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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박이야기/비박이야기

유명산 비박


산행일 : 2016년 8월 14일~15일

산행지 : 유명산

산행코스 : 자연휴양림-계곡길-정상(비박)-계곡길-자연휴양림

산행이야기:3일간 이어지는 황금연휴에 하필 몽몽님의 해외출장이 잡혔다.김태희가 밭갈고 한가인이 김맨다고 할 정도로 미인들이 많은 나라,카자흐스탄..미인들 구경할 생각으로 신이 난 몽몽님이 떠나자마자 서둘러 비박짐을 꾸린다.몽몽님 없이 홀가분하게 놀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놓칠 수 없다.


이 무더운 여름,계곡을 끼고 즐기는 산행만큼 더 좋은 피서는 없다.

깨끗하고 수량 풍부하기로 소문난 유명산을 오늘의 비박지로 삼았다.


집에서 출발전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하며 심란하게 만들더니,들머리에서 몇걸음 안갔는데 또 다시 빗방울이 떨어진다.

계곡은 서늘하긴 하나,습도가 너무 높아 비와 땀으로 흠뻑 젖은 몸을 식히기엔 역부족이다.

걸음 멈추고 계곡으로 풍덩~입수하고픈 마음뿐...



상류로 갈수록 계곡은 점점 깊어지고,고요해진다.

너덜로 된 계곡길은 미끄러워서 엄청 신경쓰이지만,하늘을 가릴만큼 울창한 숲이며 비에 젖은 초록색이 눈과 마음을 시원하게 해준다.



폭포수에 몸담그고 열기를 식히고...



계곡물이 거의 끝나갈 지점에 텐트칠 곳을 찾아보지만,아무리 둘러봐도 마땅한 장소가 없다.

밤새 계곡물소리 들으며 하룻밤 보내야겠다는 꿈은 깨지고,선택의 여지없이 정상으로 향하는데..

가파르게 이어지는 오르막에 그만 숨이 턱턱 막혀온다.

깔딱길인데다 높은 습도에 욕심내어 잔뜩 꾸겨넣은 등짐까지 한몫하다보니,거의 까무라치기 일보직전이다.


유명산 862m


어비산과 갈라지는 지점부터 시작된 1.4km의 오르막은 완전 죽음이었다.

도로 내려가 계곡으로 입수하고 싶을 정도로 땀이 비오듯 무지막지하게 흘렀고,눈으로 떨어지는 땀방울은 눈뜨기도 불편할 정도였다.

3시간을 훌쩍 넘어서야 정상에 다다르며 드디어 달콤한 시간이 찾아왔다.


정상 아래 기막힌 비박터가 있다.

바닥 푹신하고,참나무 숲사이로 시원한 바람도 불어오는곳...

저마다의 잠자리를 마련해놓고는 비와 땀으로 젖은옷 갈아입고나니,천국이 따로없다.

푸짐하게 한상 차려놓으니,부러운거 하나없고...

죽을똥살똥 고생하며 올라왔던 기억은 어느새 기억저편으로 사라져버린다.

서늘한 숲바람에 달착지근한 숲향까지 솔솔 풍겨오니 이야말로 최고의 피서로세... 


신랑들 안주삼지는 말라는 언니옆지기님의 분부가 있었지만,안주중에 최고의 안주는 뒷담화라는거..ㅎ

단골메뉴인 삼겹살도 맛있지만,호박을 구워 청양고추 듬뿍 들어간 양념간장을 뿌려먹으니 또한 별미다.

언제나처럼 조용한 솔맨님은 두 아줌마 고기 구워 먹이느라 손이 분주하시고,

언니와 나는,굽는 족족 고기 먹으며 수다떠느라 입이 바쁘다..


밤이 이슥한 시간..근방에서 멧돼지 울음소리가 살벌하게 들려왔지만,시원한 밤기온과 약간의 취기와 노곤함으로 금세 곯아떨어졌다.


일출을 보겠다고 알람을 맞춰놓긴 했는데,도저히 몸이 안움직여인다.

매미들이 떼거지로 울어대며 단잠을 깨우지만,콤한 아침잠에서 깨어나고 싶지않아 한참을 뒤척이다 정상으로 올라본다.


해는 이미 중천에 떠올랐고,산골짜기엔 조금씩 운해가 피어오른다.

정상은 조망이 시원하게 터지지않아 활공장까지 내려선다.





안개 너머로 용문산이 빤히 보이고,시원한 가을날에 길을 이어 저기까지 가보고 싶은 욕구가 샘솟는다.

임도위에 자리잡았던 한팀은 벌써 철수중이고,정상데크에 자리잡았던 분은 심심하셨던지 나를 보자마자 끊임없이 말을 건넨다. 






키 높은 나무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아침햇살이 부드럽다.

숙취해소엔 시원한 아침공기만큼 좋은게 없다.


짐정리하고 다시 계곡길로 내려선다.

올라갈 땐 하세월이더니,내려설 땐 빛의 속도...ㅎ



다같이 쪽빛 계곡물에 입수~~

맑은 바람과 차가운 계곡물에 온몸은 소름이 쫙 돋고,어제 오늘의 피로는 한방에 날라간다.

한달간 수영 배운 우리 옥순씨,완전 폼나게 입수하시더니 1초도 안돼 발이 바닥에 안닿는다며 살려달라 소리치시고..

솔맨님은 신내동 물개답게 자유분방하게 물속을 유영하시고..

맥주병인 나는 물가에서 배회하며 모냥새 빠지게 개헤엄이나 치고..

햇살이 그리울만큼 계곡은 시원함을 넘어 덜덜 춥다.



추워서 빨리 계곡을 벗어나야겠다 했는데,날머리가 가까울수록 기온은 높아지고 후텁지근해진다.

어제부터 달구어진 차안은 거의 찜질방 수준이고,에어컨 바람은 뜨겁다.

계곡물에 들어앉아 있을때가 천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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