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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박이야기/비박이야기

풍도 비박

 

산행일 : 2016년 3월 14일~15일

산행지 : 풍도

산행코스 : 풍도 선착장-북배(비박)-풍도 선착장

산행이야기:한달전부터 계획했던 풍도비박이 배편을 구하지 못해 파투나니,점점 그 섬에 가고싶어 안달이 났다.산악회를 이용해볼까 하다가 옥순씨한테 구조요청을 해봤더니 단박에 오케이사인이 떨어졌다.어설픈 아줌마 둘이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출근길과 맞물린 시간에 버스와 전철을 환승하느라 조금 애먹었다.

다른때보다 조금 더 묵직한 배낭은 바닥에 내려놨다 짊어질때마다 몸이 휘청거릴 지경이었으니..

다행히 평촌역부터는 편안했다.전날 구봉도 나들이중에 섭외한 드라이버가 방아머리 선착장까지 고급승용차로 편안하게 데려다주셨다.

 

영흥도와 선재도 사이를 가로질러 풍도로 향한 서해누리호는 1시간 반쯤 되어 풍도에 도착한다.

하선하라는 안내방송을 뻔히 듣고도,요즘 초등학생들에게 초통령이라 불리며 최고의 인기라는 `보니 하니`에 푹빠져 테레비속으로 들어간 두 아줌마..

정신차리고 보니 배안에 남은 사람은 덜렁 우리 둘뿐이다.엄마야~~

풍도에 발디디기도 전부터 어째 불안불안하다..ㅎㅎ

아니나다를까..

해안도로따라 쭉 가면 될것을 비박짐을 멘 아저씨가 산길을 안내하는 바람에 1시간동안 산길에서 이리저리 헤매고 난 후에야 다시 해안도로로 나온다.

이미 진은 다 빠지고,다리는 후달거리고 배도 고프고...

북배까지 오늘내로 갈 수는 있는거지? 언니... 

 

두번씩이나 물어물어 우여곡절끝에 드디어 북배에 도착했다.

해안도로 끝에 채석장을 지나 잘 닦여진 산길을 올라 소나무숲을 오르니 사진에서 봤던 바로 그 북배가 눈앞에 나타났다.

울퉁불퉁한 붉은 바위들,그리고 길게 이어진 북배딴목이 사진에서 본거 이상으로 과연 아름답다.

그러나,but...

바닷바람이 정신을 못차릴 정도로 사정없이 불어댄다.

풍도라는 이름이`豊島`가 아니라 `風島`가 아닐까 잠시 착각했다.

이 상황에서 과연 텐트를 칠 수 있을지 난감하기만 한데,

설상가상으로 오랜만에 가져간 킬로텐트는 그 언젠가처럼 삼각점도 못찾겠고,

이 폴대가 가로인지 세로인지 구분도 못하겠으니 원..

그래도 혼자가 아니니 다행이다.

둘이 안돌아가는 머리 쥐어짜가며 하다보니,시간은 좀 많이 걸렸어도 쉘터까지 제법 그럴듯한 집 3채를 기어이 완성시키고야 말았다.음하하하~

 

늦은 점심을 먹고나서 해안도로 따라 다시 마을로 왔다.

듣자하니 발에 밟힐 정도로 꽃들이 지천이라던데..

설레는 마음으로 은행나무를 지나 꽃길로 들어선다.

가장 먼저 복수초가 반긴다.거의 해바라기만한 크기의 복수초는 여기저기 많이도 피어있다.

두번째로 만난 꽃,노루귀는 몇개체 눈에 안띈다.

 

보고싶다 노래를 불렀더니,거짓말처럼 눈앞에 짠~ 나타나주는 중의무릇..

 

그리고..

드디어 풍도의 자랑,풍도바람꽃을 만난다.

꽃받침이 확실히 지금껏 봤던 변산바람꽃보다 다르다.

 V자형의 깔대기모양으로 복스럽다.

 

 

 

풍성한 꽃밭을 기대했지만,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빈약한 꽃밭을 보니 좀 실망스럽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시간이라 꽃구경은 이걸로 마치고 그만 뒤돌아선다.

 

잔머리를 굴리는게 아니었다.

콘크리트로 된 해안길 발바닥에 불나게 걷기 싫어 산길로 넘어가자 했는데,가다보니 이길이 아니다.

또 가다보니 바로 코앞에 해안길이 보이는데 펜스가 처져있다.

점점 이상한 길로 가는걸 깨닫지만,이상하게 발이 멈춰지지 않는다.

이게 바로 전형적인 길치의 특징이라고..ㅎ

결국..길 눈 어두운 우리는 무조건 정석으로 된 길을 가는게 정답이라는 교훈을 얻고는 돌고 돌아 해안길로 내려선다.

마을을 지나다보니 봄나물 손질중인 빨간집이 눈에 들어온다.

