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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박이야기/비박이야기

함백산 비박


산행일 : 2016년 8월 8일~9일

산행지 : 함백산

산행코스 : 태백선수촌 삼거리-정상-헬기장(비박)-만항재

산행이야기:연일 살인적인 더위가 이어진다.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줄줄 흐르고,선풍기에선 따뜻한 히터바람이 나온다.그렇다고 노상 에어컨을 틀고 있을 수도 없고...열대야로 인한 불면의 밤이 계속되다보니,몸은 점점 무거워지고 무기력해진다.어마무시한 더위와 열대야를 피할 수 있는곳은 어디?? 역시나 결론은 버킹검이다~~! 산!!


다녀온지 얼마 안되었지만,국립공원으로 지정되기 전에 한번 더 다녀오고 싶어 옥순씨랑 함께 함백산으로 떠난다.

그러니까 지난번 풍도에 이은 어리버리 두아줌마의 비박산행 2탄 되시겠다.

언니가 기차시간을 헷갈리신 바람에 청량리역에서 어찌나 가슴 조마조마하며 기다렸던지...

이번에도 어째 초반부터 불안불안하다.

12시 10분 기차에 올라타자마자 곧 기차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기차여행의 낭만적인 분위기에 취하는 대신,기차안은 요상 야릇 꼬리꼬리한 냄새로 가득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견딜 수 없다.

얼마안가 식당칸으로 자리를 옮겨 바나나우유 하나 시켜놓고 이야기 나누며 시간을 때운다. 


태백에 가까울수록 하늘은 먹구름으로 짙다.

여기에 비까지 살짝 내리기 시작하자,조금 심란해진다.

태백역에 내리니 다행히 파란하늘이다.

택시를 잡아타고 만항재로 오르는 도로위로 하얗게 수증기가 피어오른다.한차례 비가 쏟아졌던 모양이다.


만항재라 그랬는데,택시기사분이 태백선수촌 가기전,삼거리에 척 내려준다.

계획했던 거리에 반토막이나 줄어들었으니 이 무슨 횡재나 싶고..

한편으론 조금 싱거운 산행이 되겠다 싶기도 하다.

(하지만,1시간이 흐른 시점에 반토막산행이 완전 큰 횡재였다는걸 깨닫는다.

만항재에서 길게 시작했다면 비맞은 생쥐꼴이 될뻔 했다.)


안개숲엔 온통 새며느리밥풀꽃과 둥근이질풀로 가득차 있다.

드문드문 동자꽃도 피었고,나리꽃도 피었다.

지난번 왔을때와는 완전 다른 숲속풍경이 펼쳐지다보니,길까지 왠지 낯설고 한번도 와보지 않았던 길처럼 느껴진다.

급기야 언니한테 처음 걷는 길이라고 우기기까지...ㅎ



정상에 다가갈수록 안개는 점점 짙어진다.

온몸은 땀으로 젖었지만,물한방울 안마실만큼 기온은 차갑다.


사방으로 둘러쳐진 출입금지 말뚝이 마음에 걸려 다른곳을 찾아 보지만,헬기장 말고는 달리 마땅한 곳이 없다.

비까지 한차례 내린터라 젖은 땅을 피하려면 어쩔 수 없어 줄안으로 들어간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거 같은 날씨라 서둘러 텐트설치에 들어간다.

일단,언니가 오늘 처음으로 선보이는 MSR그린라이트 먼저 펼친다.

볼대모양이 지난번 엘릭서3와는 달라 어설프게 대충 형태만 잡고는 플라이 고정작업에 들어가는데,그새를 못참고 비가 마구 쏟아지기 시작한다.

후닥후닥 노끈으로 텐트를 고정시키고는 일단 언니텐트안으로 피신한다.

둘이 우두커니 앉아 비바람과 함께 요란하게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니 처량하기 짝이 없고,두 아줌마 실성한듯 실실거린다.

그 누가 텐트위로 떨어지는 빗소리가 낭만적이라 했던가.... 

