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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박이야기/비박이야기

함백산 비박


산행일 : 2016년 5월 28일~29일

산행지 : 함백산

산행코스 : 만항재-정상-헬기장(비박)-만항재

산행이야기:연분홍 철쭉이 겹겹의 백두대간 산줄기아래 일렁이는 함백산의 아침풍경은 전부터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던 풍경이다.철쭉철이 되니,재부팅되듯 다시 그 풍경이 아른거려 일주일만에 다시 또 비박짐을 꾸린다.5월의 함백산은 처음이다. 


(금강애기나리)


임도 중간지점까지 차가 올라가긴 하지만,만항재부터 산행을 시작하기로 한다.

푹신한 오솔길 위엔 금강애기나리,풀솜대,둥글레등 봄꽃들이 반기는데,`둥글레`라는 꽃이름을 두고 누구는 `결명자`라 그러고,누구는 `구기자`라 부르는 바람에 한바탕 웃어댄다.


함백산 기원단이 있는 공터에 이르니,시야가 탁 트이면서 KBS중계탑이 있는 정상이 선명하게 보인다.

시리도록 눈부신 새파란 하늘아래 초록산의 모습이 가슴을 뻥 뚫리게 만든다. 


태백선수촌 삼거리 임도를 만나 다시 산길로 접어들면 줄곧 오르막이다.

빠짝 고도를 높이자 우측으로 태백선수촌이 보이고,뒤로는 만항재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능선에 이르는데,산길 중간중간에 드문드문 수줍게 피어있던 철쭉은 점점 밀집도가 높아진다.


동심의 뜀박질..



한가한 함백산 정상..

시원한 바람과 새파란 하늘이 시원하고 예뻐 배낭 내려놓고 한참을 머무른다.

누가 누가 잘하나~점프 실력을 뽐내며..


싸장님의 이단옆차기 포즈부터,피터팬님의 황소개구리 포즈,그리고 변함없는 몽몽님과 솔맨형의 포즈까지 개성대로 뛰는데,

오늘점프의 포토제닉상은 재기발랄 나비공주님으로 당첨...



일단 집부터 지어놓기 위해 헬기장으로 내려선다.



매봉산의 바람개비를 바라보며 헬기장으로 내려서는 길은 꽃터널이다.

몇걸음 못걸어 멈춰서고 다시 또 멈춰서기를 반복하며 행복한 걸음을 이어간다.



(쥐오줌풀)


꽃이름이 또 화제가 됐다.

누구는 `똥풀`이라 그러고,누구는 `노루오줌`이라 그러고...

나는 똥오줌도 못가린다고 타박했다.. 


이없으면 잇몸으로도 살게 되어있는가보다.

바닥이 쇠로 되어있어 텐트고정하기 쉽지 않겠다 싶었는데,마침 끈을 끼울 수 있는 홈이 있다.

나비공주님이 MSR텐트를 새로 장만해서 똑같은 주택 세동이 들어서게 됐다. 


새로운 입주민 두분은 정상 아래 꽃밭속에 그림같은 집을 지었다.

그러나,저 그림같은 집이 내일 아침 얼마나 큰 수난을 입게 될지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는거...




햇살이 한풀 꺾일 즈음에 겉옷 챙겨입고 다시 정상을 올랐다.

아무리 봄기온이 높다해도 높은 산중의 저녁날씨는 차갑다.

하늘은 완전 새파랗게 바뀌었고,드문드문 흰구름이 떠다니기 시작한다.

연신 하늘을 쳐다보며 시시각각 변하는 구름이 그려내는 풍경을 감탄하며 바라본다.

참기생꽃을 보려고 중함백까지 다녀와야겠다는 마음은 이미 접었다.

이곳에서 여유있게 산을 즐기고 싶은 마음뿐이다.





5월의 함백이 이토록 아름다운줄 몰랐다.

내 머릿속 각인되어 있던 풍경 그 이상의 그림이다.

얼마나 산을 다녀야 그 산을 다 알 수 있을까?

나비공주님과 서로 반문하며 산이 주는 무한한 매력에 대해 이야기 나눈다.


수수하고 은은했던 철쭉은 저녁빛에 붉게 물들면서 강렬해진다.

구름이 그려내는 그림은 더 예술적으로 바뀌었다.




너덜겅이 있는 꽃밭 중간으로 들어서 봤더니,완전 천상의 화원이다.

