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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박이야기/비박이야기

영취산 비박

 

산행일 : 2016년 4월 1일~2일

산행지 : 영취산

산행코스 : 진달래축제장-골명재-진례산(비박)-봉우재-시루봉-흥국사

산행이야기:봄기운 완연한 요즘,남녘에서 들려오는 꽃소식에 맘이 달뜨더니 또 불치병이 도진다.산정에서 하룻밤 보내고 싶은 병..

이럴땐 짐싸서 무조건 떠나는게 답이다.

 

동서울터미널에서 다섯시간 가까이 걸려서야 여수에 도착한다. 

든든히 점심을 먹고나서 택시로 들머리까지 이동하는데,하필 지리에 익숙치 않은 택시기사를 만나는 바람에 여차저차 물어물어 들머리에 닿는다.

 

여름옷을 입었어야 했나보다.

봄기운이 가득하다못해 뜨거워 초장부터 땀이 쉴새없이 흐르고 얼마안가 갈증이 몰려온다.

 묵직한 등짐의 무게가 고스란히 온몸으로 전달되며 발걸음은 점점 무거워지고,호흡은 조금씩 깊어진다.

욕심을 좀 버리면 가벼워질텐데..

늘 갖는 생각이면서도 짐을 꾸리다보면 또 욕심을 꽉꽉 채우게 되는 누를 범한다.  

이 와중에 마주오는 산객들마다 한마디씩 건넨다.

`맨 몸뚱아리도 힘든데,뭐더러 그렇게 큰 짐을 지고 오르느냐`

`히말라야 원정 훈련 중이냐`

`산꼭대기서 한 사나흘 묵을 작정이냐`

 

골명재에서 아이스크림 하나 사먹을 생각만 하며 걷다보니,어느 순간 황홀한 분홍융단이 눈앞에 나타나고,

언제 힘들었냐는듯 갑자기 몸이 날아갈듯 가벼워지고,신기하게도 등짐의 무게가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다.

원효대사가 그랬지..모든건 마음먹기 달렸다고....

 

 

빽빽하게 들어선 공장지대,그리고 쉴새없이 뿜어져나오는 연기..산 위에서 내려다보는 여수산단은 더 어마어마해보인다.

분홍빛 산과 잿빛 공장이 대조적이다.

 

원상암마을에서 오르는 능선은 역시나 명불허전이다.

나무 두그루가 포인트를 이루고,가장 밀집도 높은 진달래 능선이라 더욱 아름답다.

 

 

오늘의 산동무들..

이제 완벽하게 예전 체력으로 부활하신 자랑스런 우리 옥순씨..

1년간 5,000킬로 유럽도보여행을 마치고 긴머리 휘날리며 돌아오신 솔맨형..

휴가까지 내고 오실정도로 노는거엔 진짜 일가견이 있으신 펭재벌님.. 

 

 

꽃밭은 점점 화사해지고,시야는 점점 넓어지면서 여수산단이 한눈에 들어온다.

조금씩 산객들도 줄어들면서 조용히 산을 바라보기에 딱 좋은 시간이 찾아든다. 

 

 

가마봉 정상에 진을 칠까 하다가,내일 새벽 붐빌것을 염려해 진례산 정상까지 가기로 한다.

가마봉부터는 조금 빠르게 진행한다.

진달래도 이제 막 피기 시작하는 중이다. 

 

 

 

정상에 도착하자마자 일사천리로 쉘터 포함해서 다섯동을 설치하고나니,차가운 바람과 함께 찬기운이 찾아든다.

 

아니 이게 뉘신가?

풍아저씨가 기별도 없이 오셨다.

여수가 홈그라운드인 죄(?)로 올때마다 이렇게 선물처럼 나타나시다니..

참 오래된 인연이다.두륜산에서 만난 이 후 어느덧 6년이나 흘렀다.

그냥 스쳐지나갈 인연으로 남을 수도 있었음에도 언제나 이렇게 지켜내려고 애쓰고 먼저 손내밀어 주시는건 풍님이시다. 

 

솔맨님은 유럽여행 이후 좀 조신해지신가 했더니만,여전히 폴짝폴짝 뛰며 체통없는건 여전하시다.

 

함께 선너머로 지는 노을을 바라본다.

