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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박이야기/비박이야기

금산 진악산 비박


산행일 : 2016년 6월 5일~6일

산행지 : 진악산

산행코스 : 수리넘어재-관음봉-정상(비박)-물굴봉-도구통바위-보석사

산행이야기:지난주에 이어 이번주도 비박산행을 계획해보지만,비박지 선택하기가 쉽지않다.3일간의 연휴라 오가며 도로 사정도 감안해야하고,서울근교의 이름난 비박지는 미어터질게 뻔하고..그러다 몽몽님이 지난달 잡지에서 봤던 진악산을 생각해냈다.적당한 높이에 소소한 암릉미를 즐길 수 있고,정상에는 너른 전망데크가 있는 곳..


진악산휴게소가 있는 수리넘어재가 오늘산행의 들머리다.

가을하늘처럼 맑고 푸르른 날,계단을 오르며 산속으로 들어간다.



땀은 쉴새없이 쏟아져 내리지만,숲바람이 불때마다 금새 마른다.

양지리 윗이동굴로 내려서는 삼거리에 도착하니,장승 두개가 수호신처럼 서있고,

한숨 돌리고나서 우측으로 이어지는 정상으로 향한다.  



능선은 온통 소나무향으로 가득하다. 

서서히 고도를 올리지만,등로는 한없이 부드럽고 온순하다.

산세가 나를 닮지 않았냐고 했다가 본전도 못찾고... 



점점 시야가 넓어지면서 봉화대가 가까워지고,좌측 아래로는 금산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기 시작한다.



`눈으로는 육산,들어서면 골산`이라더니,순식간에 길은 암릉길로 바뀌며 산행 재미를 더한다.

여기에 멋스러운 소나무들도 한몫하며 무거운 배낭메고 여기까지 올라온 땀값을 톡톡히 보상받는다. 


금산을 수호해주는 산이란걸 단박에 알 수 있는 풍경이 눈앞에 나타났다.

커다란 바위위에 올라서니 뾰족 솟은 봉화대와 금산시가 그림같이 펼쳐진다.



시야가 탁 트이며 금산시내가 막힘없이 눈에 들어온다.

인삼의 고장답게 내려다보는 평야는 인삼밭이 대부분이다.



다가갈수록 봉화대는 더 웅장하고 멋스럽게 다가온다. 

하늘마저 시리도록 눈부신 날이다.


봉화대를 우회하며 공중 다리를 통과한다.

이쯤되어 산이름을 두고 나름대로 해석하는 우리..

진짜로 즐거운 산이라 그랬다가,즐기며 앞으로 나아가는 산이라 그랬다가...

(진악(進樂)산 이름은 `깊고 큰 풍류가 있는 산`이라는 뜻이다)




관음굴이 자리잡은 관음봉이 우뚝 나타난다.이제 곧 정상에 이른다.

하지만,언제나 쉽게 닿는 법은 없다.

헬기장까지 헥헥거리며 치고 오른다. 


원효암으로 내려가는 길..

정상에 오르는 최단코스이기는 하나,만만치 않아 보인다.



그림같은 금산시 풍경이 자꾸 눈에 밟혀 보고 또 내려다본다.



진악산 732m


바닥이 나무가 아닌 플라스틱 재질이라 나사못이 잘 안들어가 샷님이 가져오신 특수 데크못을 박은 후 끈으로 고정시킨다.

우리가 도착하고 얼마안가 텐트 두동이 더 자리잡고,산은 석양빛으로 드리우기 시작한다.



관음굴


정상에서 200m정도를 내려가야 볼 수 있는 관음봉 절벽 중턱에 위치한 관음굴을 찾는다.

매년 개삼제가 열리는 의미있는 곳이기도 하다.




내친김에 관음봉도 오른다.

산봉우리들이 봉긋봉긋 유순하게 첩첩으로 솟아있고,흐릿하게 그려지는 산그리메가 어느 깊고 높은 산에서 보는 풍광에 못지않다.






샤베트 맥주 한모금에 즐거워지는 시간..


인삼의 고장에 왔으니,인삼 챙기는건 기본..

금산시내에서 사 온 수삼을 살짝 구워 삼겹살과 함께 먹고,날로도 우적우적 씹어 먹고,소주에 넣어도 먹는다.

오늘은 왠지 지방덩어리 삼겹살을 먹어도 뱃살로 갈거 같지 않는 기분이 든다.

