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 : 2009년 12월 25일
산행지 : 계방산 1577m
산행코스:운두령-1492봉-헬기장-정상-주목군락-이승복생가-윗삼거리
산행이야기:성탄기념산행으로 계방산을 가기로했다.겨울만 되면 나를 은백의 세상속으로 이끌게 만든,그 시발점이 되었던 산..그 첫느낌을 못잊어 특별한 날,특별한 이들과 함께,특별한 추억을 만들러 계방산을 간다..
아침일찍 서울을 출발한 우리차는,들머리를 30분정도 남겨두고,
마침 내 순수의 시절을 보냈던 그 곳을 경유한다..
내가다녔던 초등학교,문방구,빵집..그리고..그 남자네 집..
학소대로 가는 길목에 그 남자네 파란색지붕이 보인다..
지난달에 10여년만에 동창모임에 갔었다.거기에 그가 있었다..
BMW를 타고,발리 명품가방을 메고,엄청 거들먹거리고 나타났던 그..
난장이똥자루만한 키에,번지르르한 폼새가 별꼴이었던 그..
그 순수의 시절속의 그는 거기에 없었다...
9시쯤 들머리인 운두령에 도착해 산행을 시작한다..
오후부터 눈소식이 있어,만족스런 눈세상은 못보고 가겠구나한다..그런데..이게웬일...
정상이 가까워올수록 아름다운 눈세상이 선물처럼 마구 쏟아진다..
바람과 온도와 습도가 만들어낸 환상의 작품,상고대가 만들어져있다..
연일대박행진이다..구봉대산과 덕유산에 이은 세번째눈대박이다..참 운좋은 여인일세..
계방산 정상 1577.4m
정상에서의 날씨는 그야말로 환상이다..
바람은 행여나 눈꽃이 날아가버릴까,조심스럽게 살포시 불어준다..
파란하늘과 어우러진 상고대가 눈부시게 아름답다..
내 순수의 시절도 이렇게 눈부신 아름다움이었다.
종일 눈속을 구르다 집으로 돌아오면,
온집안에 풍기는 화롯불에 굽는 고등어냄새가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밤이면,그 화롯불에 고구마를 구워 입주변이 까맣게 되는것도 모르고 연신 먹어댔다.
내어머니께선 밤새 실뜨개질을 하시고,내아버진 짚으로 새끼를 꼬시고..
아침이면 눈이 내키만큼 쌓여 아랫집 경옥이네랑 통(通)하려면,
한나절을넘게 온식구가 너까래들고 덤벼야했다..
정상바로아래서 한참을 머문다..
이 깨끗한 순백의 세상에,내안에 묻어있던 때들을 다 버리고가련다..
과도한 욕심,시기와질투,나약함,고집,조급함...
이승복생가터를 지나 날머리에 도착한다..
운두령고개에 주차되어있는 차까지는,
반대방향에서 오던 분이,차까지돌려 태워다주신다.
낯선이에게 호의를 베풀기 쉽지않은 세상인데,이리 아름다운 세상의 일면도있다.
산행의 끝을 아주 기분좋게 마무리한다..
성탄선물치고는 아주 큰걸 받았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눈세상을 선물받았고,좋은분들과의 이쁜 추억선물을 받았고,
내 어린시절의 순수성을 되찾게 만들어주었다..
계방산..아이러브유...포에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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