)

 

안개가 넘나드는 산자락은 시시각각 다른 풍경을 연출하고,안개 자욱한 숲길에선 멧돼지가 툭 튀어나올거 같다.

 

 

몽몽님의 한달간의 휴가도 이제 얼마남지 않았다.

마음 편치 않은 휴가인줄 뻔히 알면서도 외국여행을 가네 제주도를 가네~하며 옆에서 들들 볶는 나..

오늘은 기어이 나 좋아하는 이곳까지 끌고 왔다.

환갑도 훨씬 넘으신 싸부님은 팔팔하신데 반해 몽몽님 발걸음은 오늘따라 더 무겁다.

말동무하며 지켜보던 싸부님이 특단의 조치를 내리신다.

내일은 공룡능선 넘지말고 곧장 천불동으로 하산해서 찐하게 회나 한사라 먹자고... 

마음따라 몸이 움직인다더니 그 말이 꼭 맞다.

내일산행에 대한 근심이 사라지자 몽몽님의 발걸음은 거짓말처럼 가벼워졌다는거..ㅎ

 

 

저녁만찬용 맥주를 기어이 꺼낸다.

싸부님 모시고 오면서 막걸리도 한통 안받아 왔다고 노여워하신다.

이왕이면 화끈하게 소맥으로 하시겠다며 소주까지 내놓으라신다.

 

 

(투구꽃)

 

끝청

 

끝청에 올라 바라본 대청봉은 구름속에서 나올 생각을 않는다.

왠지 지난번처럼 안개속에서 헤맬거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예상이 맞았다.

중청이 가까울수록 안개는 점점 짙어지고,무겁게 내려앉는다.

아,오늘도 대청봉이 나를 거부하는구나...

 

 

 

쉽게 걷힐 안개가 아니다.

바람도 쉽게 안개를 걷어내지 못한다.

 

 

 

바람꽃 피었던 자리는 구절초와 산오이풀이 대신하고 있다.

순백의 구절초가 사랑스럽다.

무리지어 핀 산오이풀의 자줏빛 물결이 아름답다.

설악의 금강초롱의 색감은 단연 으뜸이다.

 

 

 

 

 

소청의 앞마당의 풍광을 머릿속으로 그리며 소청으로 향한다.

 

 

(배초향)

 

소청에서의 황홀한 일몰은 없다.

대피소 앞마당에서 바라보는 용의 이빨은 안개속에서 희미하게 보일뿐,웅장함은 없다.

그러나,대피소 시설만큼은 그동안 내가 묵었던 그 어느곳보다도 훌륭하다. 

원목냄새 폴폴 풍기는 내부는 더없이 쾌적하다.

칸막이로 된 3인실은 모르는 사람들과 뒤섞이지 않아 너무 좋다.

화장실에서조차 향긋한 냄새가 나더라..

 

일찌감치 저녁만찬을 즐긴다.

오대미로 밥짓고 삼겹살 굽고 백만송이 버섯굽고..

이 좋은 설악의 공기속에서 먹는 음식이야 말해 무엇하리..

술은 한시간만에 바닥을 드러냈다.

싸부님은 지리산 노고단에서 군복무할때 천은사에서 술 받아오셨던 경험을 끄집어내시며,

요아래 봉정암에도 당연히 술이 있을거라고 지금 당장 내려가 술한병 받아오시겠다며 흰소리를 치셨다.

 

새벽녘에 잠깐 개이는듯하다가 산은 완전히 안개로 점령당했다.

안개비가 소리없이 내리는 가운데,6시 반쯤되어 여장을 꾸려 소청대피소를 떠난다.

아,이렇게 절묘한 타이밍이라니..

출발한지 10분도 안돼 안개비는 소낙비로 돌변했고,하늘이 빵꾸가 난게 아닌가 싶을정도로 억수로 비를 쏟아낸다.

우의를 입고도 비의 양이 어마어마해 오도가도 못하고 침엽수아래서 세찬비를 피해보지만,

순식간에 온몸은 비에 젖는다.

철벅거리며 희운각으로 내려서는 길은 앞이 안보인다.

쫄딱 젖은 생쥐꼴로 희운각대피소로 들어가 뜨거운 라면으로 몸을 녹인다.

 

 

한바탕 비를 쏟아내고 난 후,조금씩 하늘이 열리기 시작하면서 햇살이 비집고 나온다.

공룡으로의 발걸음 이미 포기했지만 슬그머니 욕심이 생기고,신선대까지만이라도 다녀오자고 꼼수를 부리니..

두 분,무슨 낌새를 눈치챘는지 씨도 안먹힌다.

산여인을 어디 한두번 겪느냐..신선대에서 또 어떻게 나올지 안봐도 비디오다.괜히 발 잘못 들여놨다가는 우린 무조건 공룡행이다..

두 분,공룡능선으로 가는 갈림길을 거의 빛의 속도로 신속하게 통과해 계곡으로 내려가신다.  

 

 

 

우리나라 3대 계곡중 하나라는 명성에 손색없는 천불동계곡..

골짜기에 걸려있는 폭포와,맑디맑은 수많은 소를 바라보며 감탄한다.

마침 오늘은 수량도 풍부해서 물소리가 장관이다.

 

 

 

비선대를 지나 어느만큼 내려오다가 계곡에 들어 어제오늘 땀과 비로 젖은몸을 깨끗이 씻어낸다.

새옷으로 갈아입고 계곡을 나서는 순간,또 한번 비가 억수로 쏟아진다.헐~~

오늘..이래저래 타이밍이 참 안맞는다. 

다행히 버스만큼은 타이밍이 잘맞아 소공원에서 해맞이공원으로 다시 물치항,

그리고 속초에서 동서울까지의 버스시간은 기막히게 착착 잘 맞아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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