두 분은 밤새 열을 다스리지 못할까 심히 걱정하신다.



 오늘의 햇님이 먹구름속으로 사라진다.

구름이 그려내는 그림을 바라보며 서산으로 지는 노을을 바라보는 이 시간,바람불어 추워도 붉은 빛이 거의 사라질때까지 헬기장에서 서성거린다.




기온은 급격하게 떨어지고 바람은 거세진다.날파리들도 불빛으로 찾아든다.

이 모든걸 완벽하게 차단해주는 안락한 쉘터에 모여앉았다.

맛있는 음식 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시간은 언제나 즐겁다.

금산시내 불빛은 화려하고,달빛없는 그믐의 별빛은 그 어느 날보다 빛난다.


오늘의 이웃들은 조용해도 너무 조용하다.

8시 조금 넘어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기에,우리는 소곤소곤 목소리를 낮춰 이야기를 나눠야했고,

덕분에 우리도 일찌감치 저녁시간을 파하고 잠자리에 든다.


수삼의 효과였는지,밤새 몸에서 열이 나 침낭을 걷어차고 잤다.

바람소리와 새소리에 저절로 눈이 떠진 아침..

잔뜩 흐려 우중충한 텐트밖 날씨가 심상치 않다.

옆집남자는 벌써 철수한 상태고,또 다른 부부 또한 철수를 서두른다.

급기야 빗방울이 한두방울 떨어지기 시작한다.

모닝커피를 마시네,황태해장국을 끓이네 마네 하다가 우리도 철수를 서두른다.

텐트를 접어 말기 시작하는데,그 새를 못참고 비는 쏟아지기 시작하고,옷은 금새 축축해진다.


올라왔던 길로 다시 내려가자는 몽몽님..

딱 내가 좋아하는 날씨라며 원래계획대로 보석사로 내려가자는 나..

여기서 수리넘어재까지는 2킬로 남짓이고,보석사까지는 4킬로가 넘는다.

그리고,가운데서 이도 저도 못하고 계신 싸장님..

이렇게 되면 결정이 난거나 다름없다.

그저 따라오겠거니~하며 말없이 물굴봉으로 방향을 잡는다.


비는 잦아들었지만,바윗길이 미끄럽다.



암릉길 지나,물기젖은 숲길을 지나고 물굴봉으로 오르는 너덜지대를 헥헥대며 오른다.


물굴봉 736m


진악산 정상보다 4m높은 물굴봉..

그러니까 이곳이 진악산의 최고봉인 셈이다.


비에 젖어 싱그러운 산..

땀과 비에 젖은 옷에서 나는 시궁창 냄새는 숲향으로 희석된다.


물굴봉을 내려서며 급격하게 내리꼿는다.

하늘도 안보이는 숲으로 드니,다시 또 비가 올듯 어두워진다. 



도구통바위


진악산의 명물,도구통바위를 만난다.

절구통 모양의 바위가 기이하다.



임도를 만나며 산길은 끝이난다.

하산하는 동안 비가 오면 어쩌나~했는데,다행히 하늘이 잘 참아주었다. 



천년고찰,보석사로 진입한다.


수령 천년이 넘은 천연기념물 은행나무..

나라에 변고에 있을 때면 구슬픈 울음소리를 낸다는 기이한 나무다.




촉촉하게 젖은 경내는 발자국 소리조차 조심스러울 정도로 조용하다.

툇마루에 앉아 있노라니,잠이 솔솔 쏟아진다.


택시 트렁크에 배낭 세개를 싣고,수리넘어재로 이동한다.

수리넘어재에 도착할때까지도 기사분의 억울한 사연은 끝나지 않는다.

혼자 살까 하다가 캄보디아 아가씨와 뒤늦게 결혼을 했는데,일곱살 난 아이를 두고 도망갔다고..

젊은 각시 안쓰러워 애지중지 이뻐해줬는데,공도 모르고 폭력남편으로 매도해 소송까지 걸어왔다고..

오죽 억울하면 일면식도 없었던 우릴 붙들고 이야기하나 싶지만,

꽃다운 나이에 환갑넘은 사람이랑 사랑없이 결혼해 평생해로하는것도 쉽지않을거 같기도 하다.


도시구경 하고 싶어하는 금산 귀뚜라미와 동행해 비내리는 고속도로를 달린다.

과연 속도를 이겨낼 수 있을까 싶었는데,꿋꿋하게 버티며 평촌시내까지 무사히 안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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