집에 있는 식구들 봄나물 먹일 아줌마욕심에 그냥 지나칠 수 없지..

달래나물과 사생이 나물을 각자 한봉지씩 주문해놓고 내일 찾으러 오겠노라 하고는,농담삼아 길치인 우리가 과연 이 집을 찾을 수 있을까 그런다.

에이 설마~했지만,말이 씨가 됐다는거..ㅎㅎ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한다.미니슈퍼에 들러 빠다코코넛 과자 하나 사들고는 부리나케 북배로 돌아온다.

 

그 새 전망 좋은 곳에 집한채가 들어서 있고,북배딴목으로 이어지는 길은 밀물때가 되어 바닷물로 채워져 있다. 

 

 

 

우리집이 바람에 무사할까? 걱정했지만,다행히 안날라가고 굳건히 잘 버텨주고 있다.

조금씩 석양으로 물들기 시작하자 바다도 붉게 물들고 북배의 바위도 더 붉어진다.

두 아줌마,온갖 생쑈를 다해가며 지은 집 또한 노을빛으로 너무 근사해진다.

비박에서 즐길 수 있는 가장 멋진 시간이다.

 

 

 

 

마지막 아름다운 빛을 쏟아내고 순식간에 해가 넘어가면서 빛은 사라진다. 

 

 

당진의 대산공단과 북배딴목의 등대에 화려하게 불이 들어오면서 우리의 화려한 밤이 찾아왔다.

풍도의 밤을 위해 어제 부랴부랴 구입한 난방텐트 안에 들어 있으니,바람 불어도 밤추위가 몰려와도 끄떡없다.

둘이 가져온 살림살이와 음식을 펼쳐놓으니,정말이지 없는거 빼고 다 있다.

일단은,부드러운 소고기로 식욕을 돋우고..

이단은,벌집삼겹살 노릇노릇하게 구워 맥주와 함께 흡입..

그리고 삼단은,김치볶음밥에 약간 도수 높은 술 한잔씩..

두 아줌마의 행복한 수다는 새벽 1시까지 이어졌고,

잠깐씩 올려다 본 하늘엔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별들이 촘촘히 박혀있었다.

 

알람소리가 울렸지만,따뜻한 침낭안에서 계속 꼼지락거린다.

30여분을 땀나게 걸어 일출을 볼것인가? 아님 계속 꿀잠을 잘것인가? 이거이 문제로다..

문득 여기까지 와서 잠자는데 시간을 보내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무거운 몸을 일으켜본다.

 

해안선따라 길게 이어진 길위에 향긋한 바다향에 시원한 아침공기가 얹어진다.

서서히 물들어가는 하늘빛에 이끌려 바쁘게 걸어 선착장에 도착한다.

 

아침잠 물린 보람이 있다.

아침빛이 너무 강렬하다.

그 빛속에 보이는 풍경은 너무 아름다워 할말을 잃게 만든다.

 

 

물감 풀어놓은듯 온통 빻갛게 물든 바다에 이따금씩 끼륵거리며 갈매기들이 날아든다.

해는 이미 솟았는데도 붉은 빛은 쉬이 사그라들지 않고,바람한점 없는 바다는 고요하고 평화롭기 이를데 없다. 

부드러운 아침햇살과 아침의 강한 기운을 온몸으로 흡수하며 하루를 여는 황홀한 이 아침..  

 

 

배한척이 지나갔음 했는데,거짓말처럼 어선 하나가 나타났다.

어찌된 일인지,햇빛 쏟아지는 지점까지 왔다가 다시 후진해 간다.

마치 우리를 위해 잠깐 왔다 가는것처럼...

 

 

 

북배위로 아침햇살이 쏟아진다.우리 텐트 참 잘 마른다.

밤새 요란했던 바람은 사라졌다.비박장비 정리하기 참 수월하다. 

 

된장찌개 향기 죽여주고,커피맛도 완전 끝내준다.

파도소리 들려오고,발아래 파란 바다 출렁거리는 멋진 레스토랑이다.

 

일사천리로 패킹을 하고는 북배를 떠난다.

 

 

어느집이었더라??

마지막까지 길에 관한한 우리의 조합은 최악의 조합이었음을 다시금 확인한다.ㅎㅎ

어제 주문해놓은 나물을 찾으러 이 골목 저 골목 헤집고 다니며 빨간지붕을 찾아 헤맨다.

 

나물집 아주머니께서 맛좀 보라며 사생이 나물에 사생이 전을 공짜로 내어주신다.

할 수 없이 막걸리 한병을 주문하고는 12시 30분에 출발하는 배시간을 기다리며 마당에 앉아 바다를 내려다본다.

그저 더도 덜도 말고 한 열흘만 꼼짝없이 이 섬에 갇혀있고만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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