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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야기/산행(2009~2019)

설악산 첫째날

 

산행일 : 2016년 5월 19일~20일

산행지 : 설악산

산행코스 : 한계령-끝청-중청(1박)-대청-희운각-공룡능선-마등령삼거리-백담사

산행이야기:설악산 봄철 산불방지기간이 끝나면,귀때기청봉의 털진달래를 보러 가곤 했었는데 해마다 꽃시기가 빨라지다보니 산문이 열리자마자 달려가도 늘 끝물이었던지라 올핸 중청 방향으로 걸음해 보기로 했다.근데 날한번 지대로 잡았다.84년만의 기록적인 5월 폭염~~후덜덜.. 

 

(금강애기나리)

 

바람 한점 없는 한계령이다.

버스에서 내리면 차가우리한큼 시원한 바람이 훑고 지나갔는데,오늘은 뜨거운 햇살이 머리위로 쏟아진다.

우유 500ml를 단숨에 들이키자마자 슬슬 산행을 시작한다. 

 

연분홍빛 철쭉길이 한계삼거리가 가까울때까지 이어진다.

다행히 숨돌릴때마다 산바람도 시원해 걸을만하다.

 

 

이 시기에 자주 오다보니 풍경이며 길이 익숙하다.

이쯤에서 계단이 나오고,또 이쯤엔 두루미풀이 나올거고...

또 어드메쯤엔 큰앵초가 군락을 이루고..

찬찬히 거북이걸음하며 걷다보니 한계삼거리에 닿는다.그리고 한눈에 들어오는 설악의 준봉들을 마주한다.

 

(큰앵초)

 

 

햇살이 너무 따가워 선크림한번 덧칠해 바르고는 끝청을 향해 오른다.

내려다보이는 한계령은 고불고불 굽이치고,끝청에서 흘러내리는 연초록의 신록은 자꾸만 시선이 가는데..

5월의 폭염이 얼마나 심한지,물을 아무리 마셔대도 참외하나를 먹어치워도 갈증이 쉬이 가시질 않는다.

시원한 캔맥주병 하나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말도 안되는 상상을 해본다. 

 

 

중청에 도착하기엔 너무 이른 시간이라 그늘에 돗자리 깔고 앉아 한참을 쉬는데...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한마디씩 한다.신선이 따로 없다고...

땀이 완전히 식어 으스스한 느낌이 들때까지 신선놀음하며 앉아 있다보니,슬슬 중청부근의 털진달래가 궁금해진다.

오후햇살이 한풀 꺾일때까지 기다릴 참이었는데,도저히 못참고 중청으로 향한다.

그리고 얼마안가 도착한 꽃밭..

생각한것보다 훨씬 근사한 꽃밭이다.

약간 시기가 지났어도 고사목아래 콕콕 박혀있는 털진달래는 설악의 웅장한 봉우리들과 어우러지며 탄성을 자아낸다.

 

 

 

 

중청대피소 가기전,소청방향으로 몇걸음 더 옮겨보기로 한다.

역시나 산사면은 붉은 빛으로 흘러내리고..

내려다보이는 용아장성은 금새 붉은물이 들것만같다.

오늘 일몰은 이곳에서 봐야겠다. 

 

 

 

대피소 방배정 하려면 아직 멀었다.

대청봉에 오후빛이 스며들기에도 아직 멀었다.

평상에 앉아 시간을 보내는것도 금새 심심해져 5시도 안된 시간에 이른 저녁을 먹는다.

라면에 밥한덩어리 넣고 계란한알을 넣었다.

 

5시 40분이 되어 방배정이 시작됐다.

예약자에 내 이름이 없다며 예약한거 맞냐며 재차 확인을 하는 직원분..

내 뒤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은 나때문에 시간이 길어지니 웅성웅성거리기 시작한다.

예약날짜가 잘못됐나 싶어 괜스레 불안하고 얼굴까지 막 벌개지는데..

두번째 페이지는 확인 안하고 첫번째 페이지만 죽어라 들여다보고 찾으니 있을리가 있나..

실수한게 미안했는지,2호실 3층을 나혼자만 쓰도록 독채로 배정해줬다..ㅎ

 

더위는 한풀 꺾였고,햇살도 조금 부드러워졌다.

설레이는 마음으로 대청봉으로 향한다.

과연 멀리서 본대로 털진달래가 그림같이 펼져져 있다.

키작은 눈잣나무의 초록빛과 어우러진 분홍의 털진달래가 주체할 수 없을만치 아름답게 수놓아져 있다.

 

 

 

 

천상의 화원이다.

이 높은 곳에서 계절을 달리하며 새로운 꽃들을 피워내는 산이 신기할 정도다.

여름이면 바람꽃으로 가득할 화원이 지금은 연분홍 꽃으로 가득차 있으니..  

 

 

 

 

빛이 점점 누그러지면서 꽃도 제 색을 한껏 발한다.

아무도 없는 대청의 꽃밭을 혼자서 이리저리 뛰다니며 만끽한다.

오고싶은곳 이렇게 두 발로 걸어올라와 이런 시간을 갖게 될 수 있음에 감사하며..

 

 

대청봉 1708m

 

 

꽃밭으로 산그늘이 지기 시작한다.

기온도 급격하게 차가워진다.

아까 점찍어 둔 곳에서 해넘이를 보기 위해 대청을 내려선다.

 

 

 

 

 

 

(참기생꽃)

 

올라갈 때 보지 못했던 참기생꽃을 내려오며 발견했다.

시기가 일러 못불 줄 알았는데,기특하게도 한송이가 단아하고 정갈하게 피어있다.

 

 

오후빛 스며든 산등성은 더욱 예뻐졌다.

꽃밭으로 들어가고 싶은 욕구를 이기지 못하고 결국 높은 난간을 넘어버린다.

지금 이 멋진 풍경을 함께 공감하며 나눌 산동무가 곁에 없다는게 아쉽다.

 

 

 

 

 

해가 완전히 넘어갈때까지 꽃밭에서 떠날 수 없었다.

 

대피소에서의 밤은 언제나 길다.

1층은 다닥다닥 붙어 자는데,나만 혼자 3층에서 널널하게 누웠다.

얼굴에 녹차팩 하나 붙이고는 20분만 놔둔다는것이 그만 깊은 잠에 빠져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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