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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박이야기/비박이야기

사량도 지리망산 비박

 

산행일 : 2016년 1월 1일~2일

산행지 : 사량도 지리망산

산행코스 : 돈지항-지리망산-달바위-가마봉-출렁다리(비박)-옥녀봉-금평항

산행이야기:새해부터는 해가 서쪽에서 뜨려는지,산행에 있어 늘 소극적이었던 몽몽님이 앞장서 통영에서의 2박3일 산행을 계획했다.긴 연휴라 불보듯 뻔한 차량정체에 크게 내키지않는 섬산행이라 선뜻 대답을 안했는데,배표예약증까지 보여주며 적극성을 보인다.그래서 협의한게 `비박산행`이다.조금은 특별하게 연휴를 보내고 싶어서..

 

얼마나 쎄리 밟았는지 3시간만에 통영에 도착했다.

11시 배시간까지 시간이 널널하겠다 싶었는데,아침을 먹으려고 들른 중앙시장 부근은 장난아니게 막힌다.

마침 남망산에서 일출산행을 마친 사람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시간이다.  

시장부근에서 꼼짝못하고 1시간이상을 까먹고는 간신히 밥집으로 들어간다.

 

사량도로 향하는 가오치항은 여행객들로 만원이다.

미리 배편을 예약하지 않았으면 낭패를 볼 뻔 했다.

30여분 걸려 금평항에 도착하고,도착하자마자 `좋은데이`한병 배낭에 챙겨넣고나니 돈지행 버스가 들어온다.

20여분 후 도착한 돈지항이 바로 오늘의 들머리다.

돈지길 따라 마을을 벗어나니 `돈지분교`가 나오고,왼쪽으로 난 산길로 들어선다.

 

봄날같은 날에 제비꽃이 여기저기 피어있고,밭두렁엔 봄까치꽃에 별꽃까지 만발하다.

마치 봄길속에 있는듯 바람과 햇살이 너무나도 따스한 날이다.

 

숲길을 지나며 약간의 고도를 높이자 드디어 바위능선이 시작된다.

칼날같이 뾰족뾰족한 암릉위를 걷는 재미에 양쪽으로 탁트인 남해바다를 조망하니 이제사 섬속에 들어와 있다는걸 실감한다. 

 

 

내지항..

삼천포항으로 오면 내지항이 산행들머리가 된다.

 

15년만에 다시 찾은 이 곳..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던데,이곳의 풍경은 여전하다.

여전히 아름답고 우뚝솟은 바위산은 여전히 심쿵하게 만드는 멋진 풍경이다. 

 

`지리산이 바라보이는 산`이라 지리망산이라 하던데..

날이 선명치않아 삼천포까지만 조망된다.

 

 

상도와 하도를 잇는 사량대교와 덕동항,그리고 칠현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가까이 보이는거 같아도 아직 2시간이상은 가야한다. 

 

옥동과 내지에서 올라오는 갈림길을 지나 아슬아슬한 칼바위능선을 통과한다.

고구마자루같은 배낭이 등짝에 있으니 더욱 조심스러워지고..

바위턱과 홈을 이용해 한발한발 옮긴다.

앞장서 걷던 서너명의 아줌마들은 가슴떨려 도저히 못가겠다며 중간탈출한다.

 

이제..어딜 둘러봐도 깎아지른 암릉뿐이다.

발아래 파란바다를 흘깃흘깃 내려다보며 짜릿한 바위지대를 통과한다.

그러면서 둘이 내린 결론은..비박짐 메고 이곳에 온다는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것..

 

사량도 최고봉,달바위에 올랐다.

지리산보다 딱 2m 높다.

왼편으로 대항마을 따라 이어지는 해안선이 그림같다.   

 

 

길게 이어지는 바윗길..

옥녀봉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조금 빨라진다.벌써 긴그림자가 생기며 저녁빛으로 바뀌었다.

내가 좋아하는 환상의 저녁빛을 출렁다리에서 보고싶은 마음에 부지런히 걷는다. 

 

 

이곳저곳 참 많이 피어있는 진달래..

요즘 계절이 애매모호해졌다.

한창 눈산행 즐길 시기인데,이토록 포근한 날씨속에서 꽃구경을 하고 있으니..

 

내려다보는 포구의 풍경에서 마음의 평온이 온다.

아기자기한 마을에 그림처럼 정박해있는 선박들,그리고 삶의 터전인 파란바다가 아름답다.

산,바다,하늘 그리고 갯마을,네박자가 어우러진 풍경을 내려다보며 엉금엉금 암릉구간을 이어간다.