집놔두고 와서 이 무슨 개고생인가 싶다.

과연 오늘밤을 무사히 보낼 수 있을까 걱정도 되고..

야심차게 장만하여 오늘 처음 선보이는 옥순씨네 고급주택은 비로 흠뻑 젖어 그지같은 집이 되어버렸고,

새집 신고식 제대로 치룬다고 놀려댄다.ㅎ


비가 잠잠해진 틈을 타 우리집을 짓고...

그래도 밥은 먹어야겠다 싶어 그늘막텐트도 치고...

노련하지 않아 시간은 좀 걸렸어도 그런대로 봐줄만한 집 세채가 완성되었다.


안개 자욱한 산속에서 심란한 가운데 시작하는 두아줌마의 저녁파티~~~

술과 고기도 있고,갓지은 따뜻한 쌀밥도 있고..없는거 빼고는 다 있는 만찬이다.

밤기온도 딱 좋다.조금 쌀쌀해서 바람막이옷을 입어야 할 정도다.

그러나...

어디선가 들짐승 소리가 나는거 같아 조금 오싹하다.깔깔깔 웃는 사람소리가 들리는거 같기도 하고..

이거 열대야 피하러 왔다가 납량특집 찍고가는거 아닌가싶다.

누군가 먼저 무섭다고 말꺼내면 더 무서워질까봐 서로 말은 못하고,긴장감만 커간다.

언니가 별식으로 준비해 오신 옥수수콘치즈만두를 끝으로 마무리 시간에 들어가는데,또 다시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텐트 바닥이 눅눅하다.

매트마저 말썽이다.어딘가 구멍이 났는지 자꾸 바람이 빠진다.

등기대고 누우니,비바람소리 요란하다.

열대야없는 시원한 밤이지만,빗소리에 조금은 심란한 밤이다.

누군가 저벅저벅 걸어오는 발소리가 환청으로 들리는거 같아 잔뜩 웅크리며 잠을 청한다.


잠들기까지 오래 걸렸지만,모처럼 더위에 시달리지 않고 숙면을 취했다.

역시나 제대로 선택한 피서지였다.비만 안왔다면 100점이었을텐데...


정상에 올라서니,안개가 자욱하다.

살짝 산그리메가 보이는가 싶다가도 어느절에 사라지고 만다.



중계탑도 안개속에서 보였다 사라졌다를 반복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파란하늘이 조금씩 보이며 햇살이 번져오기 시작한다.

산의 모습도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한다.




햇살의 힘으로 젖었던 텐트는 뽀송뽀송하게 말라간다.

아침을 먹고나니,그만 철수해도 될 정도다.



10시가 되어서야 안개가 벗겨지기 시작하지만,기차시간 때문에 더이상 머무를 수 없어 아쉽다. 




막 떠나려는 순간에 하필 산불관리원이 오셔서 한소리 듣고..

휴지하나없이 깨끗하게 치운걸 보고는 다행히 무던하게 넘어가 주신다.


배초향 향기 짙게 코끝 자극하고,

둥근이질풀은 눈돌리는곳마다 천지삐까리로 피어있다.

안개속 꽃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니,이제사 천상의 화원 함백산답다.

 



눈썰미 좋은 언니가 흰이질풀 군락을 발견해 내셨다.역시 꽃박사님~~





어제 안개속에서 올라왔던 길이 왜케 또 낯선지...

하튼가,한번 길치는 영원한 길치다.



만항재 화원을 보기위해 부지런히 숲길을 걸었더니,땀이 비오듯 흐른다.

느긋하게 둘러 볼 여유도 없이 꽃길따라 휴게소로 올라서니,호출해둔 택시가 시간맞춰 우리앞에 멈춘다.



청량리행 12시 19분 기차에 올라타며 태백을 떠난다.

4시간 후,청량리역에 내리자마자 후끈 달아오르는 열기에 그만 숨이 턱 막혀버린다.

비내리는 어젯밤이 이렇게 금방 그리워질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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