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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야기/산행(2009~2019)

북한산종주

 

산행일 : 2016년 5월 13일

산행지 : 북한산

산행코스 : 불광역-족두리봉-비봉-문수봉-대동문-백운봉암문-백운대-하루재-영봉-육모정고개-우이동

산행이야기:오랜만에 미세먼지 없는 맑고 깨끗한 날이다.어디든 나서지 않고는 못 배길 만큼 5월의 아침햇살이 눈부시다.백운대 가본지도 꽤 된거 같아 모처럼 북한산으로 행차를  한다. 

 

여러번 왔으니 설마 기억하겠지라는 생각은 금물이었다.

지나가는 어르신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아무런 의심없이 직진만 하면 된다는 생각 또한 금물이었다.

불광역에서 빠져나와 오늘 산행의 들머리가 되는 대호아파트를 찾기위해 무려 30여분을 헤맸다.

버스 한정거장 이상을 다 가서야 뒤늦게 이상한 낌새를 채고는 다시 불광역으로 되돌아와 검색했더니 9번출구라고 나온다.

스마트폰은 폼으로 갖고 다니냐고요..

남양그린힐 건너편에 있는 대호아파트를 찾아 간신히 들머리에 닿고,그제야 안심하고 산행준비를 한다.

 

진달래 지고 철쭉이 피는가 했더니 어느절에 막바지 봄으로 치닫으며 산은 온통 아카시아향으로 가득하다.

옷까지 스며들정도로 짙은 아카시아향에 취해 5월의 숲을 온몸으로 만끽하며 걷고 있는데,어떻게 된 일인지 이쯤에서 나와야할 오르막이 안나온다.

글쎄 족두리봉이라는 이정표를 놓치고 잘 닦여진 둘레길로 가고 있었던것..

아,정말이지 나란 사람..길에 왜 이토록 둔한걸까?

 

한시간가량을 뻘짓만하다 족두리봉을 오르려니 맥이 쫙 빠지고,산행욕구는 완전 바닥이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만,하필 올려다 본 하늘이 너무나도 예쁘다.

 

 

하늘엔 조각구름 떠있고..

빼곡한 도심의 빌딩숲은 땀을 흘릴수록 점점 넓게 시야에 들어온다.

 

 

우여곡절끝에 족두리봉에 선다.

내려다 본 서울도심은 더 그림처럼 펼쳐지고,햇살은 커다란 화강암 덩어리 위로 하얗게 부서진다.

일렁거리는 초록의 숲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비오듯 쏟아져 내린 땀을 식히고 나니 상쾌해진다.

 

우뚝 솟은 향로봉을 앞에두고 오른쪽으로 우회하는 길..

계속 따라오며 지저귀는 새를 벗삼아 걷는다.

역시..산은 언제나 옳다.

숲속을 걷노라면 마음이 한없이 평화로워진다.거친 숨 몰아쉬며 오르는 동안엔 그 어떤 상념도 자리잡지 않는다.

오로지 내 몸뚱아리 하나에만 정신을 집중하면 된다.새소리,바람소리,나뭇잎 흔들리는 소리,햇살 부서지는 소리는 자연이 나에게 들려주는 힐링 뮤직이다.

 

 

진흥왕 순수비가 세워져 있는 비봉이 코앞이다.

예전같음 객기부려 기어오르고도 남았을텐데..

이젠 몸사려야 할 나이..

 

언제봐도 감탄사 나오는 북한산의 풍모다.

오늘은 날씨까지 맑고 깨끗해 손내밀면 잡힐듯 아주 가깝게 보인다.

 

오랜만에 보는 사모바위..

 

 

비봉을 뒤로하고 승가봉에 올라서니 문수봉과 보현봉이 더 가까워졌다.

정말이지 북한산은 어느 바위를 오르더라도 뷰가 끝내준다.

앞으로는 더 자주 와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바윗덩어리 하나가 기막히게 올려져 있는 `통천문`..

 

청수동암문까지 이르는 길은 오늘 코스 중 최고의 깔딱길이다.

대남문 즈음에 이르러 점심밥상을 펼칠 계획이었는데,깔딱길 중간에 퍼질러 앉아버린다.

날파리들과 여차하면 팔죽지에 들러붙는 애벌레들과 씨름하며 삼각김밥 하나를 서둘러 까먹고는 참외하나는 도로 집어넣는다.

 

 

드디어 산성길이 시작된다.

바람이 시원해 숲길대신 산성길을 따른다.

아직 채 초록물이 들지않은 이파리들은 파란 하늘에 눈부시게 빛나고,성벽틈으로 줄지어 피어난 붉은색 병꽃은 화사하다. 

 

 

가까이 다가온 북한산 주봉..

 

대동문

 

 

노적봉

 

 

백운봉암문

 

문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이 최고다.

시원한 사이다 한병 들이킨 기분이 들 정도로 갈증마저 해소되는거 같다.

 

날도 뜨겁고,등로도 미끌미끌해 크게 내키지 않는 길이지만 그래도 올라야겠지...

예상한대로 사람들이 하도 다녀서 길이 얼마나 미끄러운지..

 

만경대

 

인수봉에 새겨진 십자모양은 그 어느때보다 선명하다.

오전보다 날이 말끔하진 않지만,노적봉 뒤로 검단산과 예봉산까지 흐릿하게 조망된다.

 

 

 

백운대

 

백운산장을 지날때마다 예전의 우물물이 그립다.

산장 옆 우물에서 두레박으로  길어 올려 마셨던 물맛은 잊을 수가 없다.

언젠부턴가 우물은 폐쇄되었고,다신 그 두레박물은 마실 수 없게 되었다.

 

 

하루재에서 고민할 필요가 없어졌다.

시간이 늦어지면 곧장 도선사로 하산할 참이었는데 생각보다 이른 시간에 하루재에 당도했다.

오늘의 마지막 봉우리인 영봉을 또 기어오른다.

 

 

내사랑 도봉산을 지척에서 바라보며 영봉을 내려선다.

사람하나 없는 육모정고개로의 길은 호젓하다못해 스산하기만 하고,

내 발자국 소리에 깜짝깜짝 놀래가며 용각사 목탁소리가 들릴때까지 부지런히 산을 내려선다.

 

미처 산행장비를 정리할 새도 없이 130번 버스가 정류소에 멈춘다.

땀내 진동하는 옷,갈아입지도 못한터라 행여나 민폐될까 걱정돼 맨뒷자리 구석에 앉아 답십리역까지 오는동안 엉덩이 한번 들썩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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