뿌연 연무로 맑고 깨끗하진 않아도 붉은 빛으로 물든 진달래며 발아래 풍경이 꽤나 분위기 있다.

 

 

 

다섯이서 옹기종기 모여 앉아 비박의 꽃인 저녁만찬을 즐긴다.

 

가장 먼저 풍아저씨가 신선함을 유지하기 위해 얼음까지 꽉꽉 채워 손수 들고 올라오신 봄도다리로 입맛을 한껏 돋우고..

두번째는 펭귄님의 스페셜요리,찹스테이크..

하룻동안 숙성시키셨다는 황금비율의 특제소스맛이 어찌나 훌륭한지..

그리고 나서는 삼겹살과 함께 돌미나리 살짝 익혀 한쌈 먹고..

또 그리고 나서는 배는 부르지만 한국사람은 밥을 먹어야한다며 새우볶음밥 먹고..

이게 끝??

매콤한거 땡긴다며 언니가 서프라이즈로 준비해오신 낙지를 볶고..

남은 국물에 미나리 잔뜩넣고는 마치 처음 먹기 시작하는 사람들처럼 맛있게 볶음밥을 먹는다..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곱다`는 마인드를 주입시키며 먹다보니,앉아있기가 불편해진다.

 

여수산단의 불빛이 휘황찬란하다.

그 빛 속에서 시간은 어느절에 12시를 넘어선다.

 

5시 반 알람소리에 잠이 깼다.

이 방 저 방 문두드려 깨워 일출을 보겠다고 눈꼽도 안 뗀 채,가마봉으로 향한다.

 

아름다운 아침 풍경을 마주한다.

붉은 해는 겹겹의 산그리메 속에서 떠오르고,진달래 물든 산은 아침 햇살에 눈부시다.

공기까지 상쾌했음 얼마나 좋을까..

산업단지에서 뿜어대는 매연으로 아침공기가 메스꺼울 정도로 역하다.

 

 

 

주말이라 이른 아침인데도 산객들로 붐빈다.

어여 정상으로 돌아가 사이트를 정리해야 하는데도 아침햇살 물든 곱디고운 꽃길속을 벗어나지 못하고 어슬렁거린다. 

 

 

 

 

아침 꽃놀이를 즐길땐 좋았는데,정상을 올려다보니 까마득하다.

에휴..언제 저기까지 가려나~~~

 

 

 

 

아침운동 빡세게 하고나서 사이트로 돌아오니 솔맨님이 아침밥에 고추장찌개까지 끓여놓고 기다리신다.

그야말로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고는 한그릇 후딱 해치우자마자 일사천리로 사이트를 철수한다.

 

 

하산길,도솔암에 들러 커피 한잔씩 한다.

돌아가며 해우소에 들러 근심도 풀어버리고...

 

봉우재 고개에서 다음을 기약하고 풍님과 헤어지고,

펭귄님은 흥국사로 곧장 내려가시고,

나머지 세명만 다시 꽃길속으로 들어가고 싶어 시루봉으로 향한다.

 

 

시루봉

 

시루봉 암봉위에 올라 시원한 바람쐬며 헬기장 주변으로 활짝 핀 진달래를 내려다보니,힘들어도 오르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사이사이 소나무와 함께 어우러져 그림같다. 

 

 

 

헬기장을 지나면서는 완전 꽃터널이다.

내 키를 훌쩍 넘은 꽃터널을 기분좋게 통과한다.

며칠 지나 진달래 꽃잎들이 떨어지면 분홍카펫길이 될것이다.

이태 전에 왔을때가 그랬다. 

 

 

 

발이 편한 흙길이 이어지는가 싶더니,너덜지대가 나타나고,

거친 돌길을 긴장하며 내려오다보니 반가운 시냇물소리가 들려온다.

계곡에 이르러 얼음장처럼 차가운 물에 발담그고,어제 오늘의 피로를 풀어본다. 

 

흥국사 주차장엔 우릴 보겠다고 귤맘님이 한시간전부터 기다리고 계신다.

승용차에 낑겨 태우시더니만 순천으로 이동해 미리 예약해두신 음식점에서 근사한 점심을 대접하신다.

어제 오늘 풍님 내외분한테 신세를 너무 많이 졌다.고마운 마음뿐이다.

언젠가 웬수 갚을 날,오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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