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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박이야기/비박이야기

민둥산 비박


산행일 : 2016년 6월 25일~26일

산행지 : 민둥산

산행코스 : 증산초교-급경사-정상(비박)-완경사-증산초교

산행이야기:이번주 비박지는 민둥산이다.작년 이맘때,초록이 물결치던 초여름의 민둥산을 잊지 못해 6월이 되면 다시 한번 가겠노라 맘먹었었다.


조금 힘들어도 몇걸음 줄일 수 있는 급경사를 택해 오른다.

빼곡하게 들어선 소나무며 전나무숲이 일품인데다 한차례 쏟아진 비로인해 숲은 싱그럽기 이를데없다. 



임도에 도착해 얼마안가,오락가락하던 비가 제법 쏟아지기 시작하고,

마침 밥때도 됐고해서 비를 피해 쉼터에서 요기를 한다.

그러고나니,펭귄님이 센쓰있게 향좋은 원두커피를 내려주시는데,커피향이 끝내준다.



나리꽃 피는 계절이 왔다.

본격적인 여름을 알리는 신호이기도 하다.

초록의 숲에서 강렬하게 피어 걸음을 멈추게 만든다.


백두대간상의 함백산과 매봉산이 아스라히 펼쳐진 전망대에 이르니,또 한차례 비가 지나간다.

우의를 입네 마네 하는 중에 비는 다시 잦아들고,정상에 도착할때까지만이라도 참아주기를 바래본다.



개망초 흐드러진 초원에 이른다.

물기 머금은 수풀을 헤치느라 신발은 지저분해져도 눈에 보이는 싱그러운 풍경에 기분은 점점 업된다.



드디어 발길 멈춰야 하는 풍경을 마주한다.

작년에 처음 이 풍경을 마주했을때의 그 느낌이 고스란히 떠오르고,

오늘은 여럿이 함께 공감하며 바라보니,더욱 감성 풍만해진다. 




텐트 다섯동과 타프까지 완벽하게 치고나니,먹구름이 몰려오며 세차게 비가 쏟아진다.

타이밍 참 절묘하다.

조금이라도 늦게 도착했더라면 생쥐꼴이 될뻔 했다.


지나가는 비려니~했지만,비는 금방 그치질 않고..

타프아래 모여앉아 빗소리 음악소리 들으며 나누는 음식은 여느때보다도 백만배는 더 맛있고,

분위기 또한 너무 낭만적이다.

소세지며 삼겹살,그리고 살짝 구워 먹는 치즈는 쫄깃쫄깃한게 정말 맛있다.



비가 그치며 풍경은 너무 분위기있고 운치있어졌다.

안개는 모락모락 피어오르고,기린초는 더 샛노래지고,타프위에 방울방울 맺힌 물방울은 영롱하게 빛난다.



이 상쾌함과 청량감을 그 어디에 비할까.. 

홍초소주까지 서너잔 걸친 후라 그럴싸해진 풍경앞에서의 감동은 배가된다.

딱 내가 좋아하는 날씨라고 말했다가,대체 니가 안좋아하는 날씨가 어딨고 안 맛있는 음식이 뭐냐며 한소리 듣고..





움푹 패인 돌리네위로 햇살이 쏟아지며 초원은 눈부시게 예뻐졌다.

어디선가 요들송이 울려퍼지고,노루가 막 뛰어놀거 같은 풍경이라고 말했다가 오버한다며 또 한소리 듣고...  


목재데크는 얼마안가 꽉 찼다.

칙칙한 우리 텐트와는 달리 알록달록한 텐트의 색이 산뜻해보인다.

쉘터는 더 폼나고..



사방으로 탁 트인 정상은 비박터로 아주 최고다.

어딜 둘러봐도 겹겹의 산줄기들이 넘실거린다.

더 짙어진 초원을 바라보며 정상주변을 어슬렁거린다.




하늘나리는 작년보다 더 풍부해진거 같다.

초지 곳곳에 피어 그 존재를 드러낸다.

 





저녁하늘이 멋있게 펼쳐졌다.

멀리 태기산 아래로 빛이 들락날락하니 분위기 완전 끝내주신다.

해숙씨 미숙씨 두 아줌마 완전 멋있다고 호들갑이고..ㅎ



펭귄님의 소심한 뜀박질...

텔레토비같다고 놀려댔다.

 

태기산 위로 하루해가 진다.


 



햇님이 먹구름속으로 들어가버리자 붉은 기운은 금새 사그라든다.

멋드러진 소나무 앞에서 서성이며 저녁풍경을 맘껏 즐긴다.





산위에 어둠이 찾아오고,아랫마을엔 불빛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우리도 랜턴을 켜고,음악도 볼륨을 나즈막하게 낮췄다.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어라~~~

누구는 `특색`이란 단어를 적절하게 쓰지 못해 한바탕 웃었다가,

또 누구는 `10년`이란 말을 잘못 꺼냈다가 혼쭐나고..

하튼가 모이기만하면 에피소드가 쏟아지고,우리들만이 알 수 있는 단어를 마구 만들어낸다.

가져간 음식을 싹싹 해치우고,몇분 간격으로 쏘아대는 새쫓는 총소리가 잠잠해질 무렵에야 침낭안으로 든다.


안개 자욱한 아침...

비온 다음날이라 멋진 운해를 보지 않을까 내심 기대를 했지만,한치앞도 안보인다.

한숨자고 또 문을 열어봐도 날씨는 변함이 없다.

다들 일어났는데도 텐트안에서 꼼짝을 안하고,안개걷히기를 기다린다.


도통 걷히지 않을거 같던 안개는 기온이 조금씩 올라가며 조금씩 벗겨지기 시작했다.

정상 뒷편 초원위로 햇살이 드리운다.




아침먹고나니,다행히 햇살이 쏟아지기 시작해 장비 말릴 걱정을 안하게 되었다.




정상 뒤편 산길을 산책한다.

맑은 하늘에 드넓은 초원,그리고 초원위에 듬성듬성 서있는 나무들이 완전 그림이다.

이제 민둥산의 가을을 잊었다.

여름 민둥산의 모습만이 머릿속에 깊게 각인될 뿐이다.




엉겅퀴며 하늘나리,털중나리,개망초,꿀풀이 길섶으로 흐드러졌다.

초록이 주는 편안함은 자꾸만 망연히 바라보게 만들고,

쉴새없이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만든다.




10분정도면 내려올 길을 30분도 넘게 걸려 거북이걸음을 했다.







컴퓨터 바탕화면으로 쓰면 아주 딱 좋은 풍경...

부드러운 곡선미가 끝내준다.

하얗게 눈이 쌓이면 굳이 일본 비에이까지 안가도 될거 같다는 해숙씨..





작년에 왔을때 우연히 발견했던 범꼬리 군락을 다시 찾았다.

풀섶을 헤치고 들어가니,범꼬리 위로 나비와 벌이 쉴새없이 날아든다.



지금 한창인 나리꽃..



동자꽃


긴 시간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니,짐정리 완벽하게 마치고 계신 세분..

미안하게시리...




11시 넘어 정상을 내려선다.




여름 민둥산은 역시 일년전 그 날처럼 아름다웠다.

억새풍광에 조금도 못지않은 짙푸른 초원은 정선을 떠나오면서도 내내 깊은 여운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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