가장 늦게 핀다는 봄꽃인 철쭉을 절정의 순간에 가장 황홀한 시간에 마주했다.





타프아래 옹기종기 모여 이야기 나누는 동안 해는 뉘엿뉘엿 지기 시작한다.




가슴 뭉클한 순간..

산에서 맞이하는 일몰은 언제나 가슴을 뛰게 만든다.

이 시간이 주는 마력이 다시 또다른 걸음을 하게 만든다. 






압력밥솥에서 나는 밥냄새를 맡으니 더 배가 고파온다.

압력솥밥 짓는 솜씨는 역시 풍산댁을 따라올 사람이 없다. 

가위질 솜씨는 몽몽님 따라올 사람이 없고...

그리고..먹는거에 관한한 나를 따라올 사람 없고..ㅎ


이야기꽃 피우며 성찬을 즐기는 시간...

시장이 반찬이라 뭘 먹어도 맛있을 시간인데,함께 어우러져 먹으니 더 즐겁다.


별이 쏟아진다.

바람이 분다.밤기온은 너무 차갑다.

오리털바지에 텐트슈즈까지 챙겨오신 싸장님을 보고 `이건 좀 오버아니냐`며 낄낄거렸는데,시간이 지날수록 다들 너무 부러워한다.언제나 본인 살 궁리는 확실하게 하시는 분이다.

연로(?)하신 피터팬님은 추위를 못참고 긴바지위에 칠부바지를 껴입으신다.

그 모습이 너무 웃겨 또한번 낄낄거린다.

다이어트에 대성공하신 나비공주님과 달밤의 체조를 한바탕 하고나서 잠자리에 든다.  


밤새 차소리에 여러번 깼다.

차량진입이 안되는데 차단기옆에 있는 말뚝을 뽑아 진입을 했나보다.

한사람이 들어오니 너도나도 진입했을테고.. 

조용해진 틈을 타 새벽녘에 잠깐 깊은 잠이 들었는데,얼마안가 동쪽하늘은 붉게 물들기 시작한다.



꽃밭의 그림같은 집이 수난을 당하고 있었다.

사진찍는 사람들이 텐트를 밟고 건드리고 새벽부터 떠들어대고..

하필 일출포인트였으니...

우리가 묵은 헬기장은 저 분들에 비하면 천국이나 다름없었다.


햇님은 먹구름속에서 나오지를 않고,한차례 지나가듯 잠깐 쏟아지더니 이내 먹구름속으로 사라져버린다. 

그 잠깐의 빛내림으로 골마다 햇살이 드리우며 아침풍경을 신비롭게 만들었다.





아침빛에 주목 또한 더 멋진 자태를 뽐내고...



우리들 아지트에서 어느분이 조용하게 사진을 담고 계신다.

눈이 마주친 순간..아다메오님??

스쳤던 인연일지라 언제든 만나게 되어있는가보다.이렇게 조우하다니...




안개가 몰려오면서 살짝 빗방울까지 지나간다.

햇살은 먹구름속에 꽁꽁 숨었고,아침공기는 더없이 상쾌하다.

두분이 아다메오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다시 꽃밭을 찾았다.


만항재 방향으로 옅은 운해가 드리우고,그 위의 산봉우리엔 살짝 햇살이 들고난다.

상큼한 공기속에 연분홍 철쭉은 더 진득한 색감으로 산사면으로 흘러내린다.

그리고,뿌연 운무는 수묵의 풍경을 만들어낸다.










아니온듯 말끔히 치우고는 9시쯤 되어 헬기장을 떠난다.




이 아름다운 꽃밭을 두고 산을 내려가는 마음이 아쉬워 더디게 걷는다.

올 8월,국립공원으로 지정될테니 아마도 이곳에서의 비박은 오늘이 마지막이 될거같다.



진한 물감 풀어놓은듯 유난이 색감이 진한 철쭉나무 아래서 오랫동안 머뭇거린다.

이렇게 하면 마음에도 철쭉꽃물이 들거 같았다.


걸림없는 마음으로 모든걸 훌훌 털어버리고,산을 내려가고는 있지만,

다시 또 내려가면 비워졌던 마음은 세상의 무게로 채워질터..

산에서만큼은 마음 비우고 싶은데,그조차 안될때가 많다. 



예쁜 숲길은 너무 빨리 끝이나고 어느새 만항재에 도착했다.

잊지못할 5월의 함백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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