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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박이야기/비박이야기

통영 연화봉 비박

 

산행일 : 2016년 1월 2일~3일

산행지 : 통영 연화도

산행코스 : 연화항-출렁다리-용머리해안-연화봉(비박)-연화항

산행이야기:통영항에 도착하자마자 1시 15분 연화도행 배표를 예매한다.배시간까지 남은 시간은 딱 2시간..일단 시락국 한그릇 먹고 나서 슈퍼로 시장으로 부지런히 움직이며 비박짐을 다시 꾸린다.

 

한시간만에 바다에 뜬 연꽃섬에 도착한다.

작고 아담한 본촌마을 선착장엔 바닷내 대신 향좋은 커피향이 진동을 하고,포구의 분위기와 제법 잘 어울린다.

연화도의 가장 끝에 있는 마을인 봉두마을을 들머리로 잡기로 했다.

본촌마을을 들머리로 하면 40여분만에 연화봉을 오를 수 있지만,내일일정이 좀 빠듯하고..

출렁다리가 있는 봉두마을부터 시작하면 연화봉까지 약 2시간..몸은 좀 고달퍼도 내일 일정을 여유있게 잡으려면 이렇게 길을 잡는게 최선이다.

다행히 연화항에서 봉두마을까지 쉽게 갈 수 있는 방법이 생겼다.

전직 마을이장님이 운행하는 승합차를 이용하기로 했다.일인당 3천원..

 

10여분만에 뚝딱 출렁다리 입구에 도착했다.

딱딱한 시멘트길 등짐메고 걸어왔음 족히 한시간은 걸렸을터..

무작정 걷자고 끝까지 우기지 않은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망부석 바위를 바라보며 출렁다리 앞에 선다..

 

어제 봤던 사량도 출렁다리에 비하면 스릴감이 한참 떨어진다.

몽몽님이 일부러 마구 흔들어대는데도 하나도 무섭지 않다.

배낭을 내려놓고 동쪽 끄트머리에 있는 용머리일대를 보기위해 출렁다리를 건넌다.

 

 

해안절벽길 위로 바닷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온다.

억새는 한들거리고,동백꽃은 여기저기 한두송이씩 붉게 터졌다. 

 

 

용머리 끝지점에서 한숨쉬고 있는 몽몽님..

저어기 연화봉까지 언제나 가려나~~

 

 

다시 출렁다리를 건너와 배낭을 둘러메고는 오늘의 목적지인 연화봉으로 향한다.

 

용머리해안은 멀리서봐야 그 진가가 드러난다.

용의 머리위로 서있는 소나무며,깎아지른 절벽이며 새파란 바다가 절경이다.

 

 

가장 무게가 많이 나가는 물을 나눠 넣으면 좋을텐데,그래도 남자 체면이 있지 않냐며 물4리터를 혼자 짊어진 몽몽님..

힘들어서 발이 안떨어진다면서도 끝내 짐을 나눠주지 않는다.

일몰시간 놓칠 수 있으니 나더러 신경쓰지말고 먼저 가라 그런다. 

 

널찍한 시멘트길을 한참을 걷고나서 다시 산길로 접어들어 평탄한 산등성을 따른다.

까마득히 보였던 연화봉정상의 불상은 조금씩 가까워온다.

서쪽하늘도 점점 붉어지기 시작한다.

점심으로 먹은 시락국은 벌써 소화된지 오래라 꼬르륵 꼬르륵 배꼽시계는 울려대고,

비상식으로 챙겨온 가나 초콜렛으로 요기를 한다.

 

 

날이 맑았더라면 통영의 대부분의 섬들을 조망할 수 있었는데,그저 가까이 있는 용머리만 실컷 바라본다.

 매물도와 소매물도,그리고 비진도와 장사도까지 그림처럼 펼쳐졌을 다도해풍광은 머릿속으로만 그려본다.

 

이제 연화봉으로로 오르는 마지막 임도만 남았다.

보덕암을 옆에끼고 5층석탑과 토굴을 차례로 지나며 막판 힘을 발휘한다.

지나가는 보살님들,내 등짐을 보시더니 한마디하신다.

`워메~집나온지 꽤 여러날 됐는갑소~~`

 

 

목적지에 도착했다.

통영항을 바라보고 있는 아미타대불이 처음엔 좀 생뚱맞다 했는데,머물수룩 부처님의 온화한 미소에 내마음도 온화해진다.

 

연화봉 215m

 

몽몽님이 오기를 기다렸다가 내려놨던 배낭 다시 메고 정상인증..

 

서둘러 잠자리를 마련한다.

부디 오늘은 바람이 잔잔하기를..

 

외초도,초도,녹운도,욕지도 위로 노을이 진다.

노을이 지며 바다도 붉게 물든다.

 

 

오늘은 서호시장표 문어에 전복,그리고 멍게 되시겠다.

어제 술이 약간 부족했던지라 350ml소주를 하나 더 챙겨왔다.

망향정을 통째로 전세내어 마련한 식당은 바람도 없고 등기댈곳이 있어 더없이 안락하다.

적당히 삶아진 문어에 꼬들꼬들한 전복이 얼마나 맛있는지,오늘은 남김없이 다 먹어치운다.

마지막엔 전복라면까지 후루룩 후루룩~~

 

밤바다위로 고깃배 불빛이 반짝인다.바람소리 없는 고요하고 거룩한 밤...

바로 옆,비석에 쓰여져있던 글귀를 되새긴다.

`가진것도 버리고,생각을 쉬어라~~~`

 

평온한 밤이었다.

밤새 소리없이 이슬비가 내려 텐트에서 물이 뚝뚝 떨어진다.

용머리 위로 동녘하늘이 붉다.

 

 

하늘은 온통 새털구름으로 가득찼고,붉은 기운은 먹구름을 뚫고 나오려 애쓴다.

성화에 못이겨 억지로 나오더니 구름이 장관이라며 연신 카메라를 눌러댄다.

 

 

해가 솟구치며 사위는 점점 붉어지고,용머리는 아침의 기운을 한껏받아 금방이라도 꿈틀거리며 솟구쳐 오를것만같다.

암만봐도 꼬리같은데,`용머리`라는 이름이 붙었다.

 

 

 

새털구름은 점점 더 많아졌다.

이슬비에 젖었던 우리집도 햇살이 들며 조금씩 마르기 시작한다.

 

 

통영에서 첫배타고 온 여행객들이 한꺼번에 올라왔다 빠지고 난 후,

여유있게 아침먹고 짐정리를 한다.

 

발아래 보이는 본촌마을로 내려선다.

11시45분 배시간까지는 여유가 있어 천천히 아주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연화항에 닿으니,우리가 타고가야할 배가 막 욕지도로 향하는 중이다.

 커피숖에 들어가 앉아있을 시간도 애매하고,고등어회 한접시 먹고 갈 시간도 어정쩡해

따스한 햇살아래 자리잡고 배가 되돌아올때까지 기다린다.

 

통영항에 도착하며 2박 3일간의 섬여행을 마친다.

 

이제..우리집으로 갈 시간..

멀쩡했던 몸뚱아리가 갑자기 근질거려온다.머리도 가려워지기 시작하고 입안은 찜찜하다.

어여 빨리 집으로 돌아가 뜨끈한 물에 씻고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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