 

가마봉으로 오르는 길은 철계단을 설치해놨다.

예전처럼 길다란 밧줄이 늘어져 있었음 암벽 격훈련 제대로 할 뻔 했다. 

 

가마봉

 

옥녀봉이 바로 앞으로 다가왔다.

우리가 점찍어 놓은 비박지도 머지않았다.

산행 시작한지 3시간이 넘었다.

 

90도에 가까운 철계단을 난간에 매달리다시피하여 뒤뚱뒤뚱 내려온다.

다 내려와서야 완만한 우회길이 있다는걸 알았다.

설사 미리 았다쳐도 산여인 성격에 무조건 급경사를 택했을꺼라는 몽몽님..ㅎ

   

절벽에 달라붙어 오르내렸던 길은 이제 출렁다리가 대신하고 있다.

스릴감은 떨어졌지만,이곳의 명물이 되긴 했다.

 

 

두개의 출렁다리를 잇는 중간지점에 집을 지었다.

바람이 조금 걱정이지만,내가 생각하는 비박터의 기준은 항상 똑같다.

사방이 시원하게 뚫려야 한다는것..

 

2016새해 첫날의 해가 밋밋하게 넘어간다.

그나마 있던 붉은 기운도 옷갈아입고 오리털바지 챙겨입고 나오니 많이 사그라들었다.

 

 

 

오늘의 특별식,중앙시장에서 떠온 단돈 3만원어치 회에 좋은데이~~

일단 따끈한 국물 먼저 끓여먹고는 소주 한모금에 회 열점씩..

술맛도 좋고,회맛은 더 좋고..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얼음까지 채워 싸짊어지고 올라온 보람이 있다.

뱃골로 치자면 어디가서 빠지지 않는 우리지만,양이 많아 결국은 남기고 말았다.

 

실컷 맛있게 잘먹고는 한바탕 티격태격하는 우리..

커피물 끓이다가 코펠을 건드려 물을 쏟았더니 조심성이 있네 없네,돗자리가 젖었네 어쩌네 폭풍 잔소리를 해대고..

어디 안 다쳤냐 물어보는게 우선 아니냐 돗자리가 그렇게 중요하면 돗자리랑 살아라,사람이 어쩜 이러냐 섭섭하네 어쩌네 하고.. 

하튼가 잘 나가다가 꼭 한번씩 이렇게 삼천포로 빠진다..ㅎ

그래도 이 밤,아무도 없는 산꼭대기서 서로 의지할 사람은 상대방뿐이라는걸 모를리 없다.

그리고 내가 퀘퀘묵은 이야기까지 끄집어 내면 골치 아프다는걸 뻔히 아는 몽몽님이다. 

화제를 돌리며 얼른 사태를 종결시킨다.

 

별빛이 좋다.

밤바다 풍경도 참 좋다.

근데 바람이 좀 거시기하다.춥다.

시간끌며 한시간을 어슬렁거리다 침낭안으로 쏙 들어간다.따뜻하다.  

 

거의 죽은듯 잤다.

새벽같이 움직여 내려와 3시간 반동안 산행했으니 피곤하기도 했다.

바람때문에 텐트가 흔들려 한번 깨고는 그대로 긴 시간동안 정신없이 잤더니,아침이 개운하다.

아침 일출도 어제 일몰과 다름없이 밋밋하다.해가 뜨는둥 마는둥하며 싱겁게 떠오른다. 

 

텐트폴대가 또 휘었다.

어젯밤 바람이 강하긴 했나보다.

지난번 선자령 다녀온 이 후 심하게 휘었는데도 그대로 쓰고 있었는데,이젠 수리를 미룰 수 없게 되었다.

 

아침햇살이 가득해질 시간,서둘러 짐을 챙겨넣고 출렁다리를 내려선다.

배편이 12시로 예약되어 있긴하지만,잘하면 10시배를 탈 수도 있을거같다.

 

아침부터 또 유격훈련이다.

가벼워졌어도 등짝에 붙어있는 짐짝은 여전히 신경쓰인다.

 

 

 

위험구간마다 데크를 만들어놓았다.

그래서인지 첫배로 들어온 산객들이 가벼운 옷차림으로 옥녀봉을 오른다. 

 

금평항이 가까워졌다.

바윗길 지루해진 시점인데다 화장실이 시급한지라 너무 반갑다.

 

 

예약되어있던 배편을 10시로 바꾸고는 화장실에 들어가 세수 먼저 한다.

금평항을 떠난 여객선은 아름다운 남해의 은빛바다를 가르며 가오치항으로 향한다..

그리고..

다음 비박지인 연화도를 가기위해 통영